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메뉴

[기가 막힌 나만의 아지트 대공개] 뒷동산의 추억

기사입력 2016-09-06 10:48

▲뒷동산 뭉게구름 속 대한민국. (백외섭 동년기자)
▲뒷동산 뭉게구름 속 대한민국. (백외섭 동년기자)
어린 시절 뒷동산 고갯마루에서 꿈을 키웠다. 성년이 되어서는 대도시 고갯마루를 찾았다. 어머님 품 같이 포근한 그곳에서 마음을 다스리고 활력을 얻었다. 가는 곳마다 필자의 아지트 ‘고갯마루’이다.

◇시골 뒷동산으로 가출

할아버님과 할머님이 초등학교 입학 때까지 계셨다. 할아버님께서 천자문을 가르쳐 주셨고 할머님은 항상 업어주셨다. 그때까지 아버님, 어머님에게 안겼던 기억이 없다. 조부모님의 손자사랑 덕분에 꾸지람 한 번 들어본 일도 없었다.

행복은 거기까지였다. 초등학교 다니면서부터 상황은 완전히 바뀌고 말았다. 부모님의 직할통치가 시작되고 ‘훈시’가 본격화 되었다. 그것을 알아차리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입학 몇 년 후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한 이맘 때로 기억된다. 어느 날 아버님으로부터 이유도 모르는 ‘불호령’이 떨어졌다. 너무나 서러웠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뜨거운 눈물이 쏟아졌다.

집에 있기 싫었다. 어디론가 가고 싶어서 무작정 집을 나섰다. 이른바 가출이었다. 사람들이 쉽게 보는 논과 밭이 있는 마을 앞으로는 갈 수 없었다. 한 번도 가지 않았던 뒷동산으로 방향을 잡았다. 병풍처럼 마을을 감싸고 있는 큰 산으로 연결되는 곳이다. 비교적 쉬운 길을 걷다가 경사진 대목 ‘고갯마루’에 이르자 덜컥 겁이 났다. 뛰어봐야 벼룩이지! 어린이가 어디로 가겠는가?

◇어린 시절 꿈을 키운 뒷동산 고갯마루

큰 소나무 몇 그루가 있고 펑퍼짐한 쉼터가 있었다. 그곳에 멈췄다. 그날따라 석양에 물든 빨강·분홍·하얀색 새털구름·조개구름·뭉게구름이 황홀하게 피어났다. “저 구름 위에 오를 수 없을까? 구름을 타면 어디까지 갈까?” 짧은 시간이지만 상상의 날개는 끝이 없었다. 가슴이 펑 뚫리는 것 같았다. 구름 위로, 더 멀리 하늘을 훨훨 날고 있었다. 아버님의 꾸지람은 이미 잊고 말았다.

날이 어두워져 집에 왔으나 농사일에 바쁘신 부모님은 “어디 갔다 왔느냐?”고 묻지도 않으셨다. 아니 어린 아들의 겁 없는 가출(?)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셨다. 몇 시간의 짧은 가출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필자에게만 남는 추억이 되고 말았다. 다시는 가출할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성장하면서 동생과 가끔 그곳에 오르곤 하였다. “우리는 무엇이 될까?” 제일 많이 나누었던 이야기로 기억된다. 더 자라면서 친구들과 숨바꼭질하는 놀이터였다. 어린 시절 꿈을 키운 필자만의 아지트가 되었다.

◇새로운 아지트 도시의 고갯마루

성인이 되어서 산행을 꾸준히 하였다. 북한산·관악산·청계산을 올라서면 ‘고갯마루’를 만났다. 여름에는 바람이 제일 시원하게 불고, 겨울에는 눈으로 포근하게 덮어주었다. 산을 오르고 내리는 사람이 쉬면서 교차하는 곳이었다. 잘 자란 나무 몇 그루가 햇볕을 가려주고, 평탄한 자리는 막걸리 한 잔 들이키면서 대화하는 광장이 되었다.

고갯마루 가는 곳마다 새로운 아지트로 삼았다. 친구들과 둘러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면 모두가 어린아이가 되었다. 조개껍질처럼 옹기종기 ‘도시’가 발아래 펼쳐졌다. ‘천군만마 위에 군림’하는 호기를 부릴만한 곳이 고갯마루다. 책 한 권 펼쳐들면 신선이 따로 없다. 모두가 다 아는 만인의 아지트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더 궁금해요0

관련기사

이어지는 기사

저작권자 ⓒ 브라보마이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댓글

0 / 300

브라보 인기기사

  • 중년의 풀리지 않는 숙제, 인간 관계 맺음 5가지 유형은?
  • 길어진 노후, 순탄한 인생 위한 중년의 관계 방정식
  • 김수환·이어령, 그들은 왜 추앙받았나
  • “어른 됨은 성숙한 시민성”, 좋은 어른 꿈꾸는 청년 공동체 ‘유난’

브라보 추천기사

브라보 테마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