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탄스, 시니어 944명 대상 조사… 60대 39.5%, 70대 31.9% “종활 실행 중”

7월 29일 일본의 ‘생전정리의 날’을 맞아 일본 내 최대 시니어 커뮤니티 플랫폼 ‘취미인클럽(趣味人倶楽部)’을 운영하는 기업 오스탄스가 발표한 ‘종활(終活) 인식 조사’ 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종활이란 노년에 인생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활동으로, 일본에서는 이미 보편적인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오스탄스는 시니어 인플루언서 커뮤니티에서 출발해 콘텐츠 제작, 데이터 기반 리서치, 마케팅까지 아우르는 고령사회 특화 기업이다. 특히 50~70대를 주축으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 ‘취미인클럽’은 약 40만 명 이상이 가입해 있으며, 고령층의 여가, 소비, 인생 후반기 설계를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취미인클럽 회원 944명을 대상으로 지난 7월 18일부터 21일까지 실시됐다. 응답자 가운데 60대가 33.6%, 70대가 35.8%를 차지하며, 실질적인 고령층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
‘가족에게 부담 주고 싶지 않아서’가 가장 큰 동기
조사에 따르면 ‘종활’이라는 단어를 알고 있다는 응답은 99%에 달했다. 종활의 필요성을 느낀다는 응답도 91.9%로, 인식 자체는 이미 일상에 깊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종활을 실천하고 있다는 응답은 43.2%에 그쳐, 인식과 행동 사이의 간극도 확인됐다.
흥미로운 점은 종활의 이미지 변화다. 가장 많은 43.3%가 “남은 삶을 자신답게, 긍정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준비”라고 답했다. 이는 장례나 유산 정리 같은 ‘죽음 이후’ 준비(36.9%)나, 생전 리스크 관리(19.8%)보다 높은 수치다. 종활이 더 이상 죽음을 준비하는 소극적 행위가 아니라, 삶을 기획하는 적극적 활동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종활을 시작한 시점으로는 60대(39.5%)와 70대(31.9%)가 가장 많았고, 50대는 15.7%, 40대는 9.8%에 그쳤다. 종활을 시작한 이유로는 “가족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가 71.3%로 압도적이었으며,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한 불안”(31.4%),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의 사망 또는 병경험”(26.2%) 등이 뒤를 이었다. 종활이 개인의 문제를 넘어 가족과 공동체의 과제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종활을 실천하는 첫걸음으로는 ‘엔딩노트 작성’이 40.2%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정보 수집 중’이라는 응답이 22.5%, ‘가족과의 대화’가 14.5%, ‘전문가 상담’이 8.1%였다. 정보 획득 경로는 ‘인터넷’이 63.2%로 가장 많았으며, ‘TV·신문·잡지’가 38.7%, ‘지인과의 대화’가 22.8% 순이었다. 고령층의 정보 접근 방식이 점차 디지털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엔딩노트부터 실천 시작… 63.2%는 인터넷으로 정보 얻어
종활 세미나에 참여한 이들의 94.6%는 실제로 행동에 옮겼다고 응답했다. ‘엔딩노트 작성’(67.6%)이 가장 많았고, ‘물건·서류 정리’(56.8%), ‘장례·묘지 준비’(32.4%), ‘가족과의 대화’(27.0%), ‘의료·요양에 대한 의사표현’(27.0%) 등이 뒤를 이었다. 세미나 주제로는 ‘종활 전반 개요’를 다룬 강좌가 78.4%로 가장 많았다. 종활 실천의 핵심 동기가 ‘정보’와 ‘교육’에 있음이 확인된 셈이다.
아직 종활을 시작하지 않은 536명 가운데, “아직 이르다고 느낀다”는 응답은 28.1%,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응답은 25.0%였다. “복잡하고 귀찮다”(24.0%),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시작하겠다”는 의견도 다수 확인됐다. 이들은 ‘종활 전반에 대한 상담 창구’(28.7%)와 ‘집 정리 대행’(14.6%), ‘재산·상속 관련 절차 상담’(12.7%) 등의 서비스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1년 이내 종활을 시작하고 싶다’는 응답은 80대 이상에서 22.1%, 70대에서 21.0%였다. 반면, 40대는 12.5%, 50대는 14.6%였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종활을 ‘남의 일’이 아닌 ‘자기 일’로 인식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번 조사는 일본인들의 종활이 단지 죽음을 준비하는 수동적 절차가 아닌, 삶을 정리하고 스스로의 존재를 설계하는 주체적 행위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종활은 지금 일본에서 ‘고령자 개인의 마무리’가 아니라, ‘가족, 사회와의 연결을 재구성하는 일’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오스탄스 관계자는 “종활은 인생의 마무리가 아니라 재설계이며, 다양한 불안과 니즈에 대응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동반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