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악순환 우려...상반기 물가 안정 위한 핵심 6가지 조치 시행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생활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대응책으로 대외요인의 국내영향 최소화와 대내 생활물가의 절대안정을 강조하며 업계 관계자들에게 물가 안정 협조를 요청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높은 물가상승률은 실질소득을 감소시켜 민생과 경기회복을 저해할 수 있으므로 거시경제 운영 측면에서도 상반기 물가안정에 집중해 기대인플레이션 확산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상반기 물가안정을 위해 6가지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글로벌 인플레를 포함한 러시아 침공 사태에 따른 글로벌 리스크의 파고를 슬기롭게 제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가격 결정이 자율화된 시장경제하에서 정부의 조치 및 노력만으로 물가 안정을 이루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업계에서 가격의 인상 시기 및 인상 폭 조정 등으로 정부의 물가 안정 노력에 적극 동참, 협조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는 유류세 인하 연장을 포함해 상반기 물가 안정을 위한 6가지 핵심 조치가 발표됐다.
먼저 유류세 인하 기간을 연장한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세는 석유류 가격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가며 폭등세를 지속하면서 물가 상승을 더욱 압박 받는 모양새다. 주요 선진국들의 1월 물가 역시 3~40년 만에 최고 수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고유가로 인한 물가영향 최소화를 위해 유류세 인하와 LNG 할당관세 0% 적용을 7월 말까지 3개월 연장한다. 향후 국제유가가 더욱 가파르게 상승해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된다면 유류세 인하폭 확대도 검토할 예정이다.
또한 우크라이나 사태 영향 등으로 가격 및 수급 불안 우려가 있는 곡물과 원자재 중심으로 할당관세 적용과 물량 증량을 추진한다.
겉보리, 소맥피 등 사료대체가능 원료의 할당관세 물량과 감자분의 세계무역기구(WTO) 저율관세활당(TRQ) 물량을 늘리고, 칩용 감자 할당관세 작용 및 조제땅콩 저율관세할당 물량 증량도 추가 검토할 계획이다. 또한 네온·크립톤 등 반도체 제조 공정에 활용되는 대외의존도 높은 핵심품목의 수급 상황을 점검해 3월 중으로 할당관세 적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비철금속시장 가격불안이 지속될 경우 외상방출한도를 30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확대하고 방출기간을 3개월 연장하는 등 한시 추가지원 조치 기한을 연장한다.
가공식품·외식업계 비용부담 완화를 위한 조치도 취한다. 사료·식품 원료구매자금 금리를 각각 0.5%p 인하하고,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개인사업자에게는 4월 부가세 예정고지를 제외한다. 더불어 식품 포장재 교체 부담 완화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세를 이어가기 위해 농축수산물 할인쿠폰을 통해 70억 원을 지원하고, 배추 2천톤 비축과 채소가격안정제 물량 활용을 통해 채소류 중심 수급 관리를 이어간다.
가공식품 등 가격 인상에 대해서는 경쟁사 간 가격 등 정보교환 합의만 하더라도 담합에 해당될 수 있다는 개정 공정거래법을 엄격하게 적용한다. 법위반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대비 0.6% 상승했고 전년동월대비 3.7% 올랐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9년 8개월 만에 3%대를 넘었고 지난 2월까지 5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은행은 올해 국내 물가상승률 전망을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3.1%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