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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리 딜레마(trolley dilemma)

기사입력 2018-09-05 10:45

지금은 모두 손을 놓았지만, 한때는 여러 모임을 운영했었다. 리더로서 활동하다 보니 그 모임의 전체를 위해 일부 물을 흐리는 사람들을 퇴출해야 했다. 동창회에 나와 너무 술에 취해 불미스러운 행동을 한 동창생, 우울증 치료에 좋다며 댄스 모임에 찾아와서는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 사사건건 일단 반대부터 해 놓고 갈등을 조장하는 사람 등 누가 봐도 그 모임에서는 안 될 사람들이었다. 일부 사람들은 리더인 필자가 직접 대 놓고 나오지 말라고 리더십을 발휘하라는 것이었다. 누구나 꺼리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이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연못물을 온통 흐리듯이 그 사람 때문에 좋은 사람들이 다 나간다는 원성도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필자만 원한의 대상이 된다. 퇴출당하는 사람이 그냥 순순히 나가지 않는다. 트집을 잡거나 동조 세력을 규합한다. 개인적으로 원수처럼 대하기도 한다.

지난 IMF 금융 위기 때는 한 회사의 대표 자리에 있었다. 도저히 그대로는 회사를 끌고 나갈 수 없는 형편이라 직원들을 차례대로 정리해야 했다. 능력 있는 직원은 당장 필요하기도 하고 다른 데 가서도 잘할 수 있으므로 문제가 안 되었다. 그런데 회사 차원에서는 직접적인 수익을 바로 내지 못하는 직원을 먼저 내보내야 한다. 좋은 시절에는 장단기적으로 필요한 사람들이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회사 업무에 가장 도움이 안 되는 직원이 먼저 퇴출당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퇴출당할 때는 가장 격렬하게 반응한다.

특정한 사람을 그 사람이 속한 집단에서 퇴출하는 것은 못 할 짓이다. ‘트롤리 딜레마(trolley dilemma)’라고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시키는 것이 도덕적으로 허용되는가?”라는 실험이다. 마이클 샌델이라는 사람이 쓴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트롤리 열차가 5명의 인부를 덮치기 전에 레일 변환기를 당겨 1명의 인부 쪽으로 가도록 방향을 트는 것이 허용되는가 하는 문제를 제기했다. ‘공리주의(功利主義)’라고 영국의 벤담(Bentham, J.)과 밀(Mill, J. S.)이 주장한 사상으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함으로써 이기적 쾌락과 사회 전체의 행복을 조화시키려는 사상’이다.

필자가 어떤 모임에서든 더는 직함을 맡지 않으려는 것은 이런 딜레마에 빠질 때 악역을 맡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못 할 짓이다. 필자가 직접 면접을 통해 모은 사람들이라면 몰라도 자의적으로 아무 제약 조건 없이 모인 사람들이므로 별의별 사람들이 다 온다. 그렇다고 못 오게 할 수는 없다. 어느 모임이나 회칙에 자격 요건을 두기도 하지만, 너무나 막연하다. 징계 조건도 마찬가지이다. 특정하게 잘못을 저질러 걸려드는 경우는 별로 없다. 막연하게 “공공의 이익을 해하거나….”, “명예를 실추시킨 경우” 등도 막연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물론 나쁘게 결과가 나오는 것만은 아니다. 동창회에 나와 술주정을 심하게 하던 친구는 퇴출 이후에 술을 끊고 새사람이 되어 나타났다. 덕분에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났다고 했다. 그 외에는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치더라도 여전히 냉랭한 반응이다. 아직 안 풀렸다는 얘기이다. 그러니 앞으로는 그렇게 피곤한 일에서 한발 짝 물러나서 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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