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한 눈 맞춤이 오간다. “저… 당근이세요?”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네 당근입니다.”
꽤나 은밀해 보이지만 동네에서 일어나는 흔한 중고거래의 현장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도 불구하고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에 따르면 2021년 1월 기준 주요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앱)을 1번 이상 이용한 월간 순 사용자는 1432만 명이다. 스마트폰 사용자 3명 중 1명이 모바일 중고거래 앱을 이용해본 셈이다.
특히 중장년층이 중고 거래 시장에 빠른 속도로 유입되는 모양새다. 회원 수 1875만 명의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는 2019년 상반기 대비 2021년 50대 이상 방문자 수가 10% 이상 증가했다. 지역 기반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에 따르면 월간 1500만여 명이 이용하는 가운데 중장년층 비중이 36%까지 올라온 상태다. 이용자 10명 중 4명이 중장년층이다.
중장년층이 중고 거래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 쇼핑에 뛰어든 5060세대가 늘었다. 그만큼 이들도 온라인에 익숙해졌다는 얘기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5060세대가 자녀 세대에게 인터넷, 앱 사용을 배우면서 온라인 구매력이 더욱 증가했다”며 “코로나19로 오프라인이 제한되다 보니 온라인 구매가 불가피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잇따른 폐업과도 관련이 있다. 중고거래 앱 번개장터에는 지난해 ‘폐업’이라는 키워드로 400여 개가 넘는 물품이 등록됐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고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겹쳐 식당과 헬스클럽, 카페, 문방구 등에서 업소용 냉장고, 카페용 실내장식 용품, 새것에 가까운 운동기구 등이 쏟아진 것이다.
또 중고시장에서는 잘만 고르면 새것과 다름없는 제품을 싼 가격에 살 수 있다. 중장년층이 중고 거래를 통해 과거 익숙한 소비 방식인 ‘알뜰 거래’의 재미에 빠지고 있는 셈이다. 에누리를 통해 서로 가격을 조정해 주는 인심 또한 살아있다. 고가의 기타를 어릴 적부터 기타를 배우고 싶었지만 여건이 되지 않아 포기했던 할머니에게 나눔 한 사연, 할아버지가 편하게 걸을 수 있는 보행기를 사려는 중학생에게 아주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넘긴 사연 등이다.
이 교수는 “5060세대는 가정생활에 무르익은 연령대다. 생활 전반적으로 많은 것이 축적된 세대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갖고 있던 물건을 싼값에라도 나누고, 새로운 것으로 교체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며 “중고 거래 시장 뿐 아니라 중장년층의 높은 구매력을 통해 앞으로도 여러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