단양하면 도담삼봉으로 단양 팔경 중 으뜸으로 치는 곳이다. 강 한 가운데 봉우리 3개의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섬이다.
1978년에 처음 가보고 이번에 40년 만에 다시 가봤다. 그런데 이번에 가 보고 대단히 실망했다.
40년 전에 내가 본 도담삼봉은 수량이 풍부한 물 한 가운데에 신비롭게 떠 있었던 바위섬이었다. 멀리서만 볼 수 있었다. “그것 참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가 본 도담삼봉은 바로 발 앞에 있었다. 휴게소가 거대하게 들어서 도담삼봉이 지척에 보이는 것이었다. 가뭄 때문에 물이 얕게 흐르는 것까지는 그렇다 쳐도 주변 환경이 도담삼봉을 완전히 망쳐 놓은 것 같았다.
우선 휴게소 건물과 광장이 너무 넓게 콘크리트로 지어졌다. 휴게소 옆에 붙은 도담삼봉 같은 꼴이었다. 휴게소 광장에서 도담삼봉을 보자니 발아래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시선의 각도가 위로 보이는 것과 아래로 보이는 것의 차이는 크다.
주변에 강줄기를 따라 지어놓은 거대한 콘크리트 다리가 시선을 빼앗아 갔다. 터널도 마찬가지였다. 콘크리트 다리가 꼭 필요했다면 하얀 콘크리트 색을 주변 산 색깔로 칠이라도 했어야 했다.
휴게소에서 본 도담삼봉 건너 마을도 문제였다. 나지막한 언덕에 검정 차양막을 친 비닐하우스가 몇 채 있었다. 그리 비싼 땅 값이 아닐 텐데 단양군에서 사들여 도담삼봉이 돋보이도록 말끔한 시야를 확보했어야 했다. 한발 더 양보하더라도 비닐하우스보다는 아름답고 깔끔한 농가주택을 짓도록 지원했어야 했다.
멀리 산속에 보이는 하얀 고층아파트 군도 문제였다. 도담삼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그 아파트 군을 피하느라고 신경 쓰일 정도였다. 굳이 그 곳에 고층아파트 허가를 내준 것도 문제이고 그곳이 아니더라도 고층아파트를 지을 땅은 많은 동네였다.
도담삼봉 바로 앞에 설치된 모터보트 선착장도 문제였다. 미관상으로도 보기 흉했다. 굳이 선척장이 필요했다면 도담 삼봉의 경관을 해치지 않는 장소에 설치했어야 했다.
휴게소에서 석문으로 가는 구석에 음악분수라며 야외 노래방 시설이 있었다. 한 곡에 2천원을 내면 도담삼봉 동네가 떠나가도록 한 곡조 뽑을 수 있다. 겨울철에는 영업을 안 한다지만, 도담삼봉을 유원지 화 한 발상이 한심하다.
개발의 기본은 자연을 되도록 살리는 것이다. 자연을 손상해서 개발하고 나면 정작 무엇을 위해서 개발했는지 의아해진다. 도담삼봉 주변의 개발은 개발의 본질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의 우매한 짓이다. 관광지란 다시 가보고 싶어져야 하는데 옛날의 추억을 망가뜨렸을 뿐 아니라 다시는 가보고 싶지 않은 곳으로 돈 들여 망쳐 놓은 것이다. 이억이 우리 관광 개발 현장의 현주소이다. 개발하기 전에 자문 위원단 얘기라도 제대로 들어 봤는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