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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운전자에 의한 사망률 높은 이유

입력 2025-07-25 08:00

[시니어의 생각] 시니어는 문화라는 비타민을 섭취

(챗GPT 생성 이미지)
(챗GPT 생성 이미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비타민과 호르몬은 신체 유지관리에 필수 요소입니다. 조금이라도 수급이 어려우면, 신체에 큰 이상을 유발합니다. 그런데 호르몬은 외부에서 결핍분을 공급하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반드시 신체 내에서 생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우리 몸은 비타민을 외부에서 공급받아야 합니다. 한 예로 비타민 A가 부족하면 야맹증(夜盲症)으로 연결됩니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 시니어에게 문예(文藝)라는 ‘비타민 M(문화)’이 필요하다고 필자는 주창합니다.

두 해 전 가을, 문예를 즐기는 한 모임에서 일본을 다녀왔습니다. 우리 일행은 60세 이후 시니어가 주축이 되어 일본에서도 관광지로 널리 알려진 하코네(箱根)를 찾아가 ‘야외 미술관’에 들렀습니다. 넓은 대지 초입에 자리한 영국을 대표하는 헨리 무어(Henry Moor, 1898~1986)의 작품과 함께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여러 조형물을 감상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일행 중 누구도 “하코네에 왔는데 온천 한번 합시다” 또는 “하코네가 온천으로 유명한데…”라며 아쉬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일행이 예술에 큰 감흥을 받은 것입니다. 이처럼 나이를 넘나드는 게 바로 예술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래 주변 시니어들에게 변화가 일고 있어 마음이 무겁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크고 작은 음악회, 전시회 개막식 등 이런저런 행사에서 알고 지내던 시니어들을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나누곤 했습니다. 그렇게 만남의 기쁨을 나누던 시니어들을 근래에는 많이 볼 수 없어 마음이 무겁습니다. 시니어들이 ‘비타민 M 결핍증’에 걸린 건 아닌가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그 기저에는 사회적으로 시니어에 대한 ‘배타(排他)적 기운’이 맴도는 탓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그 한 예가 지난해 7월 시청 근처에서 발생한 대형 교통사고입니다. 많은 사상자를 낸 사고를 보도하는 언론 매체의 초점은 사고를 유발한 운전자의 나이에 맞춰졌습니다. 운전자의 나이는 68세였고, 현직 버스 기사였습니다. 그런데도 “나이 많은 사람이 운전대를 잡아서!”라며 언론 매체는 ‘호통’을 쳤습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시니어들에게 호통친 것과 다름없습니다.


▲1960년 6월 19일 마르부르크(Marburg)시가 발행한 운전면허증. 아직도 유효하다.
▲1960년 6월 19일 마르부르크(Marburg)시가 발행한 운전면허증. 아직도 유효하다.


버스 기사 경력의 운전자가 사고를 냈다면 정신적 또는 고혈압·당뇨병 같은 건강상의 문제가 있는지 알아보고 보도해야 할 텐데, 나이가 무슨 큰 죄목이라도 되는 듯 보도하고 이를 용납하는 사회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득 ‘내가 운전면허증을 언제 받았더라?’ 돌아보며, 독일에서 유학하던 시절 발급받은 운전면허증을 찾아봤습니다. 발급 일자가 1960년입니다. 즉 65년 전 일입니다. 그런데 그 면허증은 현시점에도 유효합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운전면허 관련 담당 기관으로부터 어떤 통보도 받은 바 없습니다. 필자 연배의 독일 동문은 오늘도 자동차를 운전하며 여기저기 여행을 즐기고 있습니다.

바로 3~4년 전, 스위스 바젤 공항에서 있었던 에피소드입니다. 렌터카를 이용하기 위해 옛 독일 운전면허증을 내놓자, 담당 직원은 “우~와, 박물관에 갈 소품이네요”라며 경계심보다 경외심(敬畏心)을 표했습니다. 그 오래된 운전면허증으로 유럽을 운전하며 돌아다녔습니다.

고령자에 의한 운전 사고율이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가 우리보다 높을까 궁금해서 찾아봤습니다. AI는 유럽 국가 중 독일, 덴마크, 영국의 교통사고 사망률이 OECD 평균보다 낮지만, 우리나라의 고령 운전자에 의한 사망률은 OECD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높고,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고 답했습니다.

이런 접근이 바로 ‘고령자 운운’ 하는 것으로, 우리 사회의 편 가르기만 조장할 뿐 고령 운전자의 사고율을 낮추는 데는 큰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세심하게 문제의 핵심에 접근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우리 모임은 여행의 마지막 일정으로 도쿄 ‘산토리 홀(Suntory Hall)’을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갔습니다. 그날 모든 공연 프로그램은 악성(樂聖) 베토벤의 피아노 연주곡으로 짜여 있었습니다.

2006석 대형 콘서트홀이 빈자리를 볼 수 없을 정도로 만석이라는 점에 깜짝 놀랐습니다. 더욱 놀라웠던 점은 관객 다수가 60대를 넘는 시니어였다는 사실입니다. 그중에는 80대로 보이는 분도 드물지 않았습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대목이었습니다.

중간 휴식 시간 이후 두 번째 프로그램이 시작될 즈음, 아주 조용한 움직임이 관객석에서 일렁였습니다. 모든 관객의 시선이 가는 방향을 따라가 보니, 아키히토(明仁, 1933~, 재위 1989~2019) 전 일왕(日王) 내외가 조용히 2층 객석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청중은 ‘그곳’을 향해 목례를 하고, 일왕 내외는 조용한 손짓으로 답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무렵 일왕 내외는 89세, 90세였습니다.

우리 시니어들에게 전하는 조용한 울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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