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 강수진의 발을 찍은 사진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뼈만 앙상하게 도드라진 발에 울퉁불퉁 비정상으로 튀어나온, 관절 마디마디 옹이가 생긴 못생긴(?) 발이었다.
아름다운 발레니라의 발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그녀의 거친 발은 하루 15시간씩, 발레화를 서너 켤레 갈아 신으며 혹독한 훈련을 견뎌낸 결과였다. 그 사진 한 장으로 강수진은 노력의 대명사가 되었다.
노력파 강수진의 ‘나는 내일을 기다리지 않는다’라는 책을 읽어보니 이런 구절이 나온다. ‘사람들은 내가 발레를 하기 위해 태어난 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당신이 나와 같이 하루를 보내기 전에는 나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대가 편안하게 길을 걸으며 풍경을 감상할 때 나는 발가락으로 온몸을 지탱하며 목숨을 걸고 전쟁처럼 하루를 보냈다. 발레를 하기 위해 태어난 몸을 없다. 하루를 그냥 보내지 않은 치열한 인생이 있었을 뿐.’
우리 눈에는 결과만 보인다. 그래서 사람들이 멋진 결과를 만들어내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강수진의 발에 밴 피와 땀을 사진으로 보지 않았다면 그녀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최선을 다해 노력했는지 짐작하기 힘들었을 지도 모른다.
노력 없이, 고통 없이 위대한 성취를 이뤄낼 수는 없다. 발레뿐 아니라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성취하고 싶다면 남다른 무기가 있어야 한다. 남다른 무기를 장착하기 위해선 남들 눈에는 안 보이지만 하루하루 헛되이 보내지 않는 치열한 ‘오늘’이 있어야 한다는 걸 그녀에게서 배운다. 그게 발레든 글쓰기든 혹은 돈이라 할지라도 노력과 고통 없이 얻어지는 것은 없다는 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