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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가 달라진다]③ ‘수목장 분양’ 땅이나 나무를 사는 걸까?

입력 2026-07-06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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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 이후의 선택, 안치보다 중요한 ‘다시 찾는 추모’

▲하늘길수목원 전경.(하늘길수목원)
▲하늘길수목원 전경.(하늘길수목원)

가족장과 무빈소장이 늘면서 장례 절차뿐 아니라 화장한 유골을 어디에 모실지에 대한 선택도 달라지고 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최근 장례문화의 변화를 세 차례에 걸쳐 짚는다. 3편에서는 강원 횡성 하늘길수목장을 사례로 수목장의 계약 방식과 안치 절차, 장기 관리, 유가족의 추모 방식을 살펴본다.

자연 속에서 고인을 추모하는 수목장. 정보를 찾다 보면 ‘분양’이라는 표현을 자주 접한다. 아파트나 토지를 분양받듯 나무와 그 주변 땅을 소유하는 개념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목장의 분양 금액은 토지나 수목의 소유권을 취득하는 대금이 아니다. 자연장지를 이용할 권리와 시설 관리 서비스를 제공받는 계약금액을 의미한다. 수목장에서 소비자가 실제로 계약하는 대상은 나무 한 그루의 소유권보다 고인을 모실 공간과 그 공간을 장기간 관리받을 권리에 가깝다.

수목장 계약부터 이용까지

2024년 12월, 강원도 횡성군에 개장한 하늘길수목장의 사례를 살펴보자. 전체 부지는 약 5만 6000㎡이며, 현재 자연장지로 조성된 면적은 약 5000㎡다. 1구역부터 8구역까지 지형과 조망, 수목의 특성을 달리했으며 소나무와 주목나무, 향나무, 측백나무 등을 심었다. 전체 수용 가능 규모는 약 1000위로, 현재까지 약 150위가 안치됐다.

하늘길수목장의 허관행 대표는 “한 사람을 위한 자리뿐 아니라 부부나 여러 가족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찾는 상담도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는 사망한 뒤 유족이 장지를 정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본인이 생전에 자리를 보러 오거나 부부가 함께 사용할 곳을 미리 준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존 봉안당이나 선산에 모셨던 가족을 한곳으로 옮기려는 문의도 들어온다.

먼저 한 사람을 모신 뒤 배우자나 가족을 추가로 안치할 때는 기존 계약서와 사망진단서,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통해 관계를 확인한다. “계약된 인원 범위 안에서는 별도의 안치 비용이나 추가 관리비를 받지 않는다”고 수목장 측은 밝혔다.

이곳은 별도의 사용기간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계약자의 권리는 상속인에게 승계된다. 최초 계약금액에는 자연장지 사용권과 기본 조성비, 안치 절차, 명패 제작 등을 포함한다. 연 관리비는 수목 관리와 시설 유지·보수, 주변 환경 정비에 사용한다.

이용 절차는 전화나 방문 상담, 현장 답사, 구역과 추모목 선택, 계약, 화장 후 안치 순으로 진행된다. 사전에 연락해 준비하면 장례 당일이나 화장 직후에도 안치할 수 있다. 당일 계약부터 안치까지는 약 1시간이 걸린다.

▲고인을 안치하는 모습.(하늘길수목원)
▲고인을 안치하는 모습.(하늘길수목원)

한지와 황토, 자연에는 피해 없이

화장한 유골은 한지와 황토를 이용한 자연분해 방식으로 안치한다. 허 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고, 토양과 수질 오염을 막기 위한 자연장 관리 기준을 따른다”고 설명했다.

수목장은 봉안당처럼 실내 공간에 유골함을 보관하지 않는다. 일반 묘지처럼 봉분과 석물을 세우지도 않는다. 나무나 화초 주변에 골분을 묻고, 그 공간을 추모의 장소로 삼는다.

자연 속에 모신다고 해서 안치한 뒤 손을 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수목장 측은 계절에 따라 식재와 환경 정비를 하고 수목의 생육 상태를 관리한다. 병충해나 자연재해로 추모목이 고사하거나 훼손되면 동일하거나 유사한 수종으로 교체하거나 복원 작업을 한다.

수목장을 고를 때 풍경과 수종만 볼 수 없는 이유다. 고인을 모신 뒤 수년, 수십 년 동안 누가 나무와 시설을 관리하는지, 수목이 훼손됐을 때 어떤 조치를 하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유가족이 즐길 수 있는 캠핑장.(하늘길수목원)
▲유가족이 즐길 수 있는 캠핑장.(하늘길수목원)

추모하러 ‘머무는 공간’으로

하늘길수목장은 유가족이 부설 캠핑장을 연 2회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한다. 장지를 찾아 잠시 인사하고 돌아가는 데서 그치지 않고, 가족이 자연 속에 머물며 고인을 기억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수목장 측은 유가족들이 “무거운 마음으로만 찾는 장소가 아니라 가족과 시간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고인을 떠올릴 수 있어 좋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전했다.

생전에 미리 둘러 보러 온 가족들의 대화도 달라지고 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방문해 여러 명을 모실 수 있는 자리를 살펴보다가, 부모가 부부만을 위한 자리를 고집하는 경우도 있다. 자녀들이 나중에 부모 곁에 함께 있고 싶다고 말하면 “너희 자리는 너희가 알아서 준비하라”며 웃는다는 것이다.

죽음과 장지를 둘러싼 이야기가 무겁기만 한 대화에서 가족의 계획을 나누는 대화로 바뀌는 장면이다. 미리 자리를 정하는 일은 죽음을 재촉하는 준비라기보다, 남은 가족에게 선택의 부담을 넘기지 않으려는 결정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좋은 추모 공간의 기준도 안치 시설의 규모나 화려함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고인을 모신 뒤 가족이 언제든 편하게 찾아갈 수 있는지, 시간이 흘러도 공간이 유지되는지, 방문할 때마다 고인의 삶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수목장은 고인을 자연에 모시는 장법이다. 동시에 남은 사람이 다시 찾아와 기억을 이어가는 장소이기도 하다. 계약할 때 살펴야 할 것은 나무의 크기와 위치만이 아니다. 사용 조건과 비용, 수목과 시설의 관리 방식, 가족이 이곳에서 어떤 추모 시간을 보낼 것인지까지 함께 확인해야 한다.

(이미지=AI 생성)
(이미지=AI 생성)

수목장 계약 전 확인할 세 가지

1. 적법하게 조성된 시설인가

해당 자연장지가 관계 법령에 따라 허가받아 운영되는 시설인지 확인한다.

2. 장기 관리 주체가 분명한가

누가 수목과 주변 환경을 관리하는지, 수목이 고사하거나 훼손됐을 때 어떤 조치를 하는지 살펴본다.

3. 사용 조건과 추가 비용은 무엇인가

계약기간, 관리비, 추가 안치비, 명패 제작비 등 최초 계약금액에 포함되는 항목과 별도 비용을 구분해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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