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메뉴

[편집국장 레터] 45㎝ 이하의 밀접한 거리

입력 2025-10-01 07:00

한가위 맞이 '스페셜 가족을 말하다 관계를 잇다' 마련

글 공도윤 편집국장 doyoon.gong@etoday.co.kr

(사진=브라보 마이 라이프)
(사진=브라보 마이 라이프)

한가위가 있는 10월입니다. 가족을 포함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하는 시간이 많은 달입니다.

심리학자 에드워드 홀의 연구에 따르면 ‘45㎝ 이하의 밀접한 거리’는 가족이나 연인처럼 친밀한 관계에서 자연스럽게 허용되는 거리라고 합니다. 서로의 심리적·감정적 연결이 잘 이뤄진 사람들만이 허용될 수 있는 거리일 겁니다. 역으로 보면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상대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거리이자 서로가 쉴 수 있는 ‘틈’이 필요합니다.

그 ‘틈’을 따뜻한 온기를 채워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디지털 사회로 삶은 편리해졌지만 사람 간의 교감은 줄고 핵가족화와 1인 가구 증가로 외로움은 커졌습니다. 효율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 나 중심적 사고가 우선되는 만큼 타인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태도는 뒤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주변 사람들에게 소홀했던 일은 나이 든 이후의 자신에게 고스란히 쌓입니다. 틈이 너무 벌어져버려 교감의 끈이 끊어지면 고립됩니다.

오랜 시간 같이한 부부도 은퇴 후 갈등이 심해지곤 합니다. 저마다 다르겠지만 일본에서는 1990년대 은퇴한 남편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아내와 갈등을 겪는 사회현상을 두고 ‘은퇴증후군’이라는 용어가 등장했습니다.

오랜 시간 가부장적 구조에 익숙한 가장이 자신의 위치를 잃고 ‘존중받지 못한다’고 오해하며 갈등이 생깁니다. 열심히 일하느라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없었는데, 지나고 보니 아내 중심으로 돌아가는 가정의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우울해합니다.

부부간의 이야기를 예로 들었지만 사실 부모와 자식, 어머니와 며느리, 상사와 직원, 친구 사이 등 모든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입니다. 서로가 자라온 환경, 시간, 지역이 다르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관계가 늘 어려운 주제인 것은 ‘나는 잘하고 있는데, 당신이 문제야’라는 생각 때문이 아닐까요.

최은영 작가의 소설 ‘밝은 밤’은 증조모-할머니-엄마-나로 이어지는 4대의 삶을 비춥니다.

증조모에게서 시작되어 ‘나’에게로 이어지는 이야기와 ‘나’에게서 출발해 증조모로 향하는 이야기가 따뜻합니다. 작가는 이들이 서로를 넘나들며 서서히 그 간격을 메워갈 때, 서로를 살리고 살아내는 숨이 연쇄되는 과정이라고 말합니다.

스페셜 ‘가족을 말하다 관계를 잇다’를 통해 자신에게 연결된 숨을 이어주는 수많은 존재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시길 추천 드립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더 궁금해요0

관련뉴스

저작권자 ⓒ 브라보마이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댓글

0 / 300

브라보 인기뉴스

  • 통계로 본  ‘새로운 가족’ 유형
  • 사랑해 고마워 당신
  • AI가 쓴 가상 에세이 “실버타운에서 만난 새로운 나”
  • 거짓말하는 AI, 고령자 AI 안전하게 사용하는 법

브라보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