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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에 지킨 약속 하나

기사입력 2018-01-10 15:05

▲책과 액자 소품을 전달하고 기념사진 한 장을 찍다(변용도 동년기자)
▲책과 액자 소품을 전달하고 기념사진 한 장을 찍다(변용도 동년기자)
약속은 지키라고 있다. 쉽게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공염불이 된다. 때로는 지나가는 말로 약속 아닌 약속을 하기도 한다. 그냥 해 본 소리라 이른다. 약속은 늘 상대가 있다. 두 사람 모두 농담으로 한 이야기로 받아들였다면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상대방 한쪽이 진실로 이해했다면 약속이 실천되지 않을 경우 다른 한쪽 사람은 실없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힐지 모른다. 양치기 소녀가 되어 신뢰성을 회복하기 힘들게 된다. 약속하게 되면 충분한 이유가 없는 한 지켜야 한다.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인간 사회의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사람들은 더욱 그러하다. 그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그중에 하나고 교육자도 그러지 싶다. 진실을 알려야 하는 기자를 비롯한 언론인도 마찬가지다. 모범이 되어야 하고 진실을 알려야 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부류 속에 여러 사람을 상대하는 강사도 포함된다. 진실과 희망을 이야기해야 하고 작은 약속이어도 지켜나갈 때 신뢰를 받을 수 있다. 출발점은 언제나 작은 데에서 시작된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 작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큰 약속도 기대하기 힘이 든다.

필자는 강사다. 한 사람을 놓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경우도 있으나 대체로 청중이 다수다. 강사의 한 마디가 대수롭지 않을 수도 있으나 그 영향력은 적다고 볼 수 없다. 한 마디 한 마디를 쉽게 하지 못하는 이유다. 한두 시간 동안 진행되는 강의를 위하여 그 준비 시간은 몇 배 아니, 수십 배에 이를 수도 있다. 자료를 준비하면서도 다시 확인하고 또 확인을 거친다. 강의 중에 청중과 약속을 하는 경우도 생긴다. 해당 강의 순간을 넘기면 끝난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 끝까지 그 약속을 지켜줄 때 또 다른 신뢰를 얻는다. 필자는 허투루 한 약속이어도 지키려 애를 쓴다.

그런 일의 하나로 지난해 지키지 못했던 약속 하나를 새해 첫 근무일인 1월 2일에 지켰다. 연말 무렵의 바쁜 일정에서 틈바구니를 찾지 못해 차일피일하던 약속을 이행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필자는 공무원연금공단 연수원에서 여가 설계 전문 강사로 활동하며 많은 퇴직 예정 공무원들과 만난다. 지난해 10월 중순에 수안보 상록호텔 대강당에서 공무원 120명을 대상으로 강의 중간에 질문하고 정답을 맞힌 수강생에게 책 한 권을 선물로 우송해주기로 약속을 했다. 수강생은 농담으로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 필자는 그 수강생의 연락처를 메일로 받았다. 마침 서울지역의 주민센터 동장으로 정년을 2년 정도 남겨둔 공무원이었다. 책을 우송하는 일이 손쉬운 일임을 알면서도 직접 만나 전달하고픈 생각이 들었다. 작은 물품이지만, 전달하는 방법에 따라 감동이 다를 수 있다고 보아서다. 시간과 노력이 더 들어도 좋은 인연으로 이어갈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연초에 그 결단을 내려 찾아갔다. 약속한 책 한 권과 새해에 적합한 필자의 사진 작품을 소품 액자로 만들어 직접 전달했다. 너무 고마워했다. 상대방도 캐비닛을 열고 손님에게 일상적으로 주던 선물용 수건과 여행용 세면도구 세트 등을 내민다. 작은 약속이었지만, 지키고 나니 3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하였다. 새해 첫날에 약속 하나를 지키며 새로운 인연의 끈을 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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