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형 실버타운·요양원 현장을 가다

시니어 업계의 핵심 축으로 ‘하우징’이 부상하고 있다. 노인복지주택(실버타운)을 비롯한 양로시설, 요양시설 등 국내 시니어 시설의 보급률은 증가하는 고령층 수요에 비해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민간기업들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며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그간 실버타운 설립의 걸림돌이었던 ‘토지 및 건물 소유 의무’도 완화돼, 사용권만으로도 사업 추진이 가능해졌다. 다만 요양시설은 규제 완화에 포함되지 않아, 복합 의료 돌봄을 포함한 통합형 시니어 하우징 모델이 등장하려면 추가적인 제도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기업 뛰어든 주거 시장
실버타운은 법적으로 만 60세 이상, 자립 가능한 노인만 입주할 수 있다. 대형 건설사가 미래 먹거리 실버타운 시장에 뛰어들면서 라이프스타일 중심의 고급 주거 상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롯데건설이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짓는 ‘VL르웨스트’는 810실로 국내 최대 규모로 꼽힌다. 최고 18억 원의 입소보증금과 월 350만 원의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대기 기간만 5년 이상에 이른다.
이어 주목받는 곳은 부동산 개발사 엠디엠 그룹이 시행하고 대우건설이 시공을 맡은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이다. 경기도 의왕시 백운밸리에 조성 중이며, 오는 11월 입주를 앞뒀다. 한미글로벌은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위례 심포니아’를 준공하고 지난 3월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현대건설은 ‘은평 시니어 레지던스’ 착공을 시작했으며, HDC현대산업개발은 서울 광운대역 역세권에 ‘웰니스 레지던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생명보험 업계는 요양시설 중심의 모델에 집중하고 있다. 요양원은 65세 이상 노인 중 장기요양 등급(1~5등급)을 받은 노인이 이용할 수 있다. KB골든라이프케어는 KB라이프생명의 자회사로, 2016년 생명보험 업계 최초로 요양사업에 진출했다. 현재 주야간 보호시설 강동·위례케어센터, 요양시설 위례·서초빌리지, 실버타운 평창카운티 등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은평에 이어 강동, 광교 등 지역에 빌리지를 추가 개소할 계획이다.
KB골든라이프케어 관계자는 “최근 생명보험 업계는 인구 감소와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미래 성장 동력을 모색 중”이라며, “KB라이프는 요양 서비스 진출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시니어 라이프 케어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노인 인구와 장기요양 등급자 증가로 요양 서비스 수요는 급증하고 있으나, 수도권에는 인프라가 부족해 외곽 지역 입소 사례가 많다”며, “KB골든라이프케어는 수요는 높지만 공급이 부족한 지역에 집중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신한라이프는 자회사 신한라이프케어를 통해 올 하반기 경기도 하남 미사에 요양원을 개소할 예정이다. 2027년에는 서울 은평구에 실버타운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생명과 NH농협생명, 삼성생명도 요양 및 실버타운 시장 진입을 준비 중이다. 특히 삼성생명은 ‘노블카운티’라는 성공 모델이 있어 관심을 끈다. 이와 같이 새로운 요양시설은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해 본인부담금이 200만~300만 원대로 기존 요양원(약 100만 원)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산층 위한 케어형 실버타운 주목
현재 실버타운은 고소득층, 정부 지원 주택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중산층이 소외되는 구조다. 굿네이버스 미래재단은 2021년 아주대학교 산학협력단과 함께 ‘시니어 주거 공동체 모형 및 조성 방향 연구’를 진행하고, 중산층을 위한 새로운 거주 형태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핵심은 실질적인 자립과 사회적 활동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의료 돌봄이 가능한 ‘케어형 실버타운’이 점점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한다. 기존 실버타운과 요양시설 사이를 메우는 새로운 유형이다. 건강이 완전히 유지되지는 않지만 요양시설 입소 수준은 아닌 고령자에게 적합한 형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시니어 토털 케어 기업 케어닥의 ‘케어홈’이 있다. 현재 송추, 용인, 배곧 등에서 지점을 운영 중이며, 전문 간호인력 상주, 식사·복약 관리, 응급 대응 시스템 등을 갖췄다. 또다른 시니어 토털 케어 기업 케어링은 ‘케어링 스테이’라는 주거·돌봄 융합형 모델을 화성과 포천에 개소해 주목받았다.
