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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론에 대하여 PART6] 돈을 남기지 않은 남자

기사입력 2015-09-07 14:17

상훈유통 이현옥 회장이 만든 108억 원의 행복

21년 동안 108억 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을 기부한 기업인이 있다. 1994년 8월에 창립해 국가유공자들의 복지 증진과 한미 우호 증진을 기업 목표로 삼고 유통, 서비스, 판매 사업을 하고 있는 상훈유통의 이현옥(李鉉玉·77) 회장이 주인공이다. 알게 모르게 꾸준하게 이뤄진 그의 기부는 정부로부터도 인정을 받아 2014년에는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보훈 관련 단체에서는 ‘기부천사’라고 불리는 이 회장의 삶과 실천을 통해 돈 쓰는 철학을 짚어본다.

내가 가진 것을 남과 나눈다는 것은 사회에 대한 배려 그 자체다. 돈이 있는 사람만이 나누는 건 아니다. 각자 자신만의 ‘달란트(재능)’를 필요로 하는 타인이나 단체에 선물하는 ‘재능기부’도 확산되고 있다. 일회성 봉사나 한시적인 거창한 후원보다는 소박한 실천적 나눔으로 사회 곳곳에 다가서는 것이야말로 아름다운 기부이다. 나눔과 기부가 ‘있는 사람들’만의 문화가 아님을 알려주는 일이다.

연매출 300억~400억 원의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이현옥 회장은 첫 대면에서 겸손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따뜻하고 정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곧 자신의 따뜻함을 남과 함께 나누고 행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 또한 어느 순간부터 나눔의 기쁨을 알게 되어 기부에 ‘중독된’ 대표적인 경영자다. 보훈처 퇴직 후 상훈유통을 설립한 다음 해인 1995년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국가유공자와 보훈단체에 성금을 기탁한 이 회장이 낸 돈의 액수는 108억 원. 10억 원이 부(富)의 대표적 기준이 된 사회에서 이 회장은 그 열 배가 넘는 돈을 자신의 주머니 속이 아니라 남의 주머니 속에 넣었다. 그러나 그 막대한 기부금에도 불구하고 정작 본인은 25년이 된 30평짜리 작은 빌라에 살고 있다.

국가 은혜 갚으려고 국민으로서 기부한다

이 회장은 베트남전에 하사로 참전했던 국가유공자이기도 하다. 격렬한 전쟁의 한가운데에서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잔혹함과 죽어나가는 전우들, 그리고 국가가 없는 삶의 비참함을 깨달은 이 회장은 국가 보훈을 위한 기부를 반드시 하기로 다짐했다고 한다.

베트남전에서 복귀한 이후 20여 년간 보훈단체에서 공직 생활을 한 그는 상훈유통을 세울 때 국가 보훈이라는 분명한 목표를 정하고 일을 진행했다. 상훈유통은 SOFA 면세품 양도 양수 사업, 한국인삼공사 정관장 홍삼 제품 및 홍삼 음료 판매 사업 등을 갖고 있으며 1사 1촌 농촌사랑운동의 일환으로 자회사인 상훈영농조합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이다.

그의 기부 대상은 당연하다는 듯 보훈 단체들이었다. 국가유공자단체와 보훈병원에서부터 광복회, 전몰군경 유족회, 미망인회, 월남전참전자회, 상이군경 복지회관, 안중근의사기념관, 천안함 관련 단체 등등 그는 보훈을 위해 만들어진 곳을 향해 아낌없이 돈을 냈다. 국가유공자들의 자녀들에게 지급하는 나라사랑 큰나무 장학금도 운영하고 있다. “부국의 원천은 강병이요, 강병의 뿌리는 보훈에 있다”라고 누누이 말하는 그다운 일이다. 그는 보훈이야말로 국민의 도리요, 의무이며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힘닿는 데까지 동참하자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거창한 기부가 아닌 작은 배려와 실천의 기부로 행복을 누리자”

“덕을 베풀고 나누다 보니까 행복해지더군요. 복은 자연스레 따라오게 되고요.”

이 회장은 “좋은 생각, 좋은 마음, 좋은 일을 실천하며 살자”고 말했다. 지금까지 인터뷰했던 전형적인 기부중독자들과 똑같은 말이다. ‘남에게 베푸는 것이야말로 곧 행복’이며 ‘그래서 자신은 기부를 멈출 수가 없다’는 말이다. 아무리 기부라는 행복을 깨달은 사람이라지만 25년 동안 검소한 빌라에 살면서 100억 원이 넘는 기부금을 낸 건, 정말 그게 가능할는지 의심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 회장은 그게 가능한 사람이었다. 돈을 기부에 쓸 수 있었던 것은 회사를 세운 후 21년 동안 매년 수익금의 50%를 기부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부분을 들으면 웬만한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수익금의 50%를 기부금으로 낸다니, 가족들이 가만히 있었을까?’

그러나 이 회장은 그러한 아버지를 자식들이 이해해주고 욕심을 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자식들에게 가업을 이어주지 않고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싶어 했다.

“억지로 시킬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가업 승계 문제는 전적으로 자식들 본인이 선택할 문제입니다. 한다고 하더라도 능력이 없으면 넘겨 줄 수 없습니다. 회사에는 좋은 경영 성과를 내는 직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에게 회사를 넘기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소유하느냐보다 누가 기업을 존속할 수 있게 하느냐가 훨씬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죠.”

▲사진=이태인 기자 teinny@
▲사진=이태인 기자 teinny@

자신에게 맞는 작은 실천이 큰 힘

인터뷰 내내 말을 아꼈던 이 회장은 기부의 보람과 아름다움에 대해서만큼은 수다쟁이가 됐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작은 것들이라도 모이면 큰 힘을 낸다는 말인데, 제 기부 철학을 그대로 표현한 문구인 것 같습니다.”

이 회장은 많은 이가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작은 나눔에 동참한다면, 우리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사회가 될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은 이 회장이 기부를 통해 꿈꾸는 미래기도 했다.

베푸는 일은 자기의 위치에서 적당한 규모로 하는 것이 좋다. ‘쓸 수 있는 돈을 가진 것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바르게 쓰는 법까지 알고 있으면 더욱 좋다’는 유태인의 속담이 떠오르는 부분이었다.

“아름다움은 내면에서 풍겨 나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사람은 보기만 해도 행복한 에너지를 선물 받게 되죠. 우리는 즐겁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남들과 행복을 나누는 사람이 되자고 늘 다짐해요. 나누지 않는 사람은 이 기쁨을 모를 겁니다. 직접 기부를 해보고 기부가 어려운 게 아니라 쉽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거창하게 하는 것이 아닌 작은 배려와 실천이 얼마나 소중한가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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