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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한일시니어포럼] ‘정년 이후의 일, 일본은 이렇게 만들었다’

입력 2025-11-25 06:00

무라제키 후미오 고레이샤 대표 인터뷰 “갈 곳이 있고, 할 일이 있는 삶”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시니어 인구 증가는 복지·돌봄의 과제를 넘어,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이투데이와 이투데이피엔씨(브라보마이라이프)는 12월11일 서울 강남 웨스틴서울파르나스 호텔에서 ‘2025 한일 시니어 포럼’을 개최하고, 행사에 참여하는 주요 연사들을 미리 만나, 한일 시니어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과 협력적 비즈니스 생태계 구축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일본 도쿄에 본사를 둔 주식회사 고레이샤(高齢社, 고령사)는 일본 시니어 비즈니스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히는 기업이다. ‘65세 이상만 채용하는 전문 인재 파견 회사’라는 독창적인 모델을 기반으로, 일본 사회에 새로운 고령자 일자리 생태계를 구축해온 기업이다. 고레이샤의 핵심 철학은 시니어의 활기찬 노후를 상징하는 ‘교이쿠(今日行く)’와 ‘교요우(今日用)’, 즉 “오늘 갈 곳이 있고, 오늘 할 일이 있는 삶”을 실현하는 데 있다

10일 기준 등록 인원은 약 1250명이며 평균 연령은 72.6세다. 근무 중인 인력의 평균 연령은 71.4세로, 가스 점검·시설 관리·사무 보조·맨션 컨시어지·차량 이송 등 시니어의 경력과 생활 리듬을 반영한 다양한 직무에서 활동하고 있다. 2000년 창립 이후 성장해온 고레이샤는 2021년 무라제키 후미오(村関不三夫) 대표 체제에 들어서며 한 단계 진화했다. 그는 시니어의 사회 참여를 적극적으로 확대하며 초고령사회가 나아갈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무라제키 후미오 고레이샤 대표(고레이샤)
▲무라제키 후미오 고레이샤 대표(고레이샤)

Q. 고레이샤의 설립 배경을 소개해달라.

A. 창업자 우에다 겐지(上田研二) 씨는 도쿄가스의 자회사 사장이었다. 당시 신축 아파트 입주자를 대상으로 가스 설비를 설명하는 업무를 진행했는데, 주말 업무 비중이 높아 정직원만으로는 업무가 감당되지 않았다. 이때 평일·주말 관계없이 시간을 낼 수 있고, 현장을 잘 아는 정년퇴직 선배들을 떠올렸다. 그분들에게 다시 일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 것이 고레이샤의 출발점이다. 현재 업무의 약 70%는 도쿄가스 관련 분야이고, 나머지 30%는 일반 민간기업이다.

Q. 창업자의 철학은 어떤 방식으로 계승하고 있나?

A. 고레이샤의 중심에는 ‘인본주의(人本主義)’가 자리하고 있다. 많은 기업이 고객 제일주의를 내세우지만, 고레이샤는 고객보다 직원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기업이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경영을 맡아보니 이 철학이야말로 파견회사의 경쟁력이라는 점을 실감하게 됐다.

직원이 ‘여기서 일하길 잘했다’고 느껴야 파견처에서도 신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연 1회 ‘감사의 날’을 개최하고, 흑자 시 기말수당을 지급하며, 매월 대표 이메일을 통해 직원들에게 ‘직원이 곧 회사의 자산’이라는 메시지를 꾸준히 전하고 있다.

Q. ‘교이쿠’와 ‘교요우’ 철학은 시니어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다고 보나?

A. ‘오늘 할 일’과 ‘오늘 갈 곳’이 없는 상태는 정년 이후 시니어의 일상을 크게 흔드는 요인이다. 사회와의 연결이 약해지고 하루의 의미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고레이샤는 주 1~2일이라도 꾸준히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시니어가 다시 일상의 리듬을 찾도록 돕는다.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일이 생기면 활력이 돌아오고 사회적 관계도 자연스럽게 회복된다.

Q. 직원들은 주로 어떤 업종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기술 발전 속에서 수요 영향이 궁금하다.

전 업종에서 인력 부족이 심화되고 있어 다양한 의뢰가 들어온다. 최근 가장 수요가 많은 직무는 렌터카 영업소의 접수 보조 업무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차량 인수·반납 업무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 시작하는 맨션 관리·청소 업무 또한 시니어 인력이 강점을 보이는 분야다.

자동화와 AI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사람이 직접 몸을 움직여야 하는 업무는 대체가 어렵다. 아파트 관리, 청소, 렌터카 접수·세차 등은 대표적인 사례이며, 시니어 직원들은 오랜 경험과 성실함을 바탕으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Q. 직원들에게 ‘겸손한 자세’를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시니어 파견 직원들은 대부분 자신보다 어린 상사나 직원들과 함께 일한다. 이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우위에 서려는 태도를 보이면 ‘소통이 어려운 직원’으로 인식돼 관계가 원활하지 않다. 실제 문제의 상당수가 이러한 태도에서 발생한다.

고레이샤는 65세 이후에도 일할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하는 마음과 겸손한 자세를 교육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강조한다. 겸손한 시니어 직원들은 젊은 근로자의 이야기를 듣고 조언을 건네며 자연스럽게 인생 선배로 자리매김한다. 이는 세대 간 협력을 촉진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Q. 고령 여성의 사회 참여 확대를 위해 필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여성 시니어가 사회와 다시 연결될 수 있도록 문을 넓히는 것이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다. 일본에서는 과거 결혼 후 전업주부로 지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로 인해 사회 경험이 적은 여성 시니어가 많으며, 자녀 양육이 끝나는 60세 전후에 일자리를 고려하지만 오랜 경력 공백으로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는 작은 일부터 시작해보는 경험이 중요하다. 간단한 업무라도 직접 해보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고, 그 경험이 다음 일자리 도전으로 이어진다. 결국 중요한 것은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는 환경과 스스로를 제한하지 않도록 돕는 사회적 인식 변화라고 본다.

Q. 한국 사회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A. 일본은 선진국 가운데에서도 고령화 속도가 빨랐지만, 한국은 그보다 더 빠르게 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이 축적한 경험과 시행착오를 한국이 참고해 현실에 맞게 활용하길 바란다.

또 ‘시니어가 일하면 젊은 세대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우려가 있지만, 실제 현장은 다르다. 시니어는 아침 일찍 시작하는 업무나 반복·기초 업무 등 젊은 세대가 선호하지 않는 영역에서 강점을 보이며 노동시장의 빈틈을 채우고 있다.

젊은 세대와 시니어가 각자의 장점을 살려 함께 일할 수 있는 사회를 한일 양국이 함께 만들어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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