실버산업 및 고령자 주거 분야의 전문가인 이한세 숙명여자대학교 실버비즈니스학과 초빙교수는 “65세 이상 인구가 1000만 명에 달하는 초고령사회에서 고령자 전체를 단일 집단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60~70대는 비교적 건강하고 활동적인 ‘액티브 시니어’에 해당하지만, 80대 이상은 다양한 건강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실버타운 입주는 힘들지만 요양시설 입소는 꺼리는 이른바 ‘낀 세대’를 위한 주거 모델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한세 교수는 “실버타운이 국내에 처음 도입된 것은 1988년으로, 당시에는 60대 초·중반 입주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시간이 흘러 입주자 간 연령 차가 최대 30년까지 벌어졌다”며, “이제는 액티브 시니어, 경증 돌봄 대상자, 집중 요양이 필요한 고령자 등 입주자의 상태에 따라 세분화된 주거 모델이 필요하며, 초기부터 맞춤형으로 시스템 구축 설계가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도움말 이한세 숙명여자대학교 실버비즈니스학과 초빙교수2014년 전국 실버타운을 전수 조사한 후 실버타운과 요양시설의 실제 운영 현황을 다룬 저서 ‘실버타운 간 시어머니, 양로원 간 친정엄마’를 출간해 주목받았다. 현재는 숙명여자대학교 특수대학원 실버비즈니스학과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현장 탐방① 실버타운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
(엠디엠플러스)ㆍ위치 경기도 의왕시 학의동 일대(11월 입주 예정) 규모 총 536세대
ㆍ비용 61㎡(18.45평) 보증금 6억 6000만 원+월 생활비 190만 원(의무식 30식 포함)/ 84㎡(25.41평) 보증금 9억 원+월 생활비 250만 원(의무식 30식 포함)
ㆍ홈페이지 baekwoonlakeprugio.com
국내 최초로 ‘세대 공존형 대규모 주거 단지’라는 콘셉트를 내세우며, 실버타운과 오피스텔이 함께 조성된 것이 특징이다. 실버타운 ‘스위트’ 536세대, 분양형 오피스텔 842실로 구성된 복합 단지다. 총 2개 단지, 13개 동(지하 6층~지상 16층) 규모로 조성된다. 실버 세대는 시니어 전용 시설에서 독립적인 삶을 영위하고 자녀 세대는 같은 단지 내의 오피스텔에서 생활하며 일상 속 교류가 가능하다. 실제로 부모와 자녀가 함께 입주하는 사례가 다수 포착됐다. 강태건 엠디엠플러스 개발부 과장은 “이전 거주지가 강남권이었던 입주 예정자들이 많다”며 “서울 접근성이 뛰어나고 백운호수 등 자연환경이 잘 조성되어 있어 시니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설명했다.
보증금은 다소 높지만, 운영은 시행사인 엠디엠플러스가 직영으로 맡아 운영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1단지에는 단지의 핵심 커뮤니티 시설인 ‘클럽 포시즌’이 들어선다. 실내외 수영장, 대형 헬스장, 골프연습장 등 고급 커뮤니티 시설이 마련될 예정이다. 식사는 전문 영양사가 조리하며 한상 차림으로 제공된다. 또한 전문 간호사 상주 및 대형 병원과의 협약도 체결돼 의료 서비스 측면에서도 안정적이다.
