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지식IN 파워지식인으로 활동하고 계신 스머프 할배 정성기님의 블로그 글을 저희 '브라보 마이 라이프' 사이트 성격에 맞게 재구성-편집한 기사입니다. <편집자주>
글ㆍ사진| 정성기
오늘은 우리나라 전통음식 중 하나인 '너비아니'를 조금 응용하고 변형시켜 현대적 양념소스로 석쇠가 아닌 프라이팬으로 조리하는 과정을 소개하려 합니다. 이 요리에 대한 역사적 사실도 소개하려고 하니 여러분들도 같이 제가 인용한 부분을 보시고 너비아니에 대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시길 바랍니다.
원래 너비아니는 중국 문헌에도 나오는 우리나라의 전통적 고기구이인 고구려 음식이었던 맥적(貊炙)이죠. 고려시대 불교의 영향으로 조리법이 잊혔으나 몽골의 영향으로 옛 요리법을 되찾게 되어 당시 개성에서 설하멱(雪下覓)이란 이름으로 되살아났고, 이것이 오늘날의 너비아니로 이어졌어요.
규합총서(1815년)에 의하면 설하멱은 "등심살을 넓고 길게 저며 전골 고기보다 훨씬 두껍게 하여 칼로 자근자근 두드려 잔금을 내어 꼬치에 꿰어 기름장에 주무른다. 숯불을 사게 피워 위에 재를 얇게 덮고 굽되, 고기가 막 끓거든 냉수에 담가 다시 굽기를 세 번 한 후에 다시 기름장과 파 및 다진 생강과 후춧가루만 발라 구워야 연하다"고 기록이 나와 있답니다.
그런데 오늘은 채끝살로 현대적 너비아니를 조리하려고 합니다. 우선 석쇠로 요리할 입장도 아니고, 옛 맛을 그대로 재현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양념소스를 '오리엔탈스테이크소스'와 '참깨흑임자'를 선택해 그냥 흉내만 내요.
그런데 시의전서에 너비아니는 "연한 쇠고기는 얇게 저미고, 잔칼질로 자근자근 연하게 하여 갖은 양념에 굽는다"는 기록이 있고, 이조궁정요리통고(1957년)에는 "안심이나 등심 등의 연한 고기를 될 수 있는 대로 엷게 저며서 칼로 자근자근 다져서 간장과 양념(설탕, 후춧가루, 참기름, 깨소금, 파, 마늘)을 넣고 주물러서 재어 두었다가 식사하기 직전에 구워서 더운 것을 낸다"고 기록이 있는데 참으로 복잡하고 힘들고 비싼 요리랍니다.
국산 잣은 50g에 대형슈퍼에서 5900원인데 믹서로 갈아 이렇게 준비했는데, 이 너비아니를 제대로 요리하려면 돈이 문제겠지요.
다른 양념 그릇에 다진 생강과 다진 마늘을 이렇게 따로 준비합니다.
다진 마늘과 다진 생강을 곱게 믹서로 간 잣과 함께 놓으니 참 기막혀요.
대파는 하얀 부분만 이렇게 얇게 썰어야 하는데 칼질할 때 조심해야 합니다.
대파를 얇게 썬 것과 다른 양념을 섞고 그 위에 먼저 참깨흑임자를 부어요.
그리고 바로 오리엔탈스테이크소스를 이렇게 붓고 저어서 양념장을 만들어요. 조리를 하면서 이렇게 돈이 많이 들어가고 요리과정도 복잡하고 섬세한 것은 서양요리 미트볼을 만들 때 헤맨 것보다 더 어렵습니다.
채끝살 150g으로 시도하는데, 이 요리를 드실 분이 노인이기 때문에 칼질하는 것이 전문 칼잡이 수준이어야 하고, 칼날도 숫돌에 예리하게 갈아 날이 서야 이런 수준으로 얇게 만들 수 있으니 정말 조심해야 안 다쳐요.
이렇게 채끝살을 얇고 작게 설어서 준비를 한답니다.
채끝살 위에 미리 만든 양념을 붓고 30분 이상 재워 고기에 양념이 배어요.
옛날 전통적인 방식으로 석쇠에 굽는 것과는 달리 오늘은 프라이팬에 굽고, 양념소스도 다르지만 그 맛을 흉내는 내야 하니 정말 힘들고 코미디 같지만 이렇게 조리를 하는 것도 새로운 시도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프라이팬에 구워서 현대적 너비아니를 만드는 것을 애교로 봐주세요.
완성된 너비아니가 채끝살이라 연하고 부드럽지만 치아가 부실한 노인을 위해서는 다시 가위로 잘게 썰어서 드려야 하니, 이점 염두에 두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