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RP, 28일 가족돌봄 비용 조사 결과 발표… 치매 환자 돌봄엔 2천 만 원 지출

미국에서 성인 가족이나 친구를 돌보는 사람이 연평균 1만1508달러(약 1524만 원)를 자신의 돈으로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년 전보다 59% 증가한 금액이다. 돌봄 비용이 가구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평균 31%에 달했다. 특히 저소득층과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경제적 부담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은퇴자협회(AARP)는 2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6 가족돌봄 본인부담비용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성인 가족이나 친구를 돌보는 18세 이상 미국인 2538명을 대상으로 지난 6월과 7월 실시됐다. 2016년과 2021년에 이은 세 번째 조사다.
조사 결과 가족돌봄 제공자의 연평균 본인부담 지출은 1만1508달러(약 1524만 원)로, 2021년의 7242달러(약 959만 원)보다 4266달러(약 565만 원) 증가했다. 증가율은 59%다. 월평균으로 환산하면 약 959달러(약 127만 원)다. 돌봄 제공자 10명 중 9명가량이 돌봄 과정에서 자신의 돈을 지출하고 있었다.
물가 상승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증가세다. 2021년 지출액을 2026년 물가 수준으로 환산하면 약 9100달러(약 1205만 원)로, 실제 조사 금액보다 약 2400달러(약 318만 원) 적다. 돌봄에 필요한 물품과 서비스 가격이 상승한 데다 가족이 부담하는 지출 자체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가장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분야는 일상생활과 주거였다. 식비와 주거비 등 가계·주거 관련 지출이 연평균 4797달러(약 635만 원)로 전체의 42%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식비·영양 관련 비용이 27%, 월세와 주택담보대출 상환금 및 재산세 등이 25%였다.
의료비는 연평균 3313달러(약 439만 원)로 전체 지출의 29%를 차지했다. 의료보험료와 본인부담금, 의료기관 직접 지불 비용 등이 의료비 지출의 37%를 차지했고, 요양시설 이용료와 의약품·의료용품 구입비 등이 뒤를 이었다. 가계·주거비와 의료비를 합하면 전체 돌봄 지출의 71%에 달한다. 가족돌봄 비용의 상당 부분이 전문적인 돌봄서비스뿐 아니라 식사와 주거, 의료 등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쓰이는 셈이다.
소득 수준에 따른 부담 격차도 컸다. 연간 가구소득이 4만 달러(약 5297만 원) 미만인 돌봄 제공자는 평균 1만1448달러(약 1516만 원)를 지출했다. 전체 평균과 비슷한 금액이지만 가구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6%에 달했다. 반면 연소득 4만 달러 이상 8만5000달러(약 1억1257만 원) 미만 가구의 부담률은 17%, 8만5000달러 이상 15만 달러(약 1억9865만 원) 미만 가구는 9%였다. 연소득 15만 달러 이상 가구는 19%로 조사됐다.

돌봄 대상자의 건강 상태와 돌봄 강도에 따라서도 비용 차이가 나타났다.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연평균 지출은 1만5846달러(약 2098만 원)로, 치매가 없는 사람을 돌보는 가족의 1만221달러(약 1354만 원)보다 5625달러(약 745만 원) 많았다.
돌봄 강도가 높은 가족의 지출도 연평균 1만5084달러(약 1998만 원)로, 돌봄 강도가 낮은 가족의 8343달러(약 1105만 원)보다 크게 높았다. 의료·간호 관련 업무를 3가지 이상 수행하는 가족은 연평균 1만5648달러(약 2072만 원)를 지출한 반면, 이러한 업무를 하지 않는 가족은 7948달러(약 1053만 원)를 지출했다. 돌봄 대상자의 의료적 요구가 복잡해질수록 가족의 경제적 부담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돌봄은 경제활동과 노후 준비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하면서 가족을 돌보는 응답자의 65%는 돌봄 때문에 근무시간을 조정하거나 휴가를 사용하고, 추가로 일을 하는 등 직장생활에 변화가 있었다고 답했다. 이들의 연평균 돌봄 지출은 1만2606달러(약 1669만 원)로 전체 평균보다 높았다.
돌봄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노후자금을 사용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퇴직 후를 위해 모아둔 저축을 인출한 돌봄 제공자는 연평균 1만7907달러(약 2371만 원)를 지출했으며, 이는 가구소득의 49%에 해당했다. 대출이나 차입으로 비용을 충당한 사람들의 지출은 연평균 1만6580달러(약 2196만 원)로 소득의 50%에 달했다. 돌봄을 위해 예정보다 일찍 은퇴한 사람들의 연평균 지출은 1만8940달러(약 2508만 원)로 전체 평균보다 64% 많았다.
인종·민족에 따라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아시아계·태평양도서계 가족돌봄 제공자의 연평균 지출은 1만6716달러(약 2214만 원)로 인종·민족 집단 가운데 가장 많았다. 흑인 돌봄 제공자의 연평균 지출은 1만3565달러(약 1796만 원)였으며, 가구소득 대비 부담률은 52%로 가장 높았다.
AARP와 미국돌봄연합(NAC)이 2025년 발표한 별도 조사에서는 미국의 가족돌봄 제공자가 약 6300만 명으로 추산됐다. AARP가 2026년 발표한 또 다른 보고서는 성인 대상 무급 가족돌봄의 경제적 가치를 연간 약 1조 달러(약 1324조 원)로 평가했다. 가족돌봄이 미국의 장기요양체계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상당 부분은 가족이 직접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AARP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가족돌봄 제공자를 위한 세액공제와 재정 지원 확대를 촉구했다. 저렴한 재가돌봄서비스와 가족돌봄자의 휴식을 지원하는 단기돌봄서비스를 확대하고, 유급 가족돌봄휴가와 고용 보호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가족돌봄 제공자에게 돌봄 노동의 대가를 지급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