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최초 법안발의 이후 번번이 불발… 현재도 2건 계류 중
정부가 사립탐정(민간조사원) 등 신 직업 40여개를 육성하겠다고 밝히면서 ‘한국판 셜록홈즈’가 탄생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안으로 구체적인 업무 범위와 자격, 감독 주체 등을 정하고 내년 중 관련 입법을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실현가능성엔 여전히 물음표가 찍힌다. 사립탐정이라는 직업을 법제화하는 일은 이미 15년 전부터 시작됐지만 사생활 침해와 관리 주무기관 등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면서 번번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사립탐정법이 국회에 처음 등장한 건 지난 1999년 15대 국회 때다. 이후 7차례나 법안이 상정됐지만 모두 불발됐다. 우선 탐정활동이 범죄해결이나 상식선의 민원해결보다는 도청과 미행 등 ‘사생활 침해’라는 부정적 방향으로 흘러갈 것을 우려하는 시선이 많았다.
지휘기관과 조사업무 영역도 쟁점이었다. 법무부(검찰)와 경찰청(경찰)이 지휘기관을 맡겠다고 갈등을 빚었고, 조사업무와 관련해서도 실종자 소재파악 수준 등 기초사실 조사로 한정할 지, 개인정보 접근 등에까지 권한을 확대할 지를 두고 논란이 계속됐다.
현재도 국회에는 사립탐정 육성을 위한 법안 2건이 계류 중이다. 2012년 11월 새누리당 윤재옥 의원이 발의한 ‘경비업법 전면개정안’과 2013년 3월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이 발의한 ‘민간조사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다. 두 법안은 민간조사업을 허용해야 한다는 큰 틀은 같지만 윤 의원의 법안이 관리감독 권한을 경찰청에 두고 있는 반면 송 의원의 법안은 법무부가 책임지도록 했다.
하지만 이들 법안은 국회가 열릴 때마다 제대로 논의조차 해보지 못한 채 보류됐다. 이처럼 국회가 수차례 법제화에 실패한 사립탐정법을 정부가 나선다고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법의 엄호를 받지는 못한 상태에서 사립탐정이 계속 배출되고 있어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전문교육기관인 한국특수행정학회와 대한민간조사협회, 일부대학 관련학과에서는 탐정 전문교육을 실시 중이다.
민간단체들이 탐정자격증을 부여하는 ‘민간조사관’ 숫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국에서 활동하는 민간조사관은 작년 기준으로 2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윤재옥 의원은 “선진국의 경우에는 경비업과 함께 사실조사 서비스업이 민간보안산업으로 활성화돼있어 시민들이 피해회복 및 권리구제를 위한 양질의 민간조사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면서 “반면 우리나라는 사실조사 등을 영세 심부름업체에 의뢰하고 있는 실정이므로, 국민의 권익보호 차원에서 선진국의 민간조사업 제도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