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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청춘문화공간 2교시, “만남ㆍ치유 여정에서 새 삶 찾아”

기사입력 2024-10-18 14:57

지역 이주 사례 나누며 공감… 새로운 삶 설계위한 연대의 시간 가져

여유롭고 고즈넉하면서도 따뜻함이 흐르는 공주 제민천 일대에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중장년들이 모였다. 이곳에 모인 목적은 제각각이었지만 은퇴 후 어디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고민은 일맥상통했다. 웃고 떠들며 삶의 궤적을 짚어보는 이들의 발걸음을 따라가 봤다.

▲참가자들은 글쓰기를 통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느낀 점, 앞으로 하고 싶은 일 등을 정리하고 공유하며 서로를 격려했다. (사진=이연지 기자)
▲참가자들은 글쓰기를 통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느낀 점, 앞으로 하고 싶은 일 등을 정리하고 공유하며 서로를 격려했다. (사진=이연지 기자)

은퇴 후 살아온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을 치열하게 보내야 하는 중장년들이 인생 2막 설계를 위해 공주 제민천에 모였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주체적으로 나아갈 힘을 얻어갈 수 있도록 마련된 프로그램 ‘중장년청춘문화공간 2교시: 공주 마을스테이’는 인생 후반전을 위해 꼭 필요한 내용들로 채워졌다.

1박 2일 동안 진행된 이번 프로그램의 이튿날에는 홍차와 커피를 체험하며 지역 이주 사례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동년배인 석미경 루치아의 뜰 대표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공감하며 웃기도 하고, 청년인 황순형 반죽동247 대표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존중하며 ‘잘해왔다’고 격려를 건네기도 했다.

새로운 길을 꽃 피우다

창원에서 온 문순희(60대) 씨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면서 “이들이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는 걸 보며 삶에 대한 긍정적인 기운을 얻어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함께 온 김희자(60대) 씨 역시 “젊은이의 호흡, 진정성, 자부심을 느꼈다”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오늘을 어떻게 즐겁게 보낼지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순서인 ‘글쓰기 회고 워크숍 및 공유회’에서는 윤찬영 작가의 귀촌 체험담과 함께 글을 쓰며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여자 김학곤 씨는 “공기업에서 36년을 일하고 지난 3월 은퇴했다. 퇴직하면 편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작은 일에도 상처를 받게 되더라”면서 “이전에 해보지 않았던 경험을 하며 생산적인 활동을 해보고 싶어 왔는데 좋은 체험이 됐다”고 했다.

한 참가자는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분의 의도와 참여하고자 했던 나의 의도가 어떻게 봉합되는지를 느낀 시간이었다”며 “자유 시간을 이용해 설명 들었던 공간을 다시 찾아가 둘러보며 생각할 시간을 가진 것이 좋았다”고 전했다. 진해에서 온 또 다른 참가자는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생각이었는데, 이번 프로그램을 참여하면서 돌아가면 우리 지역에서도 이런 시도를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우리 지역을 살리는 일에 일조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 ‘중장년청춘문화공간 2교시: 공주 마을스테이’ 참가자들은 홍차와 커피 중 자신의 취향을 고르고 지역에서 제2의 삶을 찾은 이들의 사례를 공유하며 이야기나누었다.(사진=이연지 기자)
▲ ‘중장년청춘문화공간 2교시: 공주 마을스테이’ 참가자들은 홍차와 커피 중 자신의 취향을 고르고 지역에서 제2의 삶을 찾은 이들의 사례를 공유하며 이야기나누었다.(사진=이연지 기자)

이처럼 프로그램 곳곳에는 인문학적 요소들이 녹아있었다. 인문학은 자신의 이야기를 밖으로 꺼내도록 함으로써 위로와 희망을 주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제공한다. 인문학에서 추구하는 정신을 인문정신이라고 한다. 인문정신은 서로 다른 개인들을 공통의 기반으로 묶어주고 연대와 협력을 위한 토대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스스로 노년기를 책임지며 살아남아야 하는 중장년에게 인문학은 꽤 중요한 요소다. 특히 개인화되어가는 현대사회에서는 이웃과의 소통과 공감이 개인의 불안과 상처를 돌보는 역할을 한다.

만난 지 몇 시간도 안 됐지만 서로 이름을 묻고, 무엇을 했으며,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이야길 나누던 참가자들은 “새로운 인연이 생겨 기쁘다”고 입을 모았다. 때로는 공감하고, 놀라고, 웃기도 하며 이야기에 푹 빠져있다가도 자신의 삶에 영감 한 스푼을 더해가는 참가자들을 보며 김미정 대표의 마지막 말이 떠올랐다.

“‘나의 꽃은 나의 계절에 핀다’는 말처럼 사람마다 피어나는 계절이 다를 거예요. 어디에서 피우시든 나이에 주눅 들지 않고 뭐든지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창원에서 오카리나동아리로 인연을 맺어 프로그램까지 함께 참여하게 됐다는 참가자들은 열심히 살아온 삶의 보람을 느끼고자 참여했다고 했다.(사진=이연지 기자)
▲창원에서 오카리나동아리로 인연을 맺어 프로그램까지 함께 참여하게 됐다는 참가자들은 열심히 살아온 삶의 보람을 느끼고자 참여했다고 했다.(사진=이연지 기자)

◇참가자가 말하는 ‘우리가 보고 들은 것들’

“프로그램 목적이 마음에 들었어요. 특히 새로운 인간관계라는 화두가 눈에 들어왔죠. 사회생활 할 때는 정해진 관계로 들어가는 느낌이잖아요. 퇴직 후 새로운 사람을 만나보고 싶었어요. 공주에는 생전 처음 와보는데,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서 생각보다 훨씬 좋았어요. 1박 2일이 아쉽네요”-장미영(57세)

“60세가 되면 어떤 유의미한 일을 하며 살아가야 할까 고민하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책에서 읽은 글인데요. 파리가 아름다운 이유는 파리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3일뿐이기 때문이라고 해요. 1박 2일이 아쉽지만, 기억되지 않을 많은 것을 보고 갑니다. 돌아가면 해야 할 일들을 구체화하고 싶어요.”-이홍래(60세)

“아직 정리는 안 되지만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미래를 고민하는 데 참고가 됐어요.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저는 여행이 곧 삶이라고 생각해요. 무엇을 보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이야기를 가진 사람을 만났느냐가 중요한데, 의미 있는 여행이었습니다.”-김주희(45세)

“4년 전 퇴직 후 쉬고 있는데요. 프로그램을 따라가다 보니 집에서 보내는 것보다 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주변을 다 둘러보지 못해 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지만 자유여행 같네요. 평생 이런 시간을 또 가질 수 없을 것 같다는 느낌까지 받을 정도로 생각한 것보다 좋은 경험이었어요.”-노창구(6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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