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메뉴

뉴노멀 시니어의 AI 패러다임 “의존이 아닌 활용과 창조”

기사입력 2025-04-07 08:12

단순 돌봄의 도구에서 새로운 노후 개척을 위한 도구로 변화

(어도비 스톡)
(어도비 스톡)

인공지능(AI)의 등장은 시니어의 삶의 질 향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뉴노멀 시니어는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새로운 삶의 방식을 개척하고 있다. 돌봄을 넘어 교육·여가 활동의 지평을 넓히고, 사회참여 기회를 확대했다. 수요자 중심의 관점에서 뉴노멀 시니어의 AI 이야기를 다뤄봤다.

뉴노멀 시니어는 높은 교육 수준, 양호한 소득·자산 여건, 활발한 사회·문화 활동 참여 등 기존 시니어와 차별화된 특징을 보인다. 특히 AI 기술이 산업 전반에 확산되는 상황에서 이들의 높은 IT 활용 능력은 빛을 발한다. 지난해 발표한 보건복지부의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보유율은 2020년 56.4%에서 2023년 76.6%로 상승했다. 컴퓨터 보유율 역시 12.9%에서 20.6%로 높아졌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 현상과 관련해 노인의 67.2%가 ‘정보화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응답, 여전히 디지털 격차가 존재함을 시사했다. 또한 디지털 접근성에 관한 제도 개선 사항은 노인 맞춤형 스마트 기기 및 애플리케이션 개발 29.5%, 정보화 교육 다양화 27.4%, 스마트 기기 이용료 지원 21.9%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디지털 환경에 대한 시니어의 높은 관심과 함께 실질적인 개선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시대 주역으로서 잠재력을 갖춘 뉴노멀 시니어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LG전자 반려 로봇 ‘Q9’(좌), 삼성전자의 ‘볼리’(우).(LG전자, 삼성전자 )
▲LG전자 반려 로봇 ‘Q9’(좌), 삼성전자의 ‘볼리’(우).(LG전자, 삼성전자 )

AI 기술, 시니어 능력을 확장하다

에이지테크(AgeTech)는 제품·서비스 등 고령자의 생활을 개선하는 모든 종류의 기술을 포함한다. AI의 발전으로 에이지테크 분야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고령자를 위한 AI의 초창기 모델은 대화형 돌봄 로봇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제는 이를 넘어 건강관리, 스마트홈 구축 등을 돕는 헬스케어 기기가 시니어의 관심을 받고 있다.

‘세계가전박람회(CES) 2025’를 봐도 이 같은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다. 시니어의 일상생활 영위를 돕는 AI 기술 발전이 두각을 나타낸 것. 먼저 LG전자는 반려 로봇 ‘Q9’로 관심을 끌었다. 두 다리에 달린 바퀴가 자율주행 기술로 움직이며, 집 안 내 다양한 가전과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연결하고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가 반려 로봇으로 내세운 것은 ‘볼리’는 사용자의 생활 패턴을 학습해 일정 관리, 가전 제어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며,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한다. 또한 두 회사는 휴머노이드 시대가 곧 열릴 것을 예고했다.

세라젬은 ‘CES 2025’에서 ‘홈 메디케어 베드 2.0’으로 지난해에 이어 혁신상을 수상했다. 수면 패턴을 모니터링하고, AI 기술을 추가해 입면과 기상 환경을 최적화하는 침대형 헬스케어 기기다. 또한 세라잼은 ‘CES 2025’ 전시관에서 수면 분석 AI 기업 에이슬립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에이슬립은 AI 기술을 바탕으로 수면 중 숨소리를 통해 수면의 질을 분석하고 다양한 수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슬립테크 기업이다.

