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보장' 신뢰는 금물…등록 여부ㆍ발급기관 등 꼼꼼히 따져야
‘고소득 취업 보장, 2주 만에 취득 가능, 국가가 인정한 전문 자격, 응시료 전액 무료.’ 몇몇 민간자격증 홍보물에 쓰이는 문장이다. 사실 이 정도라면 거의 허위·과대 광고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 다른 건 몰라도 ‘취업 보장’이라는 멘트는 일단 걸러야 한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이는 구직을 꿈꾸는 중장년에겐 달콤한 미끼로 작용하고 있다.도움말 권미경 커리어컨설팅 대표, 김슬기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일자리지원팀장
한국직업능력연구원(KRIVET) 자격센터가 발행한 동향 리포트에 따르면 2023년 12월 말 기준 민간자격 수는 5만 1614개다. 최근 10년의 추이를 보면 해마다 5000~6000개 이상의 신규 자격이 등록, 1000~2000개 정도의 자격이 폐지되고 있다. 폐지된 민간자격을 기준으로 볼 때, 과반수인 64%가 5년을 채 유지하지 못하는 상황(2년 미만 32%, 2~4년 32%). 10년 이상 등록을 유지한 곳은 2%에 불과했다. 한편 2023년 민간자격 표시·광고 모니터링 적발 건 현황을 살펴보면, 약 80%가 미등록의심(인터넷 홈페이지 및 인쇄 매체 포함) 건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20%가량은 거짓·과장 건이었는데, 이 중 70% 이상이 인정 또는 승인 자격으로 오인케 하는 사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통계만 보더라도 민간자격 취득을 준비하려 할 때는 실제 등록된 자격인지부터 알아보는 것이 기본이다. ‘등록 민간자격’이란 국가 외 개인·단체·법인이 국가가 금지하는 사항(국민의 생명·건강·안전 등)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의무적으로 등록하여 운영하는 자격을 말한다. 이렇게 등록된 민간자격 중 국가에서 우수하다고 인정(공인)한 자격은 별도로 ‘공인 민간자격’이라 칭한다. 공인받은 자격을 취득한 경우에는 이에 상응하는 국가자격 취득자와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 등록 유무 및 자격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찾아보려면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서 운영하는 ‘민간자격정보서비스’ 홈페이지를 이용하면 된다. 여기에서 등록 및 공인 민간자격을 비롯해 폐지 자격 등에 대한 정보를 검색·확인할 수 있다. 간혹 이미 폐지됐음에도 등록된 자격인 양 홍보하는 곳들이 있으니 잘 살펴보도록 하자.
민간자격은 취업 보장하지 않아
그렇다면 등록된 민간자격은 모두 믿을 만한 것일까? 사실 이 부분은 신뢰보다 그 효용성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민간자격을 취득하려는 경우 대체로 구직활동에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가 크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대로 민간자격증은 취업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이는 국가공인자격도 마찬가지다. 직군에 따라 다르겠지만, 특정 직업을 갖기 위한 필요조건일 수 있으나 취업까지 연결되는 충분조건은 아니란 얘기다.
권미경 커리어컨설팅 대표는 “자격증 발급 업체에서 ‘취업 보장’, ‘월수입 얼마 보장’ 등을 내세우며 유인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홍보 문구가 쓰였다면 이미 레드오션이라고 봐도 된다. 많은 비용을 들여 수강하고 자격증까지 발급받았는데, 정작 취업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취업연계형이라고 하는 자격도 발급기관 등을 충분히 검증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간자격이 지닌 최대 장점은 단시간 내, 어렵지 않게 취득 가능하다는 것 아닐까. 이 또한 분야마다 상이하겠지만, 한두 달 내외로 취득 가능한 자격증이 상당수다. 짧게는 하루이틀 만에도 취득할 수 있고, 별다른 요건 없이 강의를 듣는 것으로 자격을 부여해주기도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보면 민간자격만 수십 개 땄다는 이도 있고, 일주일에 5개 자격증을 모았다는 이도 있다. 그런데 취업 시장에서는 민간자격의 양이 그리 쓸모 있게 발휘되는 편이 아니다. 누구나 쉽고 빠르게 취득하는 자격증일수록, 이에 대한 전문성 및 신뢰도는 약하게 평가되기 마련이다.
김슬기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일자리지원팀장은 “마치 쇼핑하듯 자격증을 모으는 분들이 있다. 직업 탐색 차원에서 자격증에 도전하는 건 괜찮지만, 무분별하게 맹목적으로 취득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특정 자격증에 관심이 생겼다면, 먼저 내가 하려는 직업이나 직군에 쓸모가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워크넷 홈페이지에 가면 ‘한국직업사전’이 있는데, 여기서 직업을 검색해보면 필요한 자격이 나온다. 또는 취업 포털사이트 등에서 원하는 직군의 모집 요강 내 우대 자격 등을 살펴봐도 좋다. 이러한 정보를 참고해 불필요한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 돈과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조언했다.
민간자격의 홍수, 발급기관 따라 천차만별
그렇다고 민간자격증이 쓸모없다 여길 필요는 없다. 협회나 학회 발급 민간자격 중 아직 국가공인자격증에 진입하지는 않았지만 유관기관이나 기업에서는 해당 자격증을 높이 사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권미경 대표는 “국가자격보다 민간자격에 대한 인식이 낮은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민간 자격을 아예 터부시할 수는 없다. 민간자격 중에서도 발급기관인 학회나 협회 등에서 꾸준히 잘 관리하는 경우, 관련 업계에서는 해당 자격증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신뢰해준다. 자격증 발급 과정에서 사전 교육이나 자격증 취득 후 필수 교육을 진행하는 곳일수록 관리가 잘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자격정보서비스 홈페이지에서 민간자격을 검색해보면 동명의 자격증이 여럿인 경우가 흔하다. 이때는 자격관리(발급) 기관을 중심으로 검토해보면 좋다. 먼저 등록된 시점(등록번호)을 보면 해당 자격증의 역사가 얼마나 됐는지, 유지 기간 등을 파악할 수 있다. 기관 홈페이지가 있는 곳이라면 링크를 타고 들어가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좋다. 관련 홈페이지가 없는 곳이라면 관련 정보를 얻기 힘들기 때문에 신뢰성 및 전문성 검증도 쉽지 않아 걸러지게 마련이다. 더불어 응시자 및 취득자 수를 기재해둔 기관이라면, 자격증에 대한 관리가 비교적 잘 이뤄진다고 유추할 수 있다.
김슬기 팀장은 “온라인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취업 상담기관 등을 찾아 자격증이나 발급기관에 대한 자문을 구하는 것이 좋다. 중장년의 경우 동년배끼리 자격증 취득을 권유하거나 입소문을 내기도 하는데, 자칫 잘못된 정보가 와전되기도 한다. 혹여 절친한 지인의 이야기라도 한 번 더 점검하는 과정을 거치길 바란다. 또 시기마다 유행하는 자격증이 있는데 분위기에 휩쓸려 취득을 준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