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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서 키운 고기 ‘배양육’ 미래 시니어 먹거리 될까?

기사입력 2024-06-12 08:20

몸집 키우는 대체육 시장... 상용화까지는 시간 걸릴 듯

(어도비 스톡)
(어도비 스톡)


지난해 우리나라 연간 육류 소비량은 최초로 1인당 60kg을 넘으며 쌀 소비량을 넘어섰다. 육류를 생산하는 축산업은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기후 변화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채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식물성 재료로 만든 대체육 시장이 함께 커졌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는 글로벌 육류 소비 비중이 2025년 일반육 90%, 식물성 대체육 10%에서 2040년 일반육 40%, 식물성 대체육 25%, 배양육 35%로 변할 것이라 내다봤다. 대체육은 크게 식물성 대체육과 세포 배양육으로 나뉜다. 식물성 대체육은 콩, 두부, 곡식 등 식물성 재료로 고기의 식감이나 맛을 낸 육류다. 배양육은 실제 소·닭 등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배양액에서 키워 고기와 같은 근육, 지방, 섬유조직 등을 구현한 것이다.

식물성 대체육 시장은 이미 커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국내 대체육 시장 규모가 올해 약 271억 원에서 2025년 302억 원까지 커질 것이라 전망했다. 기업들도 앞다퉈 대체육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100% 식물성 재료로 만든 통조림 햄, 만두, 두부텐더, 닭강정, 함박스테이크, 아이스크림 등이 잇따라 출시됐고, 비건 식당을 운영하는 기업도 늘어났다. 풀무원은 ‘식물성 지구식단’, CJ제일제당은 ‘플랜테이블’, 동원F&B는 ‘마이플랜트’, 신세계푸드는 ‘유아왓유잇’ 같은 식물성 대체식품 브랜드를 선보였다.


배양육 상용화 첫걸음

지난 4월 OTT 채널 디즈니플러스는 인공 배양육 시대를 그린 드라마 ‘지배종’을 공개했다. 드라마 속 배양육 회사 BF는 육류뿐 아니라 생선도 키워냈으며, 사람의 장기 배양까지 성공한다. 드라마가 현실이 되는 걸까. 국내 배양육 상용화가 첫발을 내딛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월 세포 배양 기술로 얻은 원료를 식품 원료로 인정한다는 내용을 담아 ‘식품 등의 한시적 기준 및 규격 인정 기준’ 개정 고시를 발표했다. 배양육을 식품으로 인정하는 제도 마련을 시작한 셈이다.

5월 1일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경북 지역을 세포 배양 식품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했다. 이곳에서만 동물이 살아 있을 때나 도축 직후 세포를 추출할 수 있도록 허용했는데, 중기부는 이를 통해 배양육 생산량을 2~8배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국내 기업들도 본격적으로 배양육 개발에 뛰어들었다. 풀무원은 배양육 개발 업체 심플플래닛과 세포 배양육 상용화를 위한 전략적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CJ제일제당도 FNT 사업부문을 신설하고 식물성·배양 단백 등을 연구하는 FNT기술연구소를 설립했으며, 3D 프린팅 기업 티앤알바이오팹과 대체육 공동 개발 협약을 맺었다. 롯데웰푸드 역시 팡세, 네오크레마와 식용 배지 기술 사업화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지배종’에서는 배양육, 인공 장기, 가죽까지도 실험실에서 만들어냈다.(드라마 예고편 갈무리)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지배종’에서는 배양육, 인공 장기, 가죽까지도 실험실에서 만들어냈다.(드라마 예고편 갈무리)


배양육은 기후 변화와 식량 위기를 해결할 수단이자 미래 먹거리로 꼽힌다. 하지만 상용화에 이르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정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식물 기반 단백질 배양육 시장의 현황과 미래 전망’에서 “배양육 시장이 성장하면 기존 육류와 경쟁할 가능성이 높지만, 식물 기반 단백질이 출시된 지 상당 시간이 흘러서도 식·미감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오랜 기간 육류 시장과 별개로 취급된 것을 생각하면 배양육도 시장에 나왔을 때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아직 배양육이 마트에 진열될 정도의 가격 경쟁력을 갖지 못한 데다, 실제 고기와 비슷한 식감을 구현해내지 못하면 시장이 커지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안정성 문제도 있다. ‘배양육 기술 개발 현황 및 안전에 대한 문제’ 논문에서는 “배양육 상용화를 위해서는 배양육 생산에 사용되는 다양한 소재 및 설비에 대한 안전성 평가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직 배양육에 대한 관련 규제, 기준,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은 만큼 안전 기준 마련도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일부 배양육 생산 업체에서 줄기세포 배양 시 유전자 편집 기술을 사용하고 있어 유전자 변이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서 “세포 추출부터 배양과 대량생산에 이르기까지 전체 과정에 대한 기술적·윤리적·제도적 안전성이 면밀히 고려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체육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는 상반된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MDPI의 국제학술지 ‘영양학’에 게재된 영국 워릭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대체육을 섭취하면 콜레스테롤 수치 저하에 도움이 되고 심장마비, 뇌졸중, 심혈관 질환 위험을 줄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싱가포르국립대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식물성 대체육을 섭취한 사람이 일반육을 먹은 사람에 비해 혈당 및 혈중 나트륨 수치가 더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처럼 대체육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의견이 분분한 만큼 상용화 전 안전성 기준이 반드시 수립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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