이와 같이 최근 시니어 헬스케어 분야의 트렌드는 ‘비접촉’이라고 할 수 있다. 기기에 탑재된 센서가 건강을 측정한다. 딥메디의 ‘펄스페이스(PulseFace)’는 카메라를 활용한 비접촉 혈압 측정 소프트웨어인데, 최근 식약처에서 확증적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 제이씨에프테크놀러지의 ‘맥케어(MacCare)’는 비접촉식 생체 신호 측정 모니터링 레이더 센서다. 인체의 호흡과 심박으로 인해 미세하게 발생하는 움직임을 감지하고, 이를 생체 신호 데이터로 변환, 저장, 분석해 이상 징후를 사전에 예측한다. 돌봄과 헬스케어가 결합된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이경전 경희대학교 경영학·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는 주목할 헬스케어 기기로 스마트 글라스를 언급했다. 2011년 스마트 글라스를 공개했던 구글이 14년 만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어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와 같은 헬스케어 산업 트렌드에 관해 이경전 교수는 “AI를 통해 인간은 더 잘 들리고, 더 잘 보이고, 더 잘 걷고, 더욱 건강해질 된 것이다”라면서 “AI가 단순히 돌봄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인지 능력 및 신체 능력의 확장을 돕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어도비 스톡)
(어도비 스톡)

창조와 일자리, 황금빛 미래

헬스케어 기기 사용과 더불어 뉴노멀 시니어는 AI 기반의 대화형 챗봇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대화형 챗봇은 ChatGPT(챗GPT)다. 미국의 AI 연구재단 오픈AI가 2022년 11월 처음 공개했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해 자연어를 처리하고 응답을 생성한다. 이 같은 대화형 챗봇을 시니어가 활용하면 창조적인 여가 생활을 할 수 있으며, 업무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이경전 교수는 “시니어가 AI의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는 것”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AI를 통해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시대다. 특히 시니어는 시간적·경제적 제약으로 인해 과거누리지 못했던 다양한 활동을 AI를 통해 마음껏 펼칠 수 있다. 그림 그리기, 음악 작곡 등이 그 예다. 더 나아가 시니어의 사회참여가 확대되며, 수익 창출도 가능해진다. 이는 시니어의 고독감을 해소하고 정신 건강 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교수는 “50대는 물론이고, 60대와 70대도 AI와 친숙해지기 좋은 시기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교육할 때 만난 시니어들은 AI를 학습하고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면서 높은 만족감을 드러냈다”면서 “자신의 매력 자본을 증강하는 데 AI를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나 아직도 디지털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어려워하는 시니어가 많다. 이에 따라 궁극적으로 시니어 대상 AI 교육 지원이 활발해져야 한다. 단순한 기술 교육을 넘어 사회적 선순환 구조 구축도 가능하다. 먼저 교육받은 시니어가 전문성을 갖춰 또 다른 시니어를 교육하는 강사로 활동할 수 있기 때문. 현재 젊은 강사들이 주를 이루는 AI 교육 시장에서 시니어 AI 전문가 양성은 사회적으로 상호 윈윈(win-win)하는 전략이 될 수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는 노년층 사이에서 AI 교육 붐이 불고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교육 지원이 확대되고 있다. 한 예로 서울디지털재단은 올해도 ‘AI 탐험대 어디나지원단’을 통해 시니어 1만 8000명에게 AI 디지털·교육을 지원한다. 만 55세 이상 서울시민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으며, 4월 10일부터 교육 신청이 가능하다. 주요 교육 내용은 AI 음성명령 활용, AI 챗봇 서비스, AI 기반 건강관리 등 실생활에 밀접한 분야로 구성된다. AI 관련 교육을 받은 시니어에게는 강사 뿐만 아니라 데이터 라벨러 등의 직업이 추천된다.

시니어가 AI 활용 능력을 갖추면 이점이 많다. 너무 두려움을 느낄 필요가 없는 첫 번째 이유는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 AI는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어떤 정보를 취득할 것인지 최종 결정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는 데 있다. 시니어는 워낙 다양한 경험과 지혜를 갖고 있기에, 이 부분에서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

[인터뷰] 디지털 노마드 정남진 씨 “베이비부머에게 AI 시대는 기회”

1959년생으로 베이비부머 세대인 정남진 씨는 디지털 변화에 능동적으로 적응하는 삶을 살아왔다. 1999년 인터넷 혁명이 불기 시작했을 때, CBS 라디오 PD였던 그는 CBS 자회사이자 인터넷 멀티미디어 회사인 CBSi로 자리를 옮겨 대표까지 역임했다.

