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돌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름의 원칙과 기술이 필요할 것이다. 모두에게 통하는 정답은 없다. 우선 나만을 위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도 방법이 잘 떠오르지 않아 막연하다면 각 분야 인사들의 노하우를 참고해보는 것은 어떨까? <편집자 주>
◇ “내 인생의 기본은 후회 없이 사는 것” 강민지 (직장인·56)
나는 60세가 되든 70세가 되든 배우고 싶은 게 있으면 배우고 싶다. 사람이라면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 일하는 곳에서 마음 수양을 한다. 사찰에 들어가면 혼자 수행하지만 여기서는 사람들과 부딪치고 느끼면서 도를 닦는다. 격분했을 때 한 번, 두 번, 세 번 삭힌다. 그러면 후에 정말 참길 잘했구나 생각하게 된다. 부딪치면서 내 마음속 내면과 사귀는 것이다. 그리고 항상 ‘나는 천사다’라고 되뇐다. 내가 참고 고운 말을 했을 때 상대방도 달리 받아들인다. 2~3년 꾸준히 실천하면서 생각한 결과다. 머리를 깎은 이유는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겉치레는 전혀 필요 없다.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가장 어렵다” 하석 박원규 (서예가·69)
바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다. 그 약속을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자신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자기밖에 모르는 것이 나와의 약속이다. 예를 들어 내가 4시 반에 일어나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못 일어났다고 상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신과의 약속을 소홀하게 생각하고 이랬다저랬다 하면 발전이 없다. 어떤 약속이든 모두 소중하지만 무엇보다 내 자신과의 약속을 가장 앞에다 놓는다.
◇“영양제는 약이 아니라 건강을 위한 식품이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49)
꽃중년을 위해 가장 권하고 싶은 것은 영양제다. 나는 매일 아침 5종류의 영양제를 먹는다. 종합비타민제와 오메가3, 비타민D, 칼슘과 마그네슘, 유산균 캡슐이다. 영양제는 건강을 위한, 가장 비용효과적인 수단이다. 음식으로 건강을 챙기려면 누군가 발품을 팔고 비용을 지불해 싱싱한 재료를 사서 정성껏 조리해야 한다. 운동은 한 시간 이상 구슬땀을 흘려야 한다. 그러나 영양제는 한 달 1만~2만원의 비용으로 물과 함께 삼키면 그만이다. 영양제는 약이 아니라 식품이다. 음식으로 이들 영양소를 모두 챙겨먹는 것은 바쁜 현대인에게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평소 10년은 젊어 보인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집사람이 챙겨주는 영양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위한 격려와 칭찬부터 시작하자” 유경 (프리랜서 사회복지사, 어르신사랑연구모임 대표·56)
‘자기 돌봄’은 ‘자기 돌보기’와 ‘자기 돌아보기’를 합한 것이 아닐까? 먼저 ‘나 돌아보기’. 잘한 일보다는 부끄럽게 여겨지는 일이 많아, 미련과 후회의 큰 파도가 덮쳐오곤 한다. 그럴 때는 자책보다는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그러면서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는 어린아이를 안아주며 위로하고 칭찬하기. 잘 견뎌냈다고, 지금 잘하고 있는 거라고 토닥여주기. 이젠 ‘나 돌보기’로! 시원한 캔맥주와 추리소설 속으로 풍덩.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소설에 집중하다 보면 기분전환과 함께 정신도 눈도 반짝반짝. 결국 나로부터 시작하는 격려와 칭찬이 ‘자기 돌봄’의 원천.
◇“나를 돌봐야 사랑하는 이들을 잘 돌볼 수 있다” 이종락 (주사랑공동체 교회 목사·62)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정작 나를 돌보지 못했다. 최근에는 매주 목요일을 쉬는 날로 정해 아내와 온천도 가고 드라이브도 한다. 당연히 타인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버텨온 삶인데, 그런 일상들이 쌓여 여유롭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주변 사람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내가 나를 돌봐야 다른 사람에게도 행복감을 주고 잘 돌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맛있는 음식도 먹어보고 좋은 곳에도 찾아간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산책을 하며 건강도 챙기려고 한다. 자기 책망이나 미움보다는 감사하는 마음, 긍정적인 마음이 중요하다. 사랑, 행복, 위로의 에너지를 나를 돌봄으로써 채우고, 그 에너지를 주변 사람에게 나눈다. 그런 점에서 힐링은 필요하다.
◇“내 삶을 풍성하게 하는 일을 한다” 현경 (유니언신학교 종신교수·60)
나를 나답게 정화하고 진화시키는 것이 곧 나의 일이다. 그것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나를 만나기도 한다. 완전히 다른, 가령 미술사를 공부하는 곳에서 친구를 만난다든지 탱고를 배운다든지 하는 것이 모두 나를 풍성하게 하는 일이다. 학교에서 일하고 새벽에 일어나서 명상하고 학생들을 가르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주 열심히 일한다. 금요일 오후부터는 모든 것을 딱 닫아버린다. 인터넷도 안 한다. 주로 자연에서 시간을 보낸다. 등산을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스키를 타거나 바다로 간다.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호기심 유지하기” 장순근 (극지연구소 정책자문위원·70)
직장을 떠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관련된 일을 계속하는 것이고, 둘째는 사람들과 많이 어울리는 것이었다. 전자의 일을 위해 그동안의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을 부지런히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극지를 자주 오간 사람이 많지 않다. 내가 정리하는 것이 작은 기록일지라도 가치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후자의 결심을 위해 가까운 사람들과 가능한 한 자주 어울리고 있다. 매월 과학책 한 권을 읽는 과학 독서아카데미에도 빠지지 않을 것이다. 10대에서 80대까지 참여하는 이 모임은 내가 여러 계층의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단 하나의 귀중한 모임이다. 호기심이 없고 즐겨 하는 일이 없으면 늙는다고 한다.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