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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석에 앉기 싫은 이유

기사입력 2017-11-08 11:39

어르신 카드가 발급되었으니 이젠 당당히 경로석에 앉을 자격이 생겼다. 어르신 카드가 나오기 전인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경로석에 앉으면 얼굴이 화끈 거렸다. 그런데 이젠 경로석에 앉을 때 그런 생각은 안 해도 된다. 생각을 어떻게 하느냐에 차이가 많은 것 같다.

경로석에 앉다보니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다. 좋은 점은 일단 빈자리가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가끔 뻔뻔스러운 젊은이들이 경로석에 앉아 있는 경우도 있지만, 비교적 경로석 예우를 잘 지킨다. 뻔뻔스러운 젊은이들이 앉아 있더라도 앉아야할 노인이 없으면 그냥 눈 감아 준다. 그러나 한 마디 해주고 싶은데 노인 텃세를 부리는 것 같아 참고 있다 보니 속이 불편하기는 하다.

안 좋은 경우도 많다. 경로석에 앉는 노인들은 앉을 때 가만히 앉지 못하고 엉덩이가 떨어지듯 앉는다. 다리 힘이 없기 때문이다. 당해 보면 별로 기분이 좋지 않다. “에구구” 소리를 낸다.

또, 쩍벌남이 많다. 다리를 가지런히 오므리지 못하는 모양이다. 양쪽에 쩍벌남이 앉으면 가운데 자리는 엉덩이를 뒤편에 붙이지도 못하고 앞쪽에 걸터앉아야 한다. 무릎의 촉감도 딱딱하고 우직스러워서 불편하다.

경로석 노인 중에는 “씁씁” 거리는 사람이 종종 있다. 치아가 안 좋아서 음식물이 치아 사이에 끼는 것이다. 치아 사이의 음식물이 빠지면 뱉어 내기도 한다. 보도 있자니 속이 울렁거린다.

혈액순환에 좋다며 호도 껍질 두 개를 손 안에서 굴리는 사람이 있으면 얼른 다른 자리로 가는 것이 좋다. 도저히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소리 고문이다.

껌을 소리 내서 씹는 아줌마들이 앉는 경우도 있다. 껌을 풍선처럼 만들었다가 터뜨리면 ‘딱딱“ 소리가 난다. 껌 냄새도 사실은 지독하다.

냄새나는 노인들도 많다. 노인 특유의 냄새이다. 술 한 잔 걸친 경우도 냄새가 지독하다. 은단 냄새도 그렇고 파스 냄새도 좋지는 않다. 그럴 때는 걸터앉아 있으면 냄새가 덜 느껴진다.

경로석에 앉았더라도 더 나이 많은 연장자가 오면 자리를 양보해야한다. 허리가 굽었거나 지팡이를 짚고 있으면 빨리 자리를 비켜줘야 한다. 그냥 앉아 있으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일반석인 경우는 필자보다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니 굳이 필자가 자리를 양보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할머니들이 경로석에 앉아 있을 때는 자기네들끼리 지나치게 큰 소리로 떠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통화할 때도 그렇다. 청력이 떨어져 잘 안 들리기 때문이다.

일반석에 자리가 있으면 일단 일반석에 앉는다. 경로석에는 가고 싶으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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