“인터넷 콘텐츠 사업 쪽에서 쭉 일해온 거죠. 그런데 60대가 넘다 보니 사회적 제약이 많이 생기더라고요. 우리 베이비부머 세대는 엄청난 에너지와 전문성으로 무장했고, 디지털 혁명을 경험한 세대라고 생각합니다. 은퇴했어도 멈출 수가 없지만, 재취업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죠. 그래서 디지털 노마드로 삶의 방향을 세우게 됐습니다.”

정남진 씨는 스스로를 ‘디지털 노마드’라고 표현한다. 과거 유목민이 이동하며 생활했던 것처럼, 디지털 노마드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시간과 공간에 제약받지 않고 자유롭게 일하는 사람을 뜻한다. 그는 “디지털 노마드라는 것은 삶의 스타일을 말하는 것이고, 일은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저는 동년배 시니어들에게 디지털 노마드를 추천합니다. 디지털 영역에서 자신의 역량을 재정비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거기서 수익을 창출하는 단계로 가야 한다는 겁니다. 찰스 핸디가 쓴 ‘코끼리와 벼룩’이라는 책이 있어요. 여기서 코끼리는 회사, 벼룩은 개인입니다. 코끼리 밖으로 나와 독립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책입니다. 저는 디지털 시대, 특히 AI 혁명이 펼쳐지는 지금 ‘강한 벼룩’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정남진 씨는 소셜미디어 마케팅, 컨설팅 등의 업무를 주로 맡고 있다. 현재는 SCI급 논문 투고 컨설팅 일을 하는데, 챗GPT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2023년 1월에 챗GPT를 처음 접한 후 AI 기술의 놀라움을 체감한 그는 “디지털 노마드로 살면서 2%의 부족함을 느꼈다. 그런데 챗GPT를 업무에 활용하면서 부족함이 채워지는 것을 넘어 102%로 넘어섰다”고 말했다.

“SCI급 저널 측과 영어로 소통해야 하는데, 챗GPT의 도움으로 현지인 못지않게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습니다. 1년 넘게 일을 잘 수행하다 보니 주변에서 저를 전문가라고 하는데,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게 나의 전문성인지, AI의 능력인지 모르겠는 거죠. 그러한 부분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저의 입지와 역량을 계속 예측해가고 있습니다.”

정남진 씨는 챗GPT를 ‘자연어 혁명’이라고 표현하며, 시니어도 어렵지 않게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챗GPT 창에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말을 넣기만 하면 된다. 너무 쉬운 일인데, 단 하나의 걸림돌은 시도하지 않다는 데 있다”고 조언을 전했다.

“우리 세대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아주 뛰어나잖아요. 그리고 경험과 전문 지식이 많기 때문에 AI를 잘 활용하면 더욱 훌륭한 아웃풋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탐정이 단서를 찾는다는 생각으로 AI와 놀듯이 시간을 보내면서 자신만의 방법을 터득해보세요. AI의 놀라운 발전 속도는 잃을 게 없는 시니어에게 엄청난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디지털 노마드로 살 수 있는 시대가 지금 문 앞에 와 있습니다.”

도움말 이경전 경희대학교 경영학·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학·석·박사학위를 받고, 서울대학교에서 행정학 석·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03년부터 경희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연구재단 중점연구소 빅데이터연구센터장, 한국경영정보학회 AI연구회장 등을 맡아 활동하며 우리나라 대표 인공지능 석학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더 궁금해요0

관련기사

저작권자 ⓒ 브라보마이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댓글

0 / 300

브라보 인기기사

  • 뉴노멀 시니어의 AI 패러다임 “의존이 아닌 활용과 창조”
  • 화장품·뷰티 디바이스… 중년 홈케어족 위한 안내서
  • “남자는 머리빨” 젊어지는 중년 헤어스타일링 백서
  • 젊음 추구하는 중년 ‘그루밍족’, 늘어나는 이유는?

브라보 추천기사

브라보 테마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