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를 잇다’라는 콘셉트의 한 시니어 행사를 취재 갔을 때 일이다. 당시 노인 혐오 사건이 있던 터라 어르신께 한소리 들을 것만 같았다. “요즘 어린 친구들이 말이야, 어른 공경할 줄 알아야지!” 하고. 그런데 나이 지긋한 어르신 말씀은 예상을 빗나갔다. “노인들이 잘 몰라서 그럽니다. 시대에 적응하지 못해서 그래요.”
“모든 것이 급변하고 있잖아요? 노년 세대는 이 환경에 적응하기 굉장히 어려워요. 어느새 뒤떨어져 버렸지요. 변화에 적응 못한 노인 입장에서 보면 지금 젊은 세대가 잘 이해 안 되는 거죠. 젊은 사람 입장에서 보면 노인들이 잘 모르면서 자꾸 딴소리하는 게 되고요. 노인 혐오나 노인 폄하는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시기에 도달하지 않았나… 오히려 저는 그런 생각이 들어요.”
시니어 매거진 특성상 현장에서 여러 어르신을 접한다. 좋은 취재원만 만난 덕인지는 몰라도 세대 갈등의 화살을 아래 세대에게 일방적으로 돌린 이는 여태 없었다. 그날 테이블에 마주 앉은 한국문화원연합회 김태웅 회장도 마찬가지였다. “예전에는 나이 든 사람을 사회적으로 굉장히 존경해야 했어요. 노년층도 존경받아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그러다 보니 대접받고자 하는 면도 있는 것 아닌가 해요.“
예상 답변과 다른 반응에 깜짝 놀랐지만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상당히 객관적이시네요. 하하.” 괜찮은 반응이었는지 김 회장의 말이 빨라졌다. “지하철에서 큰 소리로 떠들고 공중도덕 안 지키는 건 젊은 친구들이 아니에요. 노인들이 그럽니다. 자리 양보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노인도 많아요. 젊은 친구들이 좀 쉬면서 가야지요. 얼마나 고생이 많아요. 격려해 줘야 해요. 우리가 고생해서 일궈 온 나라를 더 발전시켜줘서 고맙다고요.”
맞장구를 치기도 안치기도 뭣한 민망한 상황에 약간 정적이 흘렀다. 눈치챘는지 얼른 김태웅 회장이 한마디 보탰다. 이렇게 또 노년층에 대한 편견을 벗어나간다. “건전한 노인이 되어야 합니다. 아니, 우리 노인들은 서서 가면 운동도 되고 좋아요!”
“노인들이 잘 몰라서 그럽니다. 시대에 적응하지 못해서 그래요. 이제 젊은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해요.”
에디터 조형애 디자인 유영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