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에도 여전히 경제활동을 활발히 이어가는 시니어들이 늘면서 은행권도 시니어 고객 맞춤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시니어를 위한 라운지를 늘리고 있다. 시니어 전용 지점과 라운지를 별도로 마련해 노년층이 편안한 환경에서 금융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시니어 고객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국민·퇴직·개인연금부터 유산 상속·증여, 노후 자산관리까지 인생 후반부에 맞닥뜨리는 복잡한 고민을 기존 일반 지점보다 훨씬 세분화하고 깊이 있게 응대하고 있다. 브라보마이라이프는 주요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시니어라운지를 찾아가 봤다.

이달 초 서울 강남구 선릉로에 위치한 ‘신한 쏠(SOL)메이트 라운지 강남’에서 열린 은퇴 세미나에는 중장년 고객들이 강연 공간을 가득 메웠다. 국민연금과 IRP(개인형퇴직연금) 등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30명의 참석자들은 말 한 마디 놓칠세라 꼼꼼히 메모하며 강연자로 나선 이관석 신한은행 은퇴솔루션 컨설턴트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신한 쏠메이트 라운지는 신한은행이 시니어 고객을 위해 마련한 종합 상담 공간이다. 현재 서울 강남·노원, 수원, 일산, 울산 등 5곳에서 운영 중이다. 각 라운지에서는 시니어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중장년을 위한 핵심 노동법 △은퇴 준비를 위한 필수 금융 상식 △주택연금으로 준비하는 내 노후 △ETF를 활용한 연금 투자 전략 △손에 잡히는 부동산 세금 △보험을 활용한 절세 전략 등 주제도 폭넓다.
이 프로그램을 찾는 고객의 주 연령대는 50·60대다. 은퇴를 앞둔 고객뿐 아니라 이미 은퇴 이후 삶을 시작한 고객들도 자산 관리 노하우를 쌓기 위해 시간을 낸다.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세무 강의조차도 두 시간 내내 자리를 지키며 경청한다.
과거에는 고령 고객들이 은행을 찾아 “뭐가 좋아요? 골라주세요”라며 수동적인 태도를 보였다면, 최근에는 스스로 공부하고 선택하려는 능동적인 자세를 갖고 있다. 결국 선택은 본인의 몫이기 때문에, 세미나와 상담을 통해 이해하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마음껏 물어볼 수 있는 게 라운지 장점이죠”
신한 쏠메이트 라운지의 가장 큰 장점은 궁금한 것을 마음껏 물어볼 수 있는 환경이다. 이종은 신한 쏠메이트 라운지 강남 팀장은 “시간에 제약 없이 질문할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금융 상담뿐 아니라 은퇴 이후 알아야 할 건강보험, 국민연금, 세무, 부동산까지 함께 다룬다”고 설명했다. 일반 영업점에서는 창구 업무를 보다가도 번호표 알림음이 울리면 뒤가 신경 쓰이지만, 이곳에서는 시니어 고객들이 마음 편히 상담할 수 있도록 조성돼 있다.
상담 시간을 여유 있게 확보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융자산 1억 원을 어떻게 굴릴까’라는 질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고객의 성향, 자금 사용 시점과 기간, 생활비·부동산·상속 등 자금의 쓰임새를 함께 고려해야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다.
이 팀장은 “현금흐름 상담의 출발점은 ‘내가 은퇴 후 얼마가 필요하겠구나’라는 생각을 갖는 것”이라며 “현재 생활비를 점검하면서 절약, 재취업, 주택연금, 다운사이징 등을 함께 고민한다”고 말했다. 이어 “은퇴 설계는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년 상황과 시장 변화에 맞춰 수정해 나가는 과정”이라며 “이 과정을 차근차근 설명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무리한 창업·과도한 투자, 가장 위험한 크레바스”

그는 “은퇴하고 보니 10억 원이 있을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5억 원밖에 없으면, 남은 돈을 전부 털어 창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프랜차이즈 빵집, 피자집, 치킨집, 커피숍, 편의점 등 대부분 비슷한 선택을 하는데, 한 달에 1만2000개가 문을 열고 1만3000개가 닫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과도한 투자에 대해서는 더욱 직설적이었다. 이 컨설턴트는 “은행 지점장으로 명예퇴직한 뒤 7억~8억 원을 받고 나가 주식에 올인했다가 1년도 안 돼 반토막 나 편의점 아르바이트나 택시 운전을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이런 크레바스에 빠지지 않고 은퇴 생활을 이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