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 두드림⑨ 농업·원예 분야 편 인터뷰
토목공학을 전공해 35년간 건설회사에서 몸담았던 민병직(71) 씨. 퇴직 후 서울 시민정원사로 활발히 활동 중인 그는 현재의 일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반평생 토목공사를 하며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산을 깎아 길을 내고 댐도 만들었죠. 돌이켜보니 그 과정에서 수많은 식물이 희생됐더군요. 그 시절을 속죄하는 마음으로, 이젠 자연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어서 이 분야를 선택했습니다.”
물론 꼭 그 이유가 전부는 아니었다. 유년 시절을 시골에서 보내 유독 꽃을 심고 화단 가꾸는 일을 좋아했다. 평소에도 집에서 다양한 식물을 키웠고, 도심 속 작은 텃밭도 일궈왔다. 그러던 중 퇴직을 앞두고, 자신의 전공 분야와 접목해볼 만한 일을 찾던 그의 눈에 처음 들어온 건 ‘조경’이었다.
“예전엔 조경도 토목의 한 분야였죠.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조경 아카데미 과정을 수료했는데, 나름대로 연관성 있는 분야라 어렵지 않게 잘 마칠 수 있었어요. 그러곤 뭔가 더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하던 중에 ‘서울 시민정원사 1기 모집’ 공고를 발견했습니다.”
그렇게 2014년 가을 기본 과정을 수료했고, 이듬해 심화 과정을 이수하며 서울시장 명의 ‘서울 시민정원사’ 인증서를 취득할 수 있었다. 물 흐르듯 순탄하게 방향 전환에 성공한 그는 유기농업기능사, 종자기능사 등 국가기술자격까지 섭렵하며 제2인생을 위한 항해를 시작했다. 자격증 취득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이후 실전을 통해 시행착오를 겪는 동안은 자연의 시간표대로 묵묵히 흘러갔다.
“자연을 상대하려면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보통 씨를 뿌리고 결실을 내려면 1년은 걸립니다. 요즘엔 자격증 공부하며 이론으로 터득한 내용과 별개로 텃밭 한쪽에 제 나름의 방법으로 식물을 키우며 다양한 실험을 해보고 있습니다. 자연의 일은 체험이 중요하다고 봐요. 다양한 시도를 통한 경험의 수치가 생기기도 하고, 뜻밖의 선물을 얻기도 하죠. 그게 바로 자연과 더불어 일하며 얻는 가장 큰 수확이자 기쁨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