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서 플랫폼 민간 지원사업 추진… 의료·주거·재산관리부터 장례까지 연결

가족이나 친척에게 도움받기 어려운 고령자를 인공지능(AI)과 지역사회가 함께 지원하는 사업이 일본에서 추진된다. AI가 고령자의 일상적인 대화에서 어려움을 파악하고 의료·돌봄·주거·법률 등 분야별 전문기관에 연결하는 방식이다. 가족이 맡아온 역할을 지역사회가 분담하도록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일본 쓰나가리AI와 제이리스, 파인(Fine) 등 3개 기업은 21일 ‘가족 없는 고령자 돌봄 AI 플랫폼 사업’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우선 오이타현에서 의료기관과 사회복지협의회, 비영리단체, 주거지원기관, 법률·금융 전문가, 장례업체 등이 참여하는 지역 협력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은 가족이나 친척에게 의지하기 어려운 고령자가 늘어나는 현실을 배경으로 한다. 지금까지 일본에서는 고령자의 입원과 요양시설 입소, 금전관리, 행정절차, 긴급상황 대응, 사망 후 장례와 유품 정리까지 가족이 담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1인 가구 증가와 미혼·저출생 등으로 이러한 가족 중심의 지원체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 참여 기업들의 설명이다.
사업의 중심에는 쓰나가리AI가 개발하는 상담 AI가 있다. 고령자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을 통해 일상적인 대화나 상담을 할 수 있다. AI는 대화 내용을 바탕으로 건강과 주거, 사회적 고립, 재산관리, 사망 이후의 준비 등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파악한다.
전문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 발견되면 지역 협력체계에 참여하는 기관으로 연결한다. 주거 문제는 주거지원기관, 건강 문제는 의료기관, 재산관리는 금융·법률 전문가가 담당하는 방식이다. 이후에도 AI가 고령자와 대화를 이어가며 생활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도록 설계했다.
기존의 상담 서비스가 고령자의 도움 요청을 기다리는 방식이었다면, 이번 사업은 일상적인 대화에서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에 지원 필요성을 발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참여 기업들은 고령자 한 명에게 전문인력이 상시 배치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AI가 평소 상담과 생활 상태 확인을 맡고, 실제 도움이 필요할 때 지역 전문인력이 개입하도록 역할을 나누겠다는 것이다.
이들 기업은 오이타현에서 협력기관을 확대하고 지원 모델을 검증한 뒤 다른 지역으로 사업을 넓힐 계획이다.
한국에서도 가족의 돌봄을 받기 어려운 고령자를 위한 지원이 확대되고 있다. 올해 3월전국적으로 시행된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노쇠와 질병 등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노인과 장애인에게 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연계해 제공하는 제도다. 노인맞춤돌봄서비스와 병원동행서비스 등도 가족의 돌봄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일상적인 돌봄과 의료적 의사결정, 재산관리 등 법적 지원은 여전히 서로 다른 제도와 절차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 가족이나 실질적으로 의지할 사람이 없는 고령자는 입원과 퇴원, 각종 계약, 사망 이후의 절차 등에서 지원의 공백을 겪을 수 있다.
가족의 범위를 넓히려는 입법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등이 발의한 ‘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안’은 혼인이나 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함께 생활하는 사람이 법적으로 관계를 인정받고 사회보험과 사회서비스 등에서 일정한 권리와 의무를 갖도록 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1인 고령자의 생활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