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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일 자리 친구 만드는 日 ‘묘지 동창회’ 아시나요?

입력 2026-01-22 09:54수정 2026-01-22 10:31

“죽어서 외롭지 않게 친해지자”… 초고령사회 새로운 공동체 문화로 진화

▲지난해 7월 지바현 노다시 사쿠라기 신사에서 개최된 제1회 ‘고분 동창회’의 모습.(장례기업 젠포코엔훈 주식회사 제공)
▲지난해 7월 지바현 노다시 사쿠라기 신사에서 개최된 제1회 ‘고분 동창회’의 모습.(장례기업 젠포코엔훈 주식회사 제공)

이제 일본에서는 ‘묘지 동창회’는 낯선 풍경이 아니다. 최근 갑자기 등장한 이색 활동이라기보다, 당연하게 여겨지는 문화에 가깝다. 묘지 동창회란 말 그대로 같은 묘지를 사용하기로 한 사람들이 생전에 모여 교류하는 모임을 뜻한다. 일본의 죽음 준비 문화인 ‘종활(終活)’의 연장선에서, 장차 안장될 묘지를 정하는 과정에서 이웃과 미리 관계를 맺어두자는 취지가 반영됐다.

시민단체가 묘지 운영 과정에서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기획하기도 하고, 공원묘지를 조성·분양하는 장례업체가 고객 유치를 위해 온천 여행 등과 결합한 판촉 행사로 시작한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이런 모임이 반복되면서,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 노년기의 새로운 공동체 문화로 발전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다음달 1일, 오사카부 다이토시에 위치한 오사카 메모리얼 파크에서는, 고분형 묘지 계약자 100여 명이 참여하는 ‘고분 동창회’가 열린다. 같은 고분묘에 안장되기로 계약한 사람들이 생전에 호텔에 모여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는 행사다. 장례기업 젠포코엔훈 주식회사와 오사카 메모리얼파크 판매 주식회사가 공동 기획했다. 이곳의 장례비용은 1인당 사용료와 제반 비용을 합쳐 30만 엔(한화 약 270만 원)부터 시작한다.

주최 측은 모임의 목적을 “같은 묘에 들어갈 사람들끼리 미리 얼굴을 알고, 삶의 마무리를 보다 담담하게 준비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장례 절차를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라, 노년기에 접어든 사람들이 서로의 삶을 공유하며 죽음에 대한 불안을 낮추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같은 시도는 그간 일본 곳곳에서 반복돼 왔다. 대표적 사례 중 하나는 도쿄도 마치다시에 있는 NPO 엔딩센터의 ‘벚꽃장’이다. 벚나무 아래 여러 사람의 유골을 합장하는 수목장으로, 계약자들은 생전에 정기 모임과 강좌, 여행을 함께하며 관계를 쌓는다. 매년 벚꽃이 피는 시기에는 생전 계약자와 유족이 함께하는 합동 추모 행사가 열린다.

효고현 고베시의 고령자 생활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묘지 ‘영원’도 비슷하다. 같은 묘역에 묻히기로 한 노인들이 연 2~3회 점심 모임을 갖는다. “나중에 옆자리에 누울 분이니 미리 인사하자”는 취지다. 초기에는 참여율이 낮았지만, 최근에는 예약자의 90% 이상이 모임에 참석할 정도로 생전 인연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사례도 있다. 도쿄도립 고다이라 공원묘지는 1만 명 이상을 안치할 수 있는 대규모 수목장을 조성하고, 예약자들을 대상으로 연 1회 친목 행사를 연다. 자녀가 없거나 멀리 떨어져 사는 노부부들이 ‘공공이 끝까지 관리한다’는 안도감 속에서 느슨한 연대를 형성하는 자리다.

독신 여성을 겨냥한 묘지도 등장했다. 도쿄도 후추시의 ‘후레아이 파크’는 비혼·사별 여성들이 “죽어서도 외롭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선택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와인 모임이나 취미 활동 등 문화 교류를 병행하며 사후를 준비한다.

묘지 동창회는 일본의 장례 문화가 가족과 혈연이 중심이 돼 준비하고 함께 묻히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노인 당사자가 스스로 선택한 관계와 함께 죽음을 준비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노인의 주체적 삶이 중요해진 초고령사회 진입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변화로 해석된다.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고립을 줄이고, ‘함께 위로하고 함께 준비하는’ 관계를 만든다는 점에서, 일본과 유사한 인구 구조 변화를 겪고 있는 우리 사회의 노년층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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