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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분세락(轉糞世樂)

기사입력 2017-06-02 10:17

▲ 세상은 아름답게 보면 한없이 아름다워진다(변용도 동년기자)
▲ 세상은 아름답게 보면 한없이 아름다워진다(변용도 동년기자)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의 사자성어는 “전분세락(轉糞世樂)”이다. 생로병사로 이어지는 인생살이가 어려움이 많아도 살만한 구석이 많음을 강조한 말이다.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최고령 생존자였던 헤르츠 좀머 할머니는 110세로 생애를 마쳤다. 숨을 거두기 전에 “살면서 많은 전쟁을 겪었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지만, 삶은 배울 것과 즐길 것으로 가득 찬 아름다운 선물”이라는 말을 남겼다. 유대인 학살의 현장을 지켜보며 처절한 아픔을 겪었어도 인생은 아름다운 선물이라고 여겼다. 전분세락을 웅변한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사람이 사는 동네는 살아가는 모습과 생각이 비슷하다. 날이 갈수록 세상은 각박해지고 혼란스러운 점이 없는 바는 아니어도 세상은 살만한 구석이 있음을 발견한다. 가만히 살펴보면 좋은 사람과 기쁨이 가득하다. 이름 모를 풀 한 포기에도, 보일 듯 말 듯 한 귀퉁이에서 피는 한 송이 꽃에도 자연의 아름다움이 담겨있고 생명력이 꿈틀댄다. 보는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설렘은 곧 삶의 기쁨이고 미래의 희망으로 행복의 원천이다.

삶의 기쁨은 여러 곳에서 온다. 자신의 깊은 내면에서 오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생겨나는 기쁨일 수도 한다. 갓난아기의 해맑은 미소에서 엄마가 그냥 행복해지듯이 말이다. 아침 일찍 고운 햇살을 반기며 이슬 머금고 피어나는 꽃송이를 바라보는 데서도 그러하다. 아침 산책길에 만나는 철 따라 피는 꽃도 기쁨을 준다.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생강나무 꽃이 있고 애기똥풀꽃도 그렇다. 대부분 사람이 그러하듯 갓 피는 꽃과 파릇한 새싹을 보고 기쁨을 느낀다. 필자가 사는 동네는 낮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주변이 논밭이다. 모내기가 한창인 요즘 물이 가득 채워진 논에 반영된 불그스레한 일출이 장관이다. 나무 사이로 고개를 쭉 들이미는 한 줄기 햇살에 빛나는 연둣빛 잎새도 정겹고 신비스럽다. 날마다 같은 길을 걸어도 나무와 꽃, 풀 포기, 동녘에 뜨는 아침 태양이 다르게 다가온다. 시간과 날씨에 따라 자연의 모습이 달라지기에 늘 새롭게 느껴진다. 주변에 만나는 소소한 자연의 아름다움에 빠져들어서다. 늘 아름답다는 생각이 가슴에 가득해서다. 일체유심(一切唯心造)이다. 세상은 마음먹기에 달렸음이다. 세상은 아름답게 보면 한없이 아름다워진다. 아름다운 세상을 모두 즐기기엔 인생이 짧게만 느껴진다. 일분일초가 아깝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간다. 전분세락이란 말의 의미를 깨달아 간다. 세월이 익어감이 아닐까? 어떻게 살아야 전분세락의 세상을 더 즐겁고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까? 더러는 너무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 듯하며 살았는지 모른다. ‘나쁜 포도주를 마시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라는 서양인들의 노후 삶의 철학을 배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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