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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이 정확하게 쓰는 외래어들

기사입력 2016-08-16 16:42

새로운 단어가 방송에서 나온다. 그러면 순식간에 전국 방방 곡곡 모든 사람들이 그 말들을 순식간에 사용하는데 놀라운 속도다.

내가 살고 있을 때 <에스칼레이터시끼 = 에스컬레이터 식>라는 말이 자주 사용되었다. 난 그 말이 나온 지 얼마 안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이를 막론하고 그런 의미의 말을 사용할만하면 정확하게 전 국민이 사용하는 거다. 그 전파 속도도 놀랍지만 발음도 의미도 정확하게 정말 잘 사용한다는 게 놀라웠다. 나는 바로 안 나오는데 그들은 젊은이들이나 주부들은 물론이거니와 아주 나이가 많은 분들도 정확하게 그 발음으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외래어들의 발음이 엉망인 국민들이지만 그들이 그렇게 되는 이유는 받침이 없는 가나로 발음 표기를 하기 때문에 절대로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어느 날 중학교 영어시간에 어머니들을 초청했다. 영어 선생님은 정확하게 발음을 했지만 전 학생들은 테이블을 ‘테이부루’ 라고 발음했다. 수 십 번을 영어 선생님이 발음을 해 주면서 반복을 시켰지만 허사였다. 가만히 책을 들여다보니 발음기호가 가나로 그렇게 되어 있었다. 거기 쓰여 있는 대로 읽으면 학생들의 발음이 정확했다. good bye는 ‘구또바이’ happy birthday는 ‘핫삐바스데~’ camouflage는 ‘카무후라쥬’ macdonald가 ‘마꾸도나르도’ 등등 정말 어처구니없는 발음기호로 쓰여 있었다. 내가 가나를 다 배우고 나니 절대로 그렇게 밖에는 더 이상 어떻게 표기가 안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웃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 한글의 놀라움을 우리는 마음에 새겨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처음에 그들이 하는 영어에 몹시 웃음이 나왔었지만 점점 그렇게 웃을 수가 없어졌다. 왜냐하면 그렇게 밖에는 안 되는 언어를 가진 죄 밖에는 없었으니까 이해가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들 나름으로 외래어들을 자기들에게 맞게 만들어 내는 기술도 대단하다고 나는 생각하게 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화미콘’ 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냥 그게 TV게임 전용기를 외래어로 그렇게 말하는 것인 줄만 알았다. 그게 아니라 패밀리 컴퓨터의 준말로 가족 전체가 즐기는 컴퓨터란 의미라는 것이었다. 그런 놀라운 제조 외래어들이 얼마나 난무하는지 알 수가 없는데 일본인들은 어느 누구도 전연 헷갈리지 않고 발음도 정확하게 사용하처도 절대 안 틀리고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쓰는 게 정말 놀라운 수준이다. 발음이 전 일본인들이 똑같다는 것이다. 자기들은 자신만만하게 그 발음을 고수하고 사용한다. 어느 한 사람 손가락질 안 한다. 영어 발음을 귀신같이 잘하는 사람일지라도 자기들끼리는 그 발음으로 통한다.

가끔 전철을 타면 영어로 떠들어대는 청소년들을 마주할 때가 있다. 물론 동양인이다. 중국인이나 다른 동양인 학생들이 여행을 온 건지 우리는 얼굴과 차림만 보고는 구별할 수가 없는 노릇이다. 한참을 그렇게 같이 가다가 우리말로 하는 게 들린다. 왜 여기가 한국인데 우리의 위대한 한국말을 안 쓰고 영어로 하는지 알 수가 없지만 비밀스런 말인가? 하며 이해해 주려고 노력은 해 본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절대 그런 일본 청년들을 만난 적이 없었다. 발음상의 문제로 그럴까?

자존심을 가지고 일본인이라는 것으로 발음이 틀려도 외래어들은 틀린 발음으로 쓰거나 자기 국민들 정서에 맞게 만들어 내놓은 말을 온 국민이 마다않고 자랑스럽게 쓴다. 미국인이 가장 놀라는 것도 어떻게 그렇게 맘대로 외래어를 만들어 내는지 놀라웠다고 했다. 나와 마찬가지로 그 미국인도 ‘화미콘’에 대해서 어찌나 온 국민이 자연스럽게 사용하는지 일본말인 줄 알아서 자기도 그렇게 말했다고 그러다가 어느 날 그게 준말이란 걸 알고 황당했었다며 그러나 아주 구또(GOOD) 라며 엄지를 치켜 올렸던 게 기억난다. 그들의 자존심을 이해하게 하는 구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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