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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체험 하루 해보니 삭신이 다 아프다

기사입력 2017-10-27 10:21

가을은 추수의 계절로 농촌의 하루는 일의 연속이다, 논일로는 벼를 베고 말려야하고 수매에 대비해야한다. 밭일로는 들깨나 참깨를 털어야 하고 말려야 한다. 고추와 고춧잎을 마지막 수확하고 고추 대를 뽑아 묶고 말린다. 콩을 뽑아 말린 후 도리깨질로 때려서 콩깍지에서 콩을 뽑아내야 한다. 마늘 심을 준비를 위해 밭을 갈아엎어야 한다. 결혼식은 봄가을에 밀집해 있다 보니 이웃이나 친척 결혼식 참석도 해야 한다. 결혼식은 모두가 대도시에서 이루어지니 하루가 몽땅 소비된다. 얼마나 바쁘면 '가을의 농촌은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을의 농촌사정을 말해준다.

    

칠순의 중턱을 넘어서는 처남과 처남댁이 농사일을 도와달라고 SOS를 보내왔다. 특히 5백 평에 심은 고들빼기 수확에 힘을 보태달라는 전화다. 마음속으로 귀농을 꿈꾸고 있는 입장이니 체험삼아 일을 해주기로 했다.

고들빼기는 잎과 뿌리 전체를 먹는 채소다. 뿌리를  다치지 않게 수확하기위해서는 쇠스랑( 땅을 파헤쳐 고르거나 두엄, 풀 무덤 따위를 쳐내는 데 쓰는 갈퀴 모양의 농기구. 쇠로 서너 개의 발을 만들고 자루를 박아 만든다.)으로 고들빼기 전체를 떠서 힘을 가해 떨어트리면 흙과 고들빼기 뿌리가 분리된다. 이후 고들빼기 잔뿌리에 묻어 있는 흙을 털고 누렇게 변색된 떡잎을 떼어내면서 다듬는데 모두가 사람손이다. 4kg 들이 종이 박스에 차곡차곡 잘 담아서 농산물 경매시장에 내어 놓기 위해 자동차에 실어주면 그다음부터는 경매를 거쳐 팔려나가고 돈은 통장으로 입금되는 구조다.   

 

쇠스랑을 이용하여 삽질 같은 작업을 하기 때문에 오래하면 허리가 아프다. 쪼그리고 앉아서 고들빼기를 다듬다보면 허벅지 근육이 욱신거리고 아프다. 오랜만에 농사일을 하면 안 쓰던 근육을 쓰기 때문에 고통이 더 심하다 하지만 그런 내색을 못한다. 칠순의 중턱을 넘긴 분들도 아무 말 없이 묵묵히 해 나가는데 하루 일하면서 엄살 부리는 것 같아 참고 일한다.

    

게으른 농부 밭고랑만 세고 있다고 줄지 않는 고들빼기 밭만 눈으로 가늠하고 셈하고 있다. 일당 일군을 사면 새참을 줘야하지만 식구들끼리 하면 시간절약을 위해 빵이나 물만 새참으로 먹으며 일한다. 오후 5시경 야간 경매장으로 가는 차량이 떠나야하기에 4시 반에 일을 마쳤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일한 고들빼기 상자를 모두 들어서 길 밖으로 옮겨서 차에 올려 줘야 한다. 오늘만 120박스를 수확했다.   

 

저녁은 고생들 했다고 삼겹살 파티를 했다. 금방 뜯어온 상