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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과 성형

기사입력 2017-04-07 08:46

얼마 전 관상에 대한 열풍이 불고 있다는 뉴스가 나온 적이 있다. 어느 정도 흥행에 성공한 <관상>이라는 영화도 있었다. 관상이란 얼굴의 생김새인데 수명이나 운명과 관련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생김새를 보면 그 사람의 운명이나 복 등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고난 얼굴 그대로 살아가지만, 요즘은 성형을 통해 불만스러운 얼굴 부위를 고치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이전에는 그저 예뻐지기 위해 성형수술을 하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관상을 통해 운명을 바꿔보려는 관상수술이 유행이라고 한다. 과연 성형으로 고친 관상이 정말 운명까지 바꿀 수 있는 것일까? 한 역술인은 성형은 겉모습만 바뀌는 것이지 내면까지 바꾸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는 오랜 옛날부터 사주, 관상, 풍수, 성명 등으로 인간의 운명이나 길흉화복을 점치는 풍습이 있었다. 사주와 관상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고 풍수와 성명은 후천적으로 그 사람의 운명에 영향을 준다는 데 그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에 의해 운명이 결정지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으며 전혀 맞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흔히 관상가들이 이런 점은 좋고 이런 점은 나쁘다고 말했을 때 좋은 평가인 경우 덕담으로 듣고 넘어갈 수 있지만 안 좋은 말을 들은 사람은 찜찜하고 기분이 나쁠 수 있다. 옛말에 ‘관상이 수상만 못하고 수상이 심상만 못하다’라는 말이 있다. 올바른 마음을 갖춘 사람이야말로 외형과 상관없이 복 있는 사람이 아니겠냐는 논리다.

최근 역술인에게 관상을 보고 병원까지 소개받아 성형하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하는데 심지어 역술인이 병원 브로커 역할을 한다는 소문도 있다. 취업도 안 되고 삶이 어려운 사람들의 불안을 이용한 역술인과 병원의 상술이라는 지적이 있다.

시대가 바뀜으로써 달라지는 사회상도 참으로 재미있다. 예전엔 영화배우나 연예인이 성형을 하면 여론으로부터 큰 뭇매를 맞았고 팬들도 등을 돌렸다. 그래서 연예인들은 성형 사실을 숨기느라 살이 빠져서 그렇다는 등 부인하고 숨기기 바빴다. 그러나 요즘은 당당하게 성형한 사실을 밝히고 또 인정해주는 추세다. 성형은 필요하면 해도 된다는 인식을 갖게 된 것이다.

생각해보니 필자가 어렸을 때의 여배우들은 성형을 하지 않아도 아름다웠다. 그러나 요즘 연예인들은 예쁘기는 하지만 서로가 너무 닮은 모습이다. 성형술이 발달해서 똑같은 모습으로 찍어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또 연예인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얼굴 고치기를 주저하지 않는 시대가 온 것 같다. 모두들 어떻게 그리 용감한지 모르겠다.

필자는 예쁜 귀걸이를 한 사람을 볼 때마다 부러워했다. 진주나 반짝이는 작은 보석을 귀에 딱 붙인 모습이 정말 예뻐 보였다. 그러나 필자는 귀를 뚫는 게 무서워서 한 번도 귀걸이를 해보지 못했다. 그 정도의 아픔도 감수하지 못해 귀걸이도 못하는데 얼굴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어찌 수술로 고칠 생각을 했겠는가? 꿈에서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더구나 고친 얼굴이 마음에 안 들면 어쩌겠는가. 필자 친구 중에 쌍꺼풀 수술을 한 사람이 있다. 본인은 만족할지 모르겠으나 무섭게 부릅떠진 눈매에 다들 놀라서 안 하니만 못하다고 뒷말들을 했다.

그런데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성형에 최근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나이 먹은 생각은 못하고 왜 이렇게 보기 싫은 얼굴이 되었는지 거울을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그럴 때 눈을 치켜 올려보기도 하고 뺨도 당겨보면서 성형을 생각해본다. 한편으로는 세월에 거스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늙는 게 당연한 거라고 마음을 다독이기도 한다.

요즘 V라인이 대세라 너도나도 턱을 깎는 위험한 양악 수술들을 하고 있다. 그러나 관상에 따르면 뾰족한 턱보다는 둥그스럼한 턱선이 말년에 좋은 상이라 한다. 두툼한 필자의 턱을 쓰다듬으며 만족한 미소를 띠어본다. ‘말년이 좋은 관상이 최고 아닌가?’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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