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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각몽과 공유몽

기사입력 2017-11-08 09:40

‘루시드 드림(Lucid Dream)’은 가끔 접하던 단어다. 카페 이름도 있고 음악하는 그룹 이름으로도 들어봤으나 정확하게는 무슨 뜻인지 모르고 있었다. ‘루시드 드림’은 ‘자각몽(自覺夢)’이라 해서 꿈을 꾼다는 의식 하에 스스로 꿈을 꾸는 것이다. 대부분의 꿈은 깨고 나면 어렴풋해서 기억하기 어렵다. 그런데 잠든 사이에 꿈속에 나타난 것들은 뇌 어딘가에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을 거라는 추산 하에 저장된 것을 뒤져보면 자세히 기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루시드 드림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영화가 한국 SF 스릴러 영화 <루시드 드림>이다. 김준성 감독 작품이며 대호 역으로 고수와 베테랑 형사 방섭 역으로 설경구가 출연했다. 대호는 대기업 비리 고발 전문 기자다. 3년 전 놀이동산에서 납치된 아들 민우를 백방으로 찾았으나 소득이 없었다. 그러다가 루시드 드림을 알게 되었다. 마침 친구인 정신과 의사 소현(강혜정 분)이 루시드 드림 전문가여서 도움을 받는다. 루시드 드림으로 다시 꿈속으로 들어가 당시 상황을 잘 살펴보면 대충 지나쳤던 사람들의 인상이나 행동거지, 심지어 자동차 번호판도 되살려낼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호는 루시드 드림을 이용해 아들이 납치되던 상황을 되살려 용의자들을 추적한다. 형사 방섭이 여기에 적극 호응한다. 아들 민우는 우리나라에 20명밖에 없는 특이 혈액형을 갖고 있다. 그중 한 명이 혈액이 필요하면 헌혈할 사람은 그 사람들밖에 없는 것이다. 거기 연루된 사람들이 모두 용의자들이다.

대호가 자각몽에서 본 용의자의 얼굴을 소현에게 보여주자 소현은 그 사람의 몽타주를 만들어 보여준다. 실제로 만난 적이 없는 사람이지만, 자각몽을 꾼 사람들에게 공통으로 나타나는 사람의 얼굴이란다. 정신분석학에서는 ‘디스맨’이라고 표현한다. 이 영화에서는 또 꿈을 꾸는 누군가와 뇌 주파수를 맞추면 그 사람 꿈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공유몽(共有夢)’을 통해 용의자를 찾는 설정이 독특하다. 그래서 식물인간이 된 용의자의 꿈속으로 이 사건에 연루된 여러 사람이 들어가 당시 상황을 알아내려고 한다. 이때 만약 식물인간이 된 사람이 죽으면 공유몽 상태에 있던 사람도 같이 죽게 되므로 스릴도 있었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는 사리 판단을 잘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영화에서는 차임벨을 쓴다. 초침이 움직이지 않는 시계로 꿈과 현실을 구분하고 꿈에서 벗어나고 싶으면 손에 쥔 차임벨 버튼을 누르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리얼리티 체크(Reality Check)’라고 부른다. 실제로도 여러 방법이 시도되고 있는 모양이다.

루시드 드림은 단순한 SF가 아니고 정신분석학에서는 이미 체계적으로 연구되고 있는 이론이라고 한다. 1913년 네덜란드의 정신과 의사 프레데릭 반 에덴이라는 사람이 주장한 이론으로 각국의 생리학자들도 연구를 진행 중이란다. 뇌과학이 더 발달하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최면술처럼 수사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이가 들면 꿈꾸는 횟수가 줄어드는 것 같다. 가끔 가위눌림을 경험하기는 하지만 습관적으로 즉시 잠에서 깨어나 털어버린다. 오래 살다 보니 꿈을 꾸면서도 꿈인지 아닌지 구별이 되는 것 같다. 루시드 드림까지 갈 필요는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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