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소는 어떻게 우리 생활에 이용되는가(2)
효소는 일반적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물질에 대해서만 반응을 하는데 주로 물질을 자르거나(분해하거나) 혹은 형태를 다른 형태로 바꾸거나 드물게 다른 것들과 서로 결합하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꿰매 주는 역할을 한다. 물질을 자르는 경우로는 대부분의 소화 효소가 여기에 해당된다. 탄수화물인 전분을 분해시켜 포도당이나 과당으로 만들어 주거나 기름 성분을 분해하여 흡수하기 좋은 상태의 적은 분자의 지방산으로 혹은 고기를 먹었을 때 주요 성분인 고기단백질을 분해하여 아미노산 형태로 만들어 주어야 우리 몸에서 잘 흡수가 일어난다. 된장이나 간장과 발효식품은 바로 메주 안에 함유되어 있는 소화효소들이 분해하여 흡수가 잘되도록 도와준 것이다.
하지만 효소들이 모든 물질을 다 분해하는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특수한 구조를 갖고 있어 더 이상 분해를 하지 못하고 멈추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우리 몸 안에서는 이상한 물질이 들어 온 것으로 착각하여 항체를 만드는 등 예민한 반응을 하여 알레르기를 유발하기도 하고 우유의 경우 함께 포함된 유당을 분해시키지 못하여 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의 경우는 설사를 유발하기도 하며 심한 경우 장출혈과 복통을 유발하기까지도 한다.
체내에서 공급해 줄 수는 효소의 양보다도 훨씬 더 많은 음식을 섭취하는 경우 이 또한 소화 분해가 일어나기가 매우 어려워 급체를 유발하는데 이런 경우 외부로부터 탄수화물과 지방 그리고 단백질을 소화분해 시킬 수 있는 효소가 혼합되어 있는 소화제를 복용함으로써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해 낼 수가 있다.
식품회사에서도 효소를 많이 이용하는데 단맛의 정도가 낮은 포도당을 고구마나 옥수수로부터 얻어내어 포도당의 크기를 변화시키지 않으면서 단지 구조적으로 약간의 변형을 유도하여 꿀의 주성분인 과당으로 만들어 줄 수가 있는데 이런 역할을 하는 효소가 글루코스 아이소머레이스이다. 이 효소를 이용하면 똑같은 양의 포도당으로 거의 두 배나 단맛이 강화된 과당을 얻어 낼 수가 있고 이를 이용하면 원료비를 상당 부분 절감하면서 단맛을 개선할 수가 있다. 이것이 소위 이성화당이라고 알려진 포도당의 변형체인 꿀이다. 벌들이 꿀을 만드는 과정도 사실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것이다.
효소가 꿰매주는 역할을 한다고 하였는데 똑같은 포도당이라도 각기 다른 위치 붙이면 우리가 알고 있는 맥아당하고는 전혀 다른 성질을 갖게 만들 수가 있다. 우리가 밥이나 떡을 먹다 보면 한 번에 다 먹지를 못하고 나중에 먹기 위해 냉장고 등에 보관을 해 두는데 이때 쌀밥이나 떡은 수분이 날아가고 전분 성분들이 다시 결합을 하여 딱딱한 형태로 바뀌게 되고 만다. 이렇게 변형된 제품은 품질의 가치가 떨어져 시장에서 제값을 받기가 어렵다. 말랑말랑한 찹쌀떡이 딱딱하게 굳었다고 가정하여 보자 그런 경우 선뜩 내가 먹겠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것은 탄수화물 성분에서 일어나는 노화라는 과정에 하나로 품질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주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꿰매주는 역할을 하는 당 전이 효소를 이용하여 전분이 노화가 일어나지 않게 올리고당 형태로 만들어 준 다음 이 물질을 이용하여 떡이나 빵을 만드는 경우 예전처럼 굳어져서 먹기 어려운 상태가 되지 않고 오랜 기간 말랑말랑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 고품질의 떡이나 빵을 소비자들에게 공급할 수도 있는 일이다. 옛날과 달리 요즈음은 떡도 오래 보관해 두었다가 먹을 수 있게 변한 것도 효소 덕분이다.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