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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혁명 시대의 ‘뉴노멀 시니어’, 능동적 주체로 부상

기사입력 2025-04-08 08:46

성장과 지식 습득에 적극적… “시니어에 대한 인식 전환돼야”

(어도비 스톡)
(어도비 스톡)


이제 장수혁명의 시대다. 그 중심에는 노년기를 인생의 황혼기가 아닌 새로운 전환기로 보는 ‘뉴노멀 시니어’가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1964~1974년생)의 인구 비중이 커지면서 등장한 뉴노멀 시니어는 이전 세대와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디지털 기술에 능하고, 경제적 여유도 있으며, 적극적인 사회참여 의지로 무장돼 있다. 이들은 더 이상 수동적인 복지 수혜자가 아닌, 사회 변화를 주도하는 능동적 주체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뉴노멀 시니어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통하고, 모바일 뱅킹으로 자산을 관리하며, 온라인 쇼핑을 즐긴다. 평균 수명이 연장됨에 따라 은퇴 후 제2의 경력과 새로운 삶을 추구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뉴노멀 시니어의 등장과 함께 건강한 삶을 위한 적극 소비집단이 부상함에 따라 새로운 시장도 형성되고 있다.

10년 안에 전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게 될 시니어 집단이 가져올 사회적 변화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최근 정부와 기업, 언론은 특히 세 가지 관점에서 이들을 주목하고 있다.

첫째, 뉴노멀 시니어는 지속적인 사회참여와 경제활동을 통해 초고령사회의 난제를 해결하는 주역이 될 것이다. 둘째, 헬스케어, 여가, 금융, 주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니어를 대상으로 확대될 산업은 고령화 위기를 극복하는 신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셋째, 뉴노멀 시니어 시대의 도래는 모든 세대가 나이와 상관없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에이지리스(ageless)’ 사회로의 전환을 가져올 것이다.

한국의 뉴노멀 시니어와 유사한 특징을 가진 연령집단은 다른 나라에도 존재한다. 최근 일본의 초고령화를 다룬 책에서는 이들을 ‘유쾌한 시니어’로 명명했다. 새로운 시니어 세대가 등장함에 따라 수십 년 된 단체의 이름과 캐치프레이즈를 리모델링하는 사례도 있다. 영국 시니어 단체인 제3기인생대학(U3A: University of the Third Age)은 ‘배우고 웃으며 생을 즐기자’는 3L(Learn, Laugh, Live) 캐치프레이즈로 신규 회원들의 가입을 독려하고 소속감을 고취시키고 있다. 이에 힘입어 U3A의 회원 수는 2010년 25만 명에서 2023년 45만 명으로 무려 80%의 증가세를 보였다.

한편 미국의 대표적인 시니어 단체인 전미은퇴자협회(AARP)는 최근 단체명에서 70여 년간 써온 ‘은퇴자’라는 단어를 삭제했다. AARP라는 고유명사를 그대로 활용하면서 ‘은퇴자(Retired Persons)’ 대신 ‘진정한 가능성(Real Possibilities)’이라는 문구를 넣어 4000만 회원의 인생 후반전을 응원하고 있다. 평생 현역을 지향하는 미국 베이비부머 세대가 증가하면서 나타난 움직임이다.

장수에 관한 인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건강 문제, 경제적 부담, 사회적 고립 등 장수의 부정적인 측면에 우려가 큰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장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빠르게 늘고 있다. 더 오랜 세월을 살면서 가족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개인적인 성취를 쌓으며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건강한 노년을 위한 예방적 건강관리와 자기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대한 고민으로 초점이 옮겨가는 추세다.

고령화를 개인과 사회의 위기가 아닌 새로운 기회로 보는 인식과 관점은 우리보다 앞서 인구 고령화를 경험한 서구 사회에서 먼저 제시된 바 있다. 2014년 미국 밀켄연구소의 폴 어빙은 각 분야 전문가와 함께 노화의 긍정적 측면에 주목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글로벌 고령화: 위기인가 기회인가?’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소개된 이 책은 노화가 단순히 쇠퇴가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과 기회를 제공하는 과정임을 강조한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은 삶의 경험과 지혜가 축적되면서 감정 조절 능력이 강화되고, 공감 능력과 대인관계 기술이 향상되며, 더 나은 문제 해결 능력과 통찰력을 갖게 된다. 노화에 수반되는 새로운 역량이다. 따라서 노화를 쇠퇴와 의존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고정관념과 연령차별주의(ageism)를 뛰어넘는 노년의 재창조와 재구성을 요구한다. 고령화를 사회적 부담으로만 간주하는 관점에서 벗어나, 시니어들의 잠재력과 가능성에 주목하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건강, 웰니스, 일, 자원봉사, 경제성장, 기술혁신, 교육 등 모든 부문에서 장수혁명에 수반되는 거대한 변화가 이미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장수혁명의 담론은 도전과 기회의 시나리오를 모두 제시한다. 우리 사회에서 도전의 시나리오는 익숙하다. 관건은 과연 현실이 될 수 있을지의 문제다.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뉴노멀 시니어는 여러 측면에서 새로운 면모를 보인다. 평생학습과 자기 계발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하며, 디지털 역량 강화와 새로운 지식 습득에 적극적이다. 예방적 건강관리와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통한 건강수명 연장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를 형성해 자원봉사, 멘토링, 사회적 기업 활동 등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고 삶의 의미를 찾는 데 적극적이다.

뉴노멀 시니어의 등장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노동시장, 복지제도, 의료 서비스, 주거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의 패러다임을 넘어선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이를 위해서는 시니어에 대한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에이지리스’ 사회를 향한 가치관 변화와 사회적 자산으로 인식하는 문화적 전환이 선행되어야 한다. 고령화 사회의 도전은 모두가 함께 맞닥뜨려야 할 과제라는 점에서 세대 간 연대와 협력을 강화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요구된다. 획일적 접근보다 시니어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 체계 구축을 지향해야 한다.

시니어들이 가진 경험, 지혜, 전문성은 우리 사회의 소중한 자산이다. 장수혁명은 새로운 도전과 함께 무한한 가능성을 수반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식과 정책의 전환을 통해 함께 사회적 공감대와 협력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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