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 확대, 메뉴 간소화 등 중장년 접근성 키워
은행권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디지털금융 서비스 역시 고도화하고 있다. 주요 은행들은 디지털 환경에 낯선 노년층도 이용하기 쉽도록 시니어 맞춤 금융 서비스도 내놓는 추세다. 디지털 취약계층을 포용해 격차를 줄이고, 젊은 세대에 비해 자산규모가 큰 시니어들을 충성고객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먼저 금융사들은 모바일뱅킹 앱을 시니어가 사용하기 편하게 별도 제작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시니어 전용 모바일뱅킹 앱을 운영 중이다. 기본 앱보다 글씨가 크고, 시니어가 주로 이용하는 조회·이체 등의 기능을 중심으로 메뉴를 간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모바일뱅킹 앱에서 시니어가 전용 메인 화면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두 은행 역시 글씨를 크게 바꾸고 메뉴 구성을 단순화했다. 시니어 고객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계좌조회와 즉시이체 기능만을 전면에 배치해 접근성을 높였다.
앱 뿐만 아니라 시니어 전용 ATM 서비스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11월 금융권 최초로 ‘시니어 고객 맞춤형 ATM 서비스’를 내놨다. 큰 글씨와 쉬운 금융 용어를 사용하고, 색상 대비를 활용해 시인성을 강화하는 등 기존 ATM 화면을 개선해 시니어 고객의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 신한은행은 시니어 맞춤형 ATM 서비스를 60대 이상 고객의 내점 빈도가 높고, 창구 업무의 75% 이상이 입출금 등 단순 업무 위주인 신림동 등 5개 지점에 우선 적용해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은행권에 이어 카드사도 시니어 고객을 위한 서비스 제공에 나서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 10월 모바일 앱 ‘신한payPAN(페이판)’을 ‘신한pLay(플레이)’로 개편하면서 시니어를 위한 ‘이지모드’를 함께 제공하기 시작했다. 시니어 고객이 쉽게 화면을 조작할 수 있도록 글씨 크기와 아이콘을 크게 구성하고, 시니어 고객들의 사용 데이터와 UX(User eXperiene) 분석을 통해 가장 많이 쓰는 메뉴를 선정해 그 위주로 구성했다.
시니어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자 앱 이용자 중 시니어 고객이 늘어나는 효과도 있었다. 신한카드에 따르면 이지모드가 생기고 난 뒤, 11월 한 달간 신신한플레이(신한pLay)에는 시니어 고객 12만 명이 유입됐다. 11월 신한플레이 앱 내 65세 이상 시니어 방문 고객수(MAU)가 8월 대비 1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시니어 고객 신규회원수도 5000명이 늘어나며 35% 증가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급격한 디지털화로 지점 폐쇄도 점차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시니어 고객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해 시니어 전용 앱 등 서비스 개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청년 세대뿐 아니라 중장년층 세대도 모바일을 활용해 은행 업무를 보는 경우가 많아졌다”라며 “젊은 세대들은 기존 은행에서 인터넷은행이나 페이업체로 넘어가는 경향이 있어, 새로운 디지털 고객층이자 비교적 많은 자산을 갖고 있는 시니어 고객층 확보는 기존 금융사들의 중요한 과제가 됐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