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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빈의 문화공감] 춤으로 어울렸던 브라질의 라틴 댄서들

기사입력 2015-12-09 08:58

▲정열적인 브라질 댄서.
▲정열적인 브라질 댄서.

스페인음악은 전형적인 라틴음악이고 넓은 의미에서는 샹송이나 칸초네도 모두 라틴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음악에서 라틴음악이라고 하면 주로 멕시코를 비롯한 라틴 아메리카(중남미)음악을 말한다.

라틴음악은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음악에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인디오),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끌려와 아메리카 대륙에 정착한 흑인의 음악이 다양하게 섞여 형성된 음악이다.

그러나 쿠바에서는 원주민이 너무 일찍 멸망했기 때문에 나머지 두 가지 요소만으로 만들어졌다. 룸바 맘보 차차차 볼레로 등의 리듬은 모두 쿠바에서 만들어져 다른 나라들로 퍼져나갔으나 막상 쿠바에는 남아 있지 않다. 삼바는 브라질의 흑인계 리듬이다. 이와 같이 라틴음악에는 스페인음악이 바닥에 깔려 있기 때문에 스페인음악을 좋아하다 보면 라틴음악은 저절로 따라오게 마련이고 곡목도 겹치는 것이 많다.

그러나 (물론 필자 개인의 경우지만) 같은 ‘질투’라는 곡을 스페인음악으로 들으면 울긋불긋한 옷을 입은 정열적인 여자가 칼이라도 뽑아들고 달려들 것 같은 느낌이라면, 라틴음악의 경우 파도에 부서지는 달빛 어린 바닷가에서 가냘픈 여인이 훌쩍훌쩍 울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필자는 △사랑의 역사(Historia De Un Amor), 제비(La Golondrina), 키사스 키사스 키사스 등이 들어 있는 트리오 로스 판초스 △라 쿰파르시타, 달빛 어린 난초(Orchids In The Moonlight), 질투 등이 들어 있는 ‘남미의 허니문’ △맘보 5번, 라 밤바, 엘 콘도 파사, 커피룸바(Moliendo Cafe) 등이 들어 있는 맘보리듬의 창시자 페레츠 프라도 △아마폴라, 씨엘리토 린도(Cielito Lindo), 마리아 엘레나 등이 들어 있는 ‘라틴 칵테일 아우어’라는 판 등 라틴음악 역시 참 많이 들었다.

1982년 7월에 지하철 자료수집차 갔던 첫 번째 파리 방문 때 업무를 마치고 짧은 시간이나마 관광을 할 시간을 마련하였다. 센 강 유람선을 타고 에펠탑을 구경한 후 영화박물관 근처를 지나가는데 어디서 경쾌한 음악이 들려왔다. 가보니 남미에서 온 듯한 2인조가 라틴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다리도 쉴 겸 돌난간에 걸터앉아 음악을 듣고 있자니 몸이 저절로 리듬을 타고 있었다.

그런데 역시 남미에서 온 듯한 한 젊은 여인이 손을 내밀어 춤을 청했고 신 나게 한 곡을 추고 나니 박수소리가 들렸다. 지나가던 관광객들이 둘러서서 구경을 하다 박수를 친 것이다.

1984년 10월에서 11월에 걸친 약 3주간 필자는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열렸던 제10차 국제도로연맹(IRF) 세계도로회의에 한국대표의 한 사람으로 참여했다. 우리 일행이 묵던 호텔이 있는 코파카바나 해변의 뒷골목에는 수많은 기념품가게와 술집이 있었다. 그중 한 기념품가게에 들렀다가 괜찮은 술집을 물으니 알베르토(Alberto's) 피아노 바(Bar)를 소개해 주었다.

▲페레츠 프라도.
▲페레츠 프라도.

나중에 알고 보니 기념품가게 여종업원인 마리 양이 저녁 때는 그 바의 유일한 여종업원이기도 하였다. 아담한 크기에 주인 알베르토의 피아노연주가 일품인 이 바가 마음에 들어 거의 매일 저녁마다 출근을 하다시피 했다. 그 바의 손님들은 대부분 이웃나라인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에서 온 관광객들이었다.

그들은 대부분 한국 사람이 처음이었으나 멀리 동양의 한 작은 나라에서 온 젊은 사람이 자기들 나라의 노래를 너무 많이 아는 것이 신기해서 쉽게 친해졌고, 또 서로 어우러져 돌아가며 같이 춤을 추기도 했다. 사실 당시 필자의 나이는 만 40이었으니 젊다고 하기에는 좀 그런 나이였지만 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어 보였는지 절대로 25세 이상으로는 보지 않아 내기를 해서 술도 꽤 많이 얻어마셨다.

하루는 기념품가게 여주인과 마리 양이 아주 괜찮은 극장식 레스토랑이 있으니 가겠다면 자기들이 안내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 일행에게 물어보니 12명 정도가 가겠다고 해서 알베르토에게 양해를 구한 여자들과 함께 레스토랑에 갔다. 실내는 꽤 넓었고 여러 테이블에 손님들이 있었으나 우리 테이블이 가장 많았다.

쇼가 시작되자 사회를 보는 여자가 테이블마다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고 물어보다가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우리말로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하면서 그날 밤은 ‘한국의 날’로 무대를 꾸미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간 중간에 우리 음악에 맞춰 쇼를 진행함으로써 우리를 놀라게 했다.

클라이맥스가 되자 사회자가 무대 위로 올라오라고 우리 테이블에 손짓을 했고, 모두들 일행 중에 가장 젊었던 필자를 밀어내 타의반 자의반으로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아름다운 백 댄서들 사이에서 정말 풍만한 반나(半裸)의 두 히로인(heroine)과 평생 잊을 수 없는 즐거운 무대를 가질 수 있었다.

쇼가 끝나자 필자와 함께 춤을 추었던 두 여자가 옷을 갈아입고 우리 테이블에 와 일행과 같이 어울려 맥주를 마셨다. 그때서야 우리들의 의문이 풀릴 수 있었다. 그들은 워커힐 호텔의 극장식 레스토랑에서 6개월간 브라질 댄싱 팀으로 공연을 했고, 귀국 후에는 한국 사람들을 거의 볼 수 없었는데 오래간만에 한국 사람들을 만나 무척 반가웠다는 것이다.

한편 포르투갈의 민속음악인 파두(Fado)도 일부 라틴음악이라고 소개되기도 했다. 파두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80년에 방영된 차화연 주연의 TV드라마 ‘사랑과 야망’에서 아마리아 호드리게스가 부른 ‘검은 돛배(Barco Negro)’가 주제음악으로 사용된 후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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