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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리 예술마을에서 맞은 첫눈

기사입력 2016-11-29 16:05

▲헤이리 갈대공원(강신영 동년기자)
▲헤이리 갈대공원(강신영 동년기자)
불현듯 헤이리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5년 전 여럿이 어울려 스치듯 지나쳤는데 그때는 아직 건물들이 제대로 들어차지 않았을 때라서 별 감흥이 없었다. 그간 다녀온 사람들 얘기를 여러 번 듣게 되어 다시 한 번 더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움츠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합정역 1번 출구에서 2200번 버스가 파주까지 가는데 헤이리를 경유한다. 편도 2,500원이다.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자리가 거의 만석이다. 바로 강변으로 빠져 자유로를 타고 가다 보면 오른쪽에 고양시, 일산이 멀리 보이고 왼쪽에는 가시철망 너머로 서해가 보인다. 1시간가량 달리니 출판단지를 지나 헤이리 1번 게이트에 도착했다.

헤이리는 1998년부터 조성된 곳이므로 아직 역사가 20년이 채 안 되었다. 15만 평 부지에 미술인, 음악가, 작가, 건축가 등 380여 명의 예술인들이 각자 개성 있게 자신의 작업장, 갤러리, 공연장, 박물관 등을 짓고 있다. 문화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곳이다.

▲영화 박물관(강신영 동년기자)
▲영화 박물관(강신영 동년기자)

이번에 가본 헤이리의 모습은 5년 전과는 많아 달랐다. 입구에 문화예술단지 답지 않은 어설픈 매표소가 있었다. 영화박물관 등 여러 가지 박물관들도 많이 들어차 있었다. 입장료가 대부분 7000~8000원대라서 양껏 구경하려면 일인당 10만원은 잡아야 했다. 티켓을 구입하면 휴대폰에 영수증이 뜬다. 해당 박물관에 가서 휴대폰에 저장된 영수증을 보여주거나 휴대폰 끝자리를 불러주면 입장할 수 있다.

영화박물관부터 둘러봤다. 입장권은 8000원이다. 입구에서 휴대폰 번호를 대니 연락받았다며 3층부터 구경하고 지하 1층까지 구경하면 된다고 했다. 음향 효과를 내는 방법을 소개하는 영상이 있었고 각종 소품들도 전시되어 있었다. 여러 가지 소품들을 갖다 놓았으나 입장료 8000원은 많이 비싼 듯했다. 30분 정도 소요되는 국내외 명작들의 OST와 추억의 장면들을 다시 본 것만으로 겨우 본전은 뽑았다고 생각했다.

여기저기 둘러보려고 했으나 길이 미로 같아서 몇 바퀴 돌아도 제자리였다. 안내 지도에 현 위치를 표시해놓지 않아 헤매는 사람이 많았다. 화장실 인심도 야박했다. 공중화장실이 한 군데도 없어 화장실에 가려면 업소에 들어가 매상을 올려줘야 겨우 화장실 열쇠를 건네받을 수 있었다. 오가는 사람들은 국내인들보다 외국인들이 더 많았다. 그들이 얼마나 헤맬지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한길출판사가 지은 북하우스가 좋았다. 독특한 건물 양식에 3층까지 책을 전시해놓았다. 그런데 건물 뒤에 따로 마련되어 있는 책 전시관은 입장료를 6000원씩이나 받았다. 굳이 입장료를 받아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입장료가 너무 비쌌다. 무료로 개방한 아프리카 박물관은 좋았다. 쇼나 조각에 관심을 보였더니 1번 게이트 근처의 ‘레오파드 락’이라는 가게를 소개해줬다. 과연 가보니 사고 싶은 조각품들이 많았다. 가격대도 소품이 30만원 정도였다. 차를 가져갔더라면 몇 개 샀을지도 모른다.

전날 과음을 한 탓에 점심으로 국물이 있는 음식을 먹고 싶었으나 피자, 케이크 등 브런치 메뉴들이 많았다. 겨우 찾아낸 곳이 편의점에서 같이 운영하는 푸드코트였다. 그런데 새우볶음밥이 7,000원이나 했다. 5,000원 정도만 받아도 될 만한 음식이었다. 이런 곳에도 설렁탕이나 감자탕 또는 동태탕, 하다못해 김치찌개를 파는 음식점이 한 집 정도는 있으면 좋겠다.

그 밖에 게임박물관, 인형박물관, 커피박물관, 추억박물관, 악기박물관, 동화세상박물관 등이 있었지만 관람객들이 없었다. 오가는 사람들이 적은 것을 보니 입장료 책정에 문제가 있어 보였다. 입장료를 대폭 할인하거나 주기적으로 반값으로 할인하는 행사라도 해야 관람객들이 좀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헤이리 마을 건너에 있는 거대한 영어마을은 을씨년스러워 보였다. 인적도 없이 건물만 덩그러니 서 있는 모습을 보니 저러다 흉물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5년 전 기억으로는 입장료도 있었다.

마침 첫눈이 왔다. 비 소식이 있어 눈이 올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싸라기눈이 한나절은 퍼부었다. 우산 없이는 도저히 나서지 못할 정도였다. 축복 같은 눈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다시 서울에 도착하니 이 도시가 좋다. 역시 필자는 도시민이지 헤이리에 거주할 예술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헤이리는 해가 지면 그야말로 적막강산이란다. 가끔 둘러볼 가치는 있는 곳이지만 살고 싶은 동네는 아니다. 몇 해 지나서 다시 가보면 더 알차게 꾸며져 있을 것이다. 보완되어야 할 점이 많아 보이는 헤이리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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