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ㆍ사진| 블로거 레스까페
지난 일요일 베란다 안으로 들어온 햇살이 너무 좋았습니다. 이른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집에 돌아오는 생활이다 보니 베란다를 꾸미는 것은 늘 아내의 몫입니다. 그런데 눈에 확 띄는 화분이 있었습니다. 출처를 묻자 지난 가을 암스테르담 꽃 시장에서 산 구근을 화분에 심었는데 그것이 꽃을 피웠다고 하더군요.
아, 너였구나!
꽃이 피면 아내를 ‘여자 문익점’으로 부르기로 했었는데, 이렇게 붉은 백합을 피워 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혹독하지 않은 겨울 탓에 베란다가 춥지 않았고, 때문에 화분 속에서 잠을 자고 있던 백합 구근이 봄이 온 줄 알고 서둘러 몸을 일으켰던 모양입니다. 온도로만 보면 그렇게 느낄 만도 했지요. 여행 기억이 희미해져 가는 때에 이렇게 만나다 보니 제 얼굴도 백합처럼 붉게 달아오르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가슴도 두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옆을 보니 히아신스도 피었더군요. 어디쯤 봄이 열심히 달려오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봄은 벌써 와서 이렇게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정작 저만 그것을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오늘 하루 하늘은 먼지로 가득했고 모든 것이 모호하게 보였습니다. 대신 하루 종일 백합이 눈앞에서 어른거렸습니다. 퇴근하고 베란다 문을 열자, 세상에나! 한 송이가 더 피어서 이제 세 송이가 되었습니다. 아주 붉은 백합으로 봄을 시작했습니다.
변익점, 고마워!
출처| 레스까페(http://blog.naver.com/dkseon00/1402075022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