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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 속 고독보다는 혼자의 외로움이 낫다

기사입력 2016-11-30 10:44

뒤늦게 의사가 되고 싶어 하는 남자가 있었다. 의대 입학을 준비하던 사내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의대에 진학한다 해도 6년이란 시간이 지나야 의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문제였다. 하루는 남자가 한 친구에게 물었다.

“지금부터 6년 후면 난 마흔네 살이 돼! 너무 늦지 않을까?”

“늦는다고? 의대를 다니지 않는다 해도 6년이 지나면 자넨 결국 마흔네 살이 될 텐데?”

남자는 친구의 대답을 듣는 순간 망설임 없이 학교로 달려가 입학 서류를 냈다.

이 글을 읽으며 필자의 소심함을 질책했다. 무엇을 하든 안 하든 시간은 흐를 것이다. 나이도 먹어갈 것이다. 그러니 하고 싶은 일을 망설이지 말고 당장 해보자 생각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독서였다. 인문학 관련 책을 읽으면서 먼저 삶을 경험한 사람들의 통찰과 지혜를 엿보기로 했다. 지식은 공부를 통해 얻을 수 있지만, 삶의 지혜와 통찰은 사색과 경험에 의해서 얻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톨스토이의 <참회록>, <어떻게 살 것인가>, <인생이란 무엇인가> 등의 고전을 읽으며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성경 속의 많은 비유를 통해 인간의 속성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자 필자의 생각이 조금씩 변했다. 자신보다는 언제나 주변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며 살았던 무거운 삶을 내려놓게 되었다. 그렇다고 이기적인 사람이 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영혼이 편안해지면서 행복한 일을 하며 살고 싶은 욕구가 더 커졌다는 것이다.

혼자 할 수 있는 취미도 찾았다. 서울 도성 길도 걸어보고 차츰 먼 곳으로 혼자 떠나는 여행도 시도해봤다. 길을 걸으며 많은 친구들을 만났다. 이전에는 들을 수 없었던 자연의 소리도 들려왔다. 바람소리와 어우러진 청명한 새소리, 나뭇잎들끼리 서로 몸 비비는 소리를 들으면 너무 행복했다. 길가의 작은 꽃들에게도 인사를 건네기 시작했다. 쫓기듯 살아왔던 시간들은 이제 온전히 필자의 것으로 다가왔다. 자연 속에서 생각해보니 그동안 힘들었던 일들이 밖에서 온 것이 아니라 모두 마음속에서 생겨난 것임을 알게 되었다. 필자는 길을 걸으며 아프고 괴로웠던 시간과 기억들을 하나씩 내다버렸다.

필자는 많은 사람과 사귀는 것을 원치 않는다. 한두 사람이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들과 아름다운 인연을 만들어가며 죽기까지 지속하길 바란다.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 같은 감동을 받을 줄 아는 사람, 같은 책을 읽고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결혼식에 온 많은 하객들이 혼주의 명망을 과시하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있겠지만 혼주를 사랑하지는 않는다. 군중 속의 고독과 같다. 혼자만의 외로움보다 더 심각한 외로움이다. 한두 사람에게 아낌없이 마음을 내어주고 그들에게서 필자도 진한 사랑을 느끼고 싶다. 헛된 것들에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지 않고 내 자신에게 집중하고 싶다. 그것이야말로 이웃을 진정으로 돌보며 기뻐하는 것이고. 자신을 사랑하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땀을 흘리며 걷고 나면 얼굴색이 달라진다. 그것이 진짜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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