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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할머니 스트리트 푸드, 세계인을 사로잡다

입력 2025-12-03 06:00

[세대를 잇는 맛, K-푸드 '한식'] 30년 이상 길거리 지킨 장인 3인 조명

(박진주 프리랜서)
(박진주 프리랜서)

전 세계 스트리트 푸드에는 그 지역만의 정서가 담겨 있고, 오래된 손끝의 기술과 장인의 이야기가 스며 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 역시 시장 또는 길거리를 걷다 만나는 음식을 즐긴다. 기대 이상의 맛에 감동해 눈시울을 붉히는 이들도 있다. 30년 넘게 한자리에서 인생의 작품을 빚어온 세 명의 스트리트 푸드 장인을 소개한다.

◆50년 서울중앙시장 명물 문옥희 할머니 “호떡 기름 빼고 정성 쏟았죠.”

▲호떡 장인 문옥희 할머니.(박진주 프리랜서)
▲호떡 장인 문옥희 할머니.(박진주 프리랜서)

추운 겨울이 되면 서울중앙시장에는 줄이 길게 늘어선다. 그 이유는 단 하나, 문옥희(84) 할머니의 호떡을 맛보기 위해서다.

30대에 생계를 위해 시작해 50년 넘게 호떡을 구워온 할머니. 길게 늘어선 손님들을 볼 때마다 복잡한 마음이 든다.

“손님 줄이 길게 서 있는 걸 보면 행복해요. 그런데 추운 날씨에 고생하시는 걸 보면 또 마음이 안 좋죠.”

(박진주 프리랜서)
(박진주 프리랜서)

할머니의 호떡은 기름을 거의 쓰지 않는다. 구워야 하니 최소한의 기름만 두르고, 할머니는 계속해서 기름을 닦아낸다. 속이 터지지 않도록 반죽을 덧붙이는 손놀림은 마치 장인 같다. 호떡은 쫄깃한 식감이 살아 있고 담백하다.

“그냥, 깨끗하게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해요. 호떡을 구울 땐 온 신경을 거기에 써야 하죠. 반죽을 얇게, 깨설탕이 흐르듯 만들어야 맛있어요.”

문옥희 할머니의 호떡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일본 잡지에 ‘기름이 없고 맛있는 명물 호떡’으로 소개됐고, 최근에는 유튜브를 보고 베트남에서도 비결을 배우러 찾아왔다. 현재 할머니의 제자는 100명이 넘는다.

“일본에서 아가씨들이 많이 와요. 사진도 찍고, 맛있다고들 하죠. 한 아가씨가 그러대요. ‘일본에 할머니 얼굴이 깔려 있다’고. 하하.”

추운 날씨 속에 할머니는 늘 따뜻한 마음으로 불판 앞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체력이 예전 같지 않아요. 그래도 능력 있을 때까지 호떡을 굽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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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주 프리랜서)
(박진주 프리랜서)

찾아가는 법 서울시 중구 퇴계로85길 36, 서울중앙시장 내 (2·6호선 신당역 인근)

메뉴 왕호떡 2000원 *계좌이체 불가, 현금 결제만 가능

기자 한 줄 감상 “시장 명물의 자부심 속에 느껴진 장인의 품격.”

◆40년 회기역 엄마 현행자 할머니 “오늘도 토스트 구워서 행복해요”

▲토스트 장인 현행자 할머니.(박진주 프리랜서)
▲토스트 장인 현행자 할머니.(박진주 프리랜서)

“공주님~ 왕자님~.” 회기역 1번 출구 앞, 작은 노점에서 토스트를 내어주는 현행자(81) 할머니는 경희대학교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생들에게 또 다른 ‘엄마’ 같은 존재다.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하고, 전두환 대통령이 되실 때부터 했으니… 글쎄, 40년 넘었지.”

수많은 청춘이 할머니의 토스트를 먹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졸업 후 결혼하고 아이 손을 잡고 다시 찾아오는 이들도 있다. 2012년 화재로 노점이 전소됐을 때는 학생 5000명이 서명운동을 벌여 가게 자리를 지켰다.

“그때 학생들이 그렇게 도와줬어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고마워 눈물이 나요.”

