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맞춤 新 여행] 건강·속도·의미 따른 ‘맞춤형 여행’의 시대

50대와 80대의 여행이 같을 수 있을까? 건강, 체력, 심리, 소비 방식까지 달라진 시니어의 여행은 다른 세대와는 ‘다르게’ 설계돼야 한다. 시니어 여행 전문 플랫폼 포페런츠의 장준표 대표를 만나 시니어 여행이 왜 특별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들었다.
나이보다 중요한건 상태
2025년 현재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6%에 이르는 초고령사회다. 이들은 여행과 소비시장의 핵심 세대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국내 여행객 중 50세 이상 비중은 42.3%로 전 세대 중 가장 높으며, 65세 이상 여행객 중 21%는 1인 여행자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을 하나의 범주로 묶기엔 무리가 있다. 장준표 포페런츠 대표는 나이보다 중요한 건 ‘상태’라고 강조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시니어는 ‘액티브 시니어’와 ‘패시브 시니어’로 나눌 수 있다. 액티브 시니어는 비교적 건강하고 자율적인 여행이 가능한 50~60대 중심이며, 패시브 시니어는 70대 이상으로 이동과 일상적 활동에 지원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장 대표는 이 두 그룹의 여행 목적이 다르고, 선호하는 콘텐츠도 다르다고 역설했다. 액티브 시니어는 문화 체험, 예술 감상, 지역 강습 같은 감각적 콘텐츠에 큰 만족을 느끼는 반면, 패시브 시니어는 짧고 편한 일정, 안전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같은 ‘시니어’라는 이름 아래 있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방향의 여행이 필요하다.
디지털 능력도, 체력도 사람마다 달라
많은 이들이 ‘시니어는 디지털에 취약하다’고 하지만 이는 절반만 사실이다. 50~60대는 대부분 홈페이지와 모바일로 예약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다만 70대 이상부터는 여전히 전화 상담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병행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체력’ 역시 또 다른 허들로 작용한다. 장 대표는 “여행을 가고 싶지만 너무 많이 걸을까 봐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정의 난이도, 걷는 거리, 중간 휴식, 무장애 이동 등이 모두 설계에 포함돼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여행을 통해 얻는 효과는 여가를 넘어선다. 최근 여러 연구에 따르면 고령자의 여행 경험은 우울감 해소, 정서적 안정, 인지기능 유지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특히 생애 전환기인 은퇴 직후, 자녀 독립 이후 공허함을 겪는 시기엔 새로운 환경과 사람, 경험이 자존감 회복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적으로도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 일부 지자체에서 시니어를 위한 공공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여행지 난이도, 이동 거리, 동선 설계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장 대표는 “지자체와 민간이 협력해 노년층을 위한 맞춤형 콘텐츠를 기획하고, 이를 여행 산업의 새로운 축으로 삼아야 한다”며 “이제는 시니어 여가 콘텐츠를 키워가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늙음이 아니라 삶의 속도에 맞춘 여행
시니어의 여행은 감각을 일깨우고, 관계를 회복하며, 정체성을 새롭게 정의하는 시간이다. 그것은 ‘다르게’ 설계해야 하는 이유이자 구체적인 여행의 구성 방식, 콘텐츠, 접근 방식 전반에 걸친 체계적 재설계를 의미한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속도 조절’이다. 빠르게 여러 곳을 돌아보는 대신, 한 지역에서 오래 머무르며 천천히 감상하고 체험하는 구성으로 설계해야 한다. 너무 많은 도보 이동, 잦은 숙소 변경, 긴 이동 거리는 피로도를 높이고 만족도를 떨어뜨린다.
둘째는 ‘의미 중심의 콘텐츠’다. 유명 관광지 방문보다 역사 해설이 있는 공간, 지역 예술가와의 교류, 계절별 전통 행사처럼 삶의 맥락이 담긴 경험이 더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다.
셋째는 ‘디지털 접근성의 배려’다. 모바일에 익숙한 시니어도 있지만 여전히 전화 예약이나 오프라인 안내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전화·모바일·현장 안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복합 채널 설계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심리적 안전감’이다. 혼자라도 불안하지 않도록 돕는 가이드 시스템, 또래와의 구성, 돌발 상황에 대비한 매뉴얼과 보험 등이 여행의 신뢰도를 높인다.
이러한 요소가 모두 모여야 진정한 의미의 ‘시니어 맞춤형 여행’이 가능해진다. 시니어의 여행이 달라야 하는 이유는, 그들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속도와 필요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 다름을 존중하는 설계야말로, 우리 모두 함께 살아가는 사회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따뜻한 배려일 것이다.

도움말 장준표 포페런츠·아너드 대표장준표 대표는 대학에서 노인복지를 전공했다. 2022년 시니어를 위한 프리미엄 여행 돌봄 서비스 ‘포페런츠’를 설립하고, 시니어 케어 전문 인력 ‘버디’를 도입했다. 이어 2024년에는 5060 액티브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프리미엄 여행 브랜드 ‘아너드’를 론칭했다. 두 브랜드를 통해 차별화된 여행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