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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가보는 산길에서 혼이 나다

기사입력 2018-02-26 14:38

비싼 돈 주고 헬스장이나 요가, 탁구 ,배드민턴 등 운동을 하는 것도 좋지만 평소 생활이 그대로 운동이 되는 생활운동이 좋다. 필자는 이런 지론을 살려 원만한 거리는 걸어 다니고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보다는 계단을 이용한다. 출퇴근길도 일부러 멀리 돌아서 다니면서 이런저런 세상구경을 한다. 직장에서도 특별히 바쁜 일이 없는 날은 눈치를 봐서 점심을 일찍 먹고 한 두 시간 할애하여 인근 산에도 오르내렸다.

아무리 생활운동이 좋아도 처음가보는 산에는 절대로 혼자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사건이 있다. 지방의 소도시 건설현장에 근무할 때였다. 그날도 잠깐 자리를 비운다고 옆 사람에게 말하고 움직이는 사무실인 휴대폰만 챙겨 넣고 한두 시간정도의 인근 동네 구경을 해볼 심산 이었다. 시골 마을에 접어들자 똥개수준의 잡종견들이 도둑인지 지나가는 행인인지를 구별하지 못하고 마구 짖어 된다. 햇볕은 따갑도록 내리 쬔다. 이러다가 얼굴 다 타겠다고 걱정하고 걷는데 마을뒤쪽에 산길이 보였다. 나무들 사이로 난 길이라 그늘 진 것이 걷어 가기에 참 안성맞춤 길이다. ‘그래 산길을 걸어보자 숲길은 피톤치드의 보고다.’ 속으로 쾌잴르 부르며 ‘힐링은 역시 숲속길이야!’ 하면서 숲속으로 서서히 빨려 들어갔다.

    

필자는 길눈이 어두운 길치여서 한번 갔던 길을 다시가라면 잘 못 찾아간다. 심지어 자동차 내비게이션을 보면서도 어리바리하다 꺾어야 할 길을 지나치거나 못미처 운전대를 조작하여 낭패를 본적도 여러 번 있었다. 이렇게 처음 가는 숲길을 들어갔다가 길을 잃어버리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되어 길의 좌우를 잘 살폈다. 지나가는 길의 역순으로 내려오면 되고 멀리가지 않고 복잡한길이 아니니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스마트폰을 켜서 이어폰을 꼽고 유튜브로 소리만 즐겼다. 유튜브의 대담소리에 흠뻑 빠져 든 것이 문제로 길을 제대로 머릿속에 입력을 하지 못했다. 이제 그만 돌아갈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발길을 되돌렸다. 한참을 되돌아오는데 뭔가 길이 어색하다. ‘아차차 이거 큰일 났다.’ 산 능선을 잘못 접어들면 방향이 엉뚱 한데로 가게 된다. 이럴 때는 다시 되돌아가서 아는 지점까지 가야한다. 다시 돌아 올라가서 내려와도 또 그 길이 아니다. 겁이 덜컥 났다. 스마트 폰의 길 찾기 앱을 동원했다. 산속의 점하나로 현제의 위치만 알릴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단 산 밑으로 내려와 사람을 만나서 자동차가 다니는 큰 길을 물어봐야 했다. 한참을 산속을 해매고 논밭을 가로질러 걸어가도 사람이 없다. 마음이 불안하니 이마에 진땀이 다 난다. 이쪽으로 가야 큰길이 나오는지 저쪽으로 가야 큰길이 나오는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그렇다고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받을 처지도 못되고 119에 조난시고를 하기도 창피하기도하고 일을 키우는 것 같아 망설이다 포기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무조건 한 방향으로 계속 걸었다. 드디어 찾던 큰길이 나왔다. 버스정류장도 보이고 아주머니 두 분이 버스를 기다린다. 일면식도 없는 아주머니들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시계를 보니 산속에서 해맨 시간이 무려 두 시간이 훌쩍 지났다. 그래도 길을 찾고 사람을 만나서 다행이었다. 점점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으면 어찌되었을 까 생각하니 등이 오싹하다.

아주머니를 통해 대략의 위치파악을 할 수 있었다. 시외버스로 세 정거장을 가니 택시가 있는 면소재지에 내릴 수가 있었다. 산을 완전히 반대방향으로 한 바퀴 돌았다. 택시를 잡아타고 무사히 사무실애 도착했다. 직장 동료들에게 창피해서 말 할 수가 없었다. 필자의 가슴 속에서 영원히 비밀로 간직해야만 했다. 잘 모르는 산길을 혼자 걸으면 안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혼자 가는 산행은 험한 길이므로 예상치 못하게 다칠 수도 있다. 나지막한 야산이라도 사람이 없는 산의 산행은 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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