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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정동극장 예술단, K컬처 첫 번째 이야기 ‘소춘대유희’

기사입력 2024-11-15 09:06

무대와 관객 두 세계의 결계 허물고 신명나게 노는 악가무희 총체극

▲소춘대유희는 11월 13일~16일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2025년 1~2월 장기 공연으로 선보일 예정이다.(사진=국립정동극장 제공)
▲소춘대유희는 11월 13일~16일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2025년 1~2월 장기 공연으로 선보일 예정이다.(사진=국립정동극장 제공)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이 전통 창작 공연 브랜드 ‘K컬처시리즈’ 첫 작품인 ‘소춘대유희’ 쇼케이스를 열었다. 이번 작품은 11월 13일~16일까지 선보인 후 2025년 1~2월 장기공연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소춘대유희(笑春臺遊熙·The Eternal Troupe)는 1902년 우리나라 최초 옥내 극장인 협률사에서 선보인 첫 근대식 유료 공연 ‘소춘대유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당시 각국의 외교사절단을 맞이하기 위한 국제 행사로 기획되었기에 다양한 전통예술의 최고 예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판을 펼쳤고, 관객의 큰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다.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의 소춘대유희 전막 공연.(사진=국립정동극장 제공)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의 소춘대유희 전막 공연.(사진=국립정동극장 제공)

궁중 잔치에서 공연되는 악기연주·노래·춤으로 이뤄진 종합예술인 궁중정재를 비롯해 민속춤, 판소리, 타악, 버나놀이 등 연희의 요소들이 곳곳에 녹아있는 악가무희 총체극이다.

이번 작품에는 소리꾼 이봉근이 극단장 ‘순백’ 역을 맡아 심청가의 심봉사 눈 뜨는 대목을 불러 심금을 울린다. ‘아이’ 역에는 판소리 영재 최슬아(11세)가 맡았다. 최슬아와 이봉근이 세대를 넘어 서로의 소리를 주고받는 분창 장면을 기대해볼 만 하다. ‘모두리’ 역은 조하늘이 맡아 100년 전 최고 무용수와 춤 기량을 겨루는 ‘전통 춤 배틀’을 선보인다.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의 소춘대유희 전막 공연.(사진=국립정동극장 제공)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의 소춘대유희 전막 공연.(사진=국립정동극장 제공)


정동극장 예술단의 ‘신명 나는 연희’

‘웃음이 만발하는 무대’라는 뜻의 소춘대유희는 그 의미처럼 “광대란 무엇이냐, 광대뼈 올려야 광대지~!”를 외친다. 관객도 무대 위의 광대들도 함께 어우러져 신명 나게 놀다 가는 무대다.

국립정동극장은 지난 13일 정동극장에서 프레스콜을 열고 소춘대유희 작품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정성숙 국립정동극장 대표는“정동극장만의 차별화된 콘텐츠를 개발하면서 연희 전문 단체로서 연희를 보여주고자 했다”면서 소춘대유희를 K컬처시리즈 첫 작품으로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정 대표는 “과거 소춘대유희의 기록들을 기반으로 레퍼토리처럼 올라온 단락 중 복원하거나 현재의 감각으로 다시 구성할 수 있는 부분들을 옮겨내려 했고, 단지 병렬적으로 이것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전체 구조 속에서 어떻게 녹여낼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의 소춘대유희 전막 공연.(사진=국립정동극장 제공)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의 소춘대유희 전막 공연.(사진=국립정동극장 제공)

강보람 작가는 “작품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명창 이동백 선생님의 인터뷰를 보게 됐는데 ‘활동사진이란 것이 유행하는데 판소리를 어떻게 접목하여 재미있게 만들어볼 수 있을까’ 고민하셨더라”면서 당대에도 전통을 어떻게 계승하고 현대에 접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음을 엿보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작품에서는 형식도 중요하고 어떻게 개선해나가는가도 중요하지만 광대의 본질이 무엇일까,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관객에게 더 큰 의미로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며 준비했다”고 전했다.