(박진주 프리랜서)
(박진주 프리랜서)

과거 이곳의 토스트는 1000원이었다. 현재는 기본 토스트 2000원, 햄 토스트 2500원에 판매한다. 물가가 오르며 고민이 깊어졌지만, 할머니는 가격을 쉽게 올리지 못한다.

“손님이 많이 줄었지만, 싸구려 재료는 못 써요. 오래 하려면 정직해야죠.”

할머니의 토스트는 값보다 마음이 더 따뜻하다. 달걀 안에는 양배추, 당근, 부추가 듬뿍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기호에 따라 케첩, 설탕, 머스터드를 선택할 수 있다.

“비법이요? 그런 건 없어요. 손님들이 맛있게 먹어주는 게 비법 아닐까요.”

회기역 앞 작은 노점에서는 오늘도 고소한 냄새가 난다. 청춘의 추억과 할머니의 삶이 함께 구워지고 있다.

“제가 가장 행복할 때는 퇴근할 때예요. 오늘도 무사히 장사했구나 싶고, 내일 또 토스트를 구울 수 있잖아요. 지금은 딸이 직장 다니지만, 나중엔 물려줄 생각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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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주 프리랜서)
(박진주 프리랜서)

찾아가는 법 서울시 동대문구 휘경동 회기역(1호선) 1번 출구 앞

메뉴 야채 토스트 2000원, 햄 토스트 2500원(어묵, 커피 등 판매)

기자 한 줄 감상 “청춘을 바쳐 수많은 청춘을 키워낸 우리네 어머니.”

◆30년 창동역 ‘참만두’ 김영숙 할머니 “만두는 나의 생명의 은인”

▲만두 장인 김영숙 할머니.(박진주 프리랜서)
▲만두 장인 김영숙 할머니.(박진주 프리랜서)

서울 창동역 인근의 ‘참만두’는 예약 없이 못 먹는 만둣집으로 통한다. 이곳은 아침 7시부터 전화 주문을 받고, 오후 1시 오픈 이후 만두를 찾아가는 시스템으로 운영한다.

김영숙(71) 할머니는 새벽 6시부터 하루를 시작한다. 반죽을 치대고, 재료를 다듬고, 만두 속을 버무리는 모든 과정이 손끝에서 완성된다. 만두 찜기의 천도 직접 만든다. 큰 삼베를 잘라 하나하나 손수 재단한다.

“요즘은 속을 대량으로 사서 만들기만 하는 집이 많아요. 그런데 그렇게 해서는 자기 맛이 안 나요. 자기만의 고유한 맛이 있어야죠. 그리고 저는 신선하고 좋은 재료를 쓴다고 자부합니다.”

그 말처럼 참만두의 만두는 특별하다. 얇은 피는 속이 비칠 만큼 투명하고 쫄깃한 식감을 자랑한다. 고기만두는 아삭한 양배추가 씹는 맛을 더하고, 김치만두는 매콤한 양념이 중독적이다.

(박진주 프리랜서)
(박진주 프리랜서)

김영숙 할머니가 만두를 시작한 건 생계를 위해서였다. 두 아들을 홀로 키워야 했던 그는 택시 운전을 하려던 계획을 접고 트럭에서 만두를 팔기 시작했다.

“이 인근 차에서 찜기 올려놓고 20년 넘게 했어요. 여기로 옮긴 지는 4년 정도 됐네요.”

특히 할머니가 메뉴를 만두로 정한 이유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요즘은 유튜브를 보고 찾아오는 외국인 손님도 늘고 있다.

“이 만두야말로 K-푸드 아닐까요? 신선한 채소로 속을 채우고, 튀기지 않고 찌잖아요. 건강과 맛,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음식이죠.”

할머니는 만두를 ‘생명의 은인’이라고 표현했다. 소소하게 돈을 벌며 두 아들을 키웠고, 그 덕분에 행복한 노년을 맞았다.

“애들 다 커서 일하고 장가도 보냈으니, 남은 게 없어도 감사하죠. 제가 왜 이렇게 웃고 있겠어요? 하하. 앞으로 건강하게, 할 수 있을 때까지 일하는 게 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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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주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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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법 서울시 도봉구 노해로 383, 창동역(1·4호선) 1번 출구 인근(KB국민은행 창동종합금융센터 앞)

메뉴 고기만두 5000원, 김치만두 5000원

기자 한 줄 감상 “꿋꿋한 인생 속 밝은 미소, 롱런의 진짜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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