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雪國, 바람의 언덕 선자령에서 텅 빈 충만을

기사입력 2017-02-27 13:29

▲雪國, 바람의 언덕 선자령에서 텅 빈 충만을(김진옥 동년기자)
▲雪國, 바람의 언덕 선자령에서 텅 빈 충만을(김진옥 동년기자)
지난달에 백두대간 선자령으로 겨울산행을 했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고 그동안 세 번이나 갔다 왔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눈길이었다. 스틱을 사용해도 속도가 나지 않았다. 대관령 휴게소에서 출발해 백두대간 능선을 따라 멀리 강릉과 동해가 다 내려다보이는 새봉 전망대를 지나 풍력발전기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선자령(1,257m) 정상까지 올라갔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마치 선경(仙境) 같았다.

▲雪國, 바람의 언덕 선자령에서 텅 빈 충만을(김진옥 동년기자)
▲雪國, 바람의 언덕 선자령에서 텅 빈 충만을(김진옥 동년기자)

내려올 때는 눈이 수북이 쌓인 활엽수 숲속을 지나 그림보다 더 아름다운 양떼목장을 지나 원점회귀했다. 그날 일기예보는 영하 15도의 추위라고 했는데 선자령은 눈가루가 하얗게 섞인 칼바람에 체감온도는 영하 20도쯤 되는 것 같았다. 혹한에 멋진 설경 담아오겠다고 배터리도 두 개나 가지고 갔는데 추위에 카메라가 작동되지 않았다. 그러나 일행 중에 카메라 보온덮개를 준비한 사람이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손가락은 꽁꽁 얼어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았다. 스키 장갑만 믿고 핫팩을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雪國, 바람의 언덕 선자령에서 텅 빈 충만을(김진옥 동년기자)
▲雪國, 바람의 언덕 선자령에서 텅 빈 충만을(김진옥 동년기자)

양떼목장에 양은 없었지만 마음속에는 이미 가득

내려오는 코스는 숲속을 지나서 양떼목장을 따라 내려오는 길이었다. 겨울이라 그런지 양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고 드넓은 목장은 온통 눈으로 덮여 있어 마치 동화의 나라 같았다. 끝없이 이어서 걷는 사람들 외에는 모두 흰색뿐이었다. 다양한 원색의 등산복들은 마치 설원에 핀 꽃들 같았다. 일행과 함께 하산하는 중이었지만, 잠시 멈춰 어느 것 하나 보이지 않는 눈 쌓인 목장을 바라보면서 쓸쓸하다는 생각보다는 순백의 아름다움과 함께 텅 빈 충만감을 느낄 수 있었다. 마음속으로는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 세 마리… 끝없이 이어졌다. 아무래도 돌아오는 겨울에도 다시 갈 것 같다.

▲雪國, 바람의 언덕 선자령에서 텅 빈 충만을(김진옥 동년기자)
▲雪國, 바람의 언덕 선자령에서 텅 빈 충만을(김진옥 동년기자)

고단함 끝에 얻어지는 것들

겨울산행은 아이젠과 롱 스패츠를 착용해도 위험하고 눈 속에 빠져 고생한 적도 있어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했지만, 앞으로 더 약해질 체력을 생각하며 일주일간 망설이면서 고민을 했다. 힘들 거 뻔히 알면서도 강행하려는 마음은 아직도 도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서다. 그리고 힘든 산행을 마친 후에는 몸은 고단하지만 정신은 맑아지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필자는 평소에도 운동을 지나칠 정도로 하곤 한다. 이번 등반 중에도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매서운 칼바람을 다섯 시간씩 맞아가며 고생했지만 바람이 적은 골짜기에 수북이 쌓인 눈 속에 누웠을 때 어머니 품 같은 포근함이 마냥 좋았다. 두 볼은 얼음사과같이 되었지만 드넓은 설원을 걷는 내내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가슴이 벅차올랐다.

선자령에서의 멋진 경험으로 올 한 해도 혹시 마음 상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훌훌 털어버릴 수 있을 것 같다. 자연의 힘은 바로 이런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 버티기 힘들었던 상황을 잊지 않는다면 어려운 일이 닥쳐도 두려울 것이 없을 것이다. 힘들었던 것만큼 깨달은 것도 많았던 겨울산행이었다.

▲雪國, 바람의 언덕 선자령에서 텅 빈 충만을(김진옥 동년기자)
▲雪國, 바람의 언덕 선자령에서 텅 빈 충만을(김진옥 동년기자)

* 겨울산행 tip

보온 유지는 필수. 두꺼운 겉옷 하나보다는 얇은 옷 여러 겹을 입는 것이 보온에 더 좋다.

스틱, 아이젠, 스패츠, 핫팩, 보온병은 필수. 카메라와 배터리 보온 커버도 준비할 것.

선자령처럼 눈과 바람이 심한 곳에서는 스키용 고글이 좋다.

일기예보를 100%로 믿지 말고 대비하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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