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페리로 약 1시간이면 갈 수 있는 마카오는 서울 면적의 20분의 1 정도의 작은 땅으로 대부분 홍콩 여행 중 한나절 코스로 잡고 다녀올 수 있는 여행지다. 최근 베네시안이나 시티오브드림 등 볼거리가 풍성해지면서 카지노 도시라는 이미지를 벗고 건전한 가족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마카오로 가는 가장 편리한 방법은 항공편을 이용하는 것이다. 여러 항공사에서 마카오에 취항하고 있는데, 지난 10월 마카오로 첫 취항을 시작한 에어서울 마카오 신규 취항 프로모션으로 88000원짜리 티켓을 구했다. 저가 항공이지만 좌석 간격도 넓고 무료 수화물 허용량도 넉넉해 좋았다. 아들과 함께하는 여행이어서 구시가지 유적을 돌아보고 간식을 사먹으며 소소하게 즐기기 좋은 세나도 광장 근처에 있는 호텔을 구했다.
“세나도 광장으로 가서 저녁으로 완탕면 먹을까?”
가벼운 마음으로 호텔을 나섰다. 필자가 묵었던 소피텔에서 세나도 광장까지는 버스로 한 정거장 거리였다.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오는 길에 세나도 광장을 봐두었기 때문에 잘 찾아갈 수 있었다.
마카오의 12월 평균기온은 15~20도 내외. 한낮에는 반팔 셔츠를 입고 거리를 활보해도 될 만큼 따뜻했다. 저녁에도 셔츠 위에 얇은 카디건 하나만 걸쳐도 충분할 만큼 부드럽고 달달한 날씨였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세나도 광장은 분수대에 설치한 커다란 트리와 알록달록 현란한 조명이 반짝였다. 그래서 광장에 들어서면 한눈에 보이던 이국적인 건물들과 검은색, 베이지색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물결무늬 타일을 감상하기 힘들었다. 광장을 가득 메운 인파와 쉼 없이 반짝이는 수만 개의 전구에서 성탄절의 흥취와 열기를 흠뻑 느낄 수 있었다.
세나도의 좁은 골목길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서울 면적의 20분의 1, 관악구 면적밖에 안 되는 마카오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건물이 수십 채에 달한다. 대부분 구시가지 세나도 광장 주변에 몰려 있다. 400년 동안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았던 탓에 유럽풍의 아름다운 성당이 많았다. 전면부만 남았어도 그 존재감만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성 바울 성당, 1587년 마카오에 최초로 세워진 성 도밍고스 성당과 대성당 등을 감상하면서 부지런히 걸었다. 육포 거리를 지나며 육포 시식을 너무 많이 했더니 목이 말랐다. 우리는 망고주스를 마시면서 비첸향 옆집에서 육포를 샀다.
루돌프가 끌어주는 썰매를 타고 언 손을 호호 불며 산타 할아버지가 다녀가는 크리스마스는 1년 중 가장 추운 12월이다. 이때 사람들은 낭만적인 크리스마스를 꿈꾸며 화이트크리스마스를 기대한다. 그런데 마카오의 크리스마스는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따뜻한 세나도는 달뜬 마음으로 거리를 돌아다니기 적당했다. 짚으로 만들어놓은 마구간 위에서 커다란 별 하나가 빛났다. 아기예수께 경배하는 동방박사 조형물 앞으로는 봄바람 같이 따스한 바람이 살랑 불었다.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봄날 같은 크리스마스는 색달라서 좋았다. 한국에서 불과 3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마카오에서 맞이한 색다른 크리스마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