현장 탐방② 실버타운위례 심포니아
(손효정 기자)ㆍ위치 서울시 송파구 장지동 891 규모 총 115세대
ㆍ비용 20평대 보증금 5억 5000만 원+월 생활비 230만 원(의무식 50식 포함)/ 40평대 보증금 11억 원+월 생활비 335만 원(의무식 50식 포함)
ㆍ홈페이지 symponia.co.kr
서울 위례신도시에 자리 잡은 ‘심포니아’는 지하 4층부터 지상 9층까지 총 115세대로 구성된 고급형 시니어 레지던스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체계적인 설계와 차별화된 부대시설로 시니어 하우징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현장을 총괄하는 정기환 시설장은 삼성노블카운티와 더시그넘하우스를 이끈 시니어 하우징 전문가다. 그는 “식생활, 근력운동, 만성질환 관리를 핵심으로 삼고 있다. 어르신들이 100세까지 활력 있게 생활하실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심포니아는 실용성과 품격을 동시에 갖춘 부대시설을 자랑한다. 서빙 로봇이 운영되는 넓은 식당, 독서와 담소가 가능한 북카페, 실내 피트니스 공간을 갖췄고, 건강관리를 전담하는 간호인력이 상주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단지 인근에 유아 시설과 어린이집이 함께 조성돼 세대 간 교류 가능성도 열었다. 정기환 시설장은 “규모는 작지만 품질 중심의 운영을 통해 노인복지주택의 이상적인 모델을 만들고 싶다”며 입주자의 건강한 노후와 커뮤니티 중심의 생활에 대한 비전을 밝혔다. 신축 건물이라는 점과 서울권 입지를 고려하면 가격 경쟁력도 충분하다는 평이다.
현장 탐방③ 실버타운더네이버스타운
(굿네이버스 미래재단)ㆍ위치 경기도 시흥시 배곧동 18-12(2026년 5월 완공 예정)
ㆍ규모 58세대
ㆍ홈페이지 gntown.or.kr
비영리 기관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굿네이버스 미래재단이 실버타운을 건립한다. ‘더네이버스타운’으로 경기도 시흥 배곧신도시에 세워진다. 배곧신도시는 문화, 쇼핑, 여가 등 풍요로운 생활 인프라와 수도권을 빠르게 잇는 광역 교통망,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갖춘 곳이다. 굿네이버스 회원을 위한 공간으로, 활동적이고 자율적인 시니어를 주요 입주 대상으로 설계됐다. ‘이웃과 함께하는 삶’을 핵심 가치로 삼으며, 입주민이 이웃 및 지역사회와 상호작용하며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이를 ‘굿네이버스 특화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굿네이버스 국내 및 해외 사업장을 연계한 봉사활동 프로그램, 공동체 활동 등을 지원한다. 이러한 참여형 주거 공동체 모델은 기존 우리나라 노인 주거 영역에서 찾아볼 수 없는 혁신적이며 선도적인 유형에 해당한다.
또한 사전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개발된 시니어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My Health Record’와 같은 디지털 기반 통합 건강관리 시스템을 통해 예방 중심의 모니터링과 전문 상담을 제공하며, 전담 코디네이터가 입주자의 신체·정신·사회적 건강을 종합적으로 지원한다. 여기에 전문가 특강, 평생교육 프로그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 등을 통해 입주자의 삶의 질을 높인다.
현장 탐방④ 요양원KB골든라이프케어 서초 빌리지
(KB골든라이프케어)ㆍ위치 서울시 서초구 형촌2길 33 규모 정원 80명(1인실 36명, 2인실 44명)
ㆍ비용 1인실 350만 원 내외, 2인실 260만원 내외(본인부담금)
ㆍ홈페이지 www.kbgoldenlifecare.co.kr
“여기는 인간중심케어를 실천하는 곳, 존경받는 어르신들의 집 서초 빌리지입니다.” KB골든라이프케어 서초빌리지 아침 방송에서는 매일 이 같은 말이 나온다. 어르신들이 요양시설이 아닌 집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길 바라서다. 서울 서초구 우면동 내 조용한 주거지에 위치한 서초 빌리지는 KB골든라이프케어의 핵심 운영 가치인 인간 중심 케어를 실천하고 있으며, 따뜻하고 사람 사는 냄새로 가득하다. 현재 서초 빌리지 입소 대기자만 약 2500명이다.
모든 방은 1인실, 2인실로만 구성돼 있다. 24시간 상주 간호사와 일일 맞춤 운동 프로그램을 통해 개인 건강을 세심히 관리한다. 거실에서는 매 식사마다 갓 지은 밥 냄새가 난다. 입소 어르신들은 거실에서 함께 식사하고, 프로그램에도 참여하며 새로운 사회 속에서 거주한다. 한미순 시설장은 “약 20년 동안의 장기 요양시설 노하우와 경험을 활용해 어르신들의 삶의 질 향상을 책임지고 싶다”면서 “이곳이 어르신들에게는 편안한 집, 보호자에게는 신뢰받는 공간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