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들판엔 뜨거운 한여름의 태양을 방불케 하는 더위가 쏟아지고 있었다.
언덕으로 오르는 길 옆 냇가에는 여름꽃들이 활짝 피어 있었고 몸부림치듯 엉킨 덩굴들이 옥천의 들길에서는 자유로워 보인다.
나무 그늘에는 더위를 피해 동네 사람들이 쉬고 있었고, 언덕 아래엔 초여름의 강태공들이 텐트를 치고 하세월 유유자적한 모습이다.
옥천의 보정천, 그리고 그곳에 섬처럼 떠 있는 정자 상춘정이 보인다.
시인 정지용의 고향 옥천 땅.
그의 시처럼 아름다운 땅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
어릴 적 여름방학 때 고모네 집에 놀러가던 길, 그 들판에서 사촌들과 뛰어 놀았지. 순진무구했던 어린 시절의 필자가 거기 아직 있는 듯하다. 그리움에 가슴에 뭉클해져 온다. 온몸으로 땀이 흐르던 날이었다. 그럼에도 그 들판을 걸으면서 마냥 행복했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그리고 저 넓은 냇가에 안개가 휘감겨 있을 새벽에 올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
실개천이 휘도는 그 넓은 벌을 떠나오며 문득 돌아보니 상춘정이 내게 인사를 하는 듯하다. “안녕, 잘 가요.”
“안녕, 다시 오고 싶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