1902년의 소춘대유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에 ‘뿌리’에 대한 고민을 심도 있게 했다는 의미다.

안경모 연출 역시 뿌리에 대한 이야기를 강조했다. 안 연출은 “21세기에 전통과 함께한다는 건 무엇일까 하는 질문을 많이 했다”면서 “21세기에 우리가 (전통으로부터) 가져가야 하는 건, 뿌리에 있는 정신세계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통이 관객과 늘 함께 있다는 인상을 주면서도 신명 났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관객들이 극장에 와서 실컷 웃고 즐기고 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의 소춘대유희 전막 공연.(사진=국립정동극장 제공)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의 소춘대유희 전막 공연.(사진=국립정동극장 제공)

소춘대유희는 이렇게 연희라는 전통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극에 녹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담으며 음악적인 부분에서도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보여주려 노력했다.

신창렬 음악감독은 “관객들이 지루해하지 않고 즐기면서 우리 옛 춤과 음악을 같이 감상할 수 있었으면 해 전통적 요소뿐 아니라 현대적이고 대중적인 음악 요소들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안경모 연출은 “전통이 왜 어렵게 느껴질까를 생각해보면, 한자로 된 말이 많아 맥락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면서 “판소리라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시각적으로도 많이 보여주려 했고, 각 춤의 단락에서도 맥락을 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 전통은 이런 무대 극장 구조에서 객석과 무대가 끊어지는, 두 세계의 결계를 만들어낸 것 같다”면서 “결계를 허물어내기 위해 관객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방식들을 찾았다”고 덧붙였다.

설명처럼 소춘대유희는 다양한 전통 장르를 선보이면서 스크린을 이용해 노래나 춤의 배경이 되는 것들을 보여준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판소리 명창 이동백과의 대화를 재현한 모습도 흥미로운 요소 중 하나다.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의 소춘대유희 전막 공연.(사진=국립정동극장 제공)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의 소춘대유희 전막 공연.(사진=국립정동극장 제공)


세계로 뻗어 나갈 ‘K컬처시리즈’

이번 작품은 또한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에서 기획한 공연브랜드 K컬처시리즈의 첫 시작을 알린데 의의가 있다. 쇼케이스를 시작으로 2025년 1~2월 중 장기 공연으로 선보일 예정이며, 다음 작품으로 ‘심청’이 계획되어 있다.

또한 우리 문화와 전통을 알리기 위해 2025년 경주에서 열릴 APEC 정상회의 기간에 경주에서의 공연도 추진 예정이다.

이수현 문화사업팀장은 “소춘대유희는 100년이라는 시간의 벽을 넘나드는 이야기로, 전통을 지키면서 발전시키는 것이 항상 어렵고 힘든 것이 아니라 현재와 과거를 관통하고 이를 통해 미래까지 함께 볼 수 있다는 의미를 담은 작품”이라면서 “쇼케이스 이후에도 작품을 더 발전시켜 가며 내년 1월 공연에서 선보이는 것을 시작으로, 2025년에는 전통 공연 비중을 늘려 예술단의 공연을 장기적으로 진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성숙 국립정동극장 대표는 “K컬처시리즈를 통해 대중성을 바탕으로 관객의 전통 예술 문턱을 낮추고, 해외 관객에게는 우리 문화의 예술성과 우수성을 전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K컬처시리즈 작품을 관람할 외국인 관객을 위한 자막 서비스, 언어별 공연 소개 자료, 예매 편의 시스템 등 여러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로 뻗어 나가는 전통 공연을 위해 해외 공연도 추진하고 있다”면서 “K컬처시리즈를 통해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담아낸 전통 창작 공연으로 세계화를 꿈꾸며 전 세계가 함께 즐기는 우리 전통 공연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 강조했다.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의 소춘대유희 전막 공연.(사진=국립정동극장 제공)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의 소춘대유희 전막 공연.(사진=국립정동극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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