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한 해에 일어난 감전사고 사상자 수는 총 515명으로 사망 17명, 부상 498명으로 집계됐다. 전년도와 비교하면 감전사고 사망자 수는 2명이 감소했고 부상자는 15명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 숫자는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는 상황을 보여준다. 눈여겨볼 것은 여름철에 특히 감전사고로 인한 사상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통계다. 여름이 시작되는 6월에 54건이 발생했고 7월에 68건으로 치솟았고 8월에는 59건으로 다소 주춤하는 양상을 보인다.
어떤 상황에서 감전사고를 당하는지를 분류해보면 전기가 충전되어 있는 곳에 신체 일부가 직접 닿아 일어나는 충전부 직접 접촉이 다수다. 어떤 사람이 감전사고를 당하는지에 대한 통계를 보면, 직접 전기공사를 하거나 고장난 기계를 보수하다가 224명(43.5%)이 상해를 입었고 전기설비를 운전하거나 점검하는 과정에서도 51명이 피해를 당했다. 어린아이들이 호기심으로 전기콘센트에 젓가락을 꼽거나 가전제품으로 장난을 치다가 해를 입는 경우도 있다(27명). 가정집에서 가전기기를 다루다 감전사고를 당한 사람도 28명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감전사고를 당할 때 2차 피해가 더 큰 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감전이 되는 순간 깜작 놀라 밑으로 떨어지거나 뒤로 넘어져 모서리에 머리를 다치는 경우다. 전기 화상은 뜨거운 물이나 불에 의한 화상보다 심각하다. 일반 화상은 신체 바깥으로 열이 전달되지만 전기는 혈관과 피부 깊숙이 전류를 보내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대수롭지 않게 보이는 화상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심각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전기 화상의 특징이다.
이런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원인과 대책을 세우는 것은 전문가의 영역이다. 현장에서 오랜 시간 전기안전을 다룬 필자로서 감히 말해본다. 왜! 여름철에 유독 감전사고가 많은 걸까?
첫째, 높은 습도와 더위로 물을 많이 소비하는 여름철이 누전이 되기 쉬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둘째, 땀으로 인체 저항이 감소되어 전기가 더 잘 통하기 때문이다. 일조시간이 길어서 작업시간이 길어지는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셋째, 더위 때문에 신체 노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즉 전기 충전부에 닿기 쉽다는 약점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름철 감전사고를 줄여줄 방법은 없을까?
우선 전기설비가 안전해야 한다. 최초 전기설비는 대부분 안전하다. 사용하면서 노후로 점점 나빠진다. 그래서 유지, 보수 관리가 중요하다. 매월 4일은 ‘안전점검의 날’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보통 ’4‘라는 숫자를 불길하게 여긴다. 이런 날을 의도적으로 택해 안전점검의 날로 정했다. 우리 주위에 위험한 곳이 없는가! 찬찬히 살펴봐야 한다. 우리 집의 전기 분전함이 어디 있는지, 그 안을 열어본 지가 언제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드물다. 전기설비에 관심을 갖고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후진국형 안전사고는 대부분 예방된다. 자기 능력을 과신해 전기스위치를 끄지 않고 작업을 하거나 고객의 정전 피해를 줄여줄 목적으로 서두르다가가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안전이 모든 것에 우선해야 한다.
날씨가 더우면 주의력이 떨어진다. 건설 현장에서도 안전장비 착용에 소홀해지기 쉽다. 작업책임자는 근로자의 보호장갑, 안전화 등 개인 장구 착용 여부를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일사량이 많고 기온이 높아지는 여름철에는 작업자가 지쳐 집중력도 떨어지고 작업 능률도 오르지 않는다. 내부안전관리규정에 의거 근로자를 쉬도록 하고 시원한 쉼터도 만들어줘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이 강화되어 법으로 규제를 하지만 그보다 앞서 생명의 존귀함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다음은 어느 회사의 작업 현장에서 본 글이다.
“당신의 목숨보다 우선해서 해야 할 일은 우리 회사에는 없습니다.”
맞는 말이다. 생명보다 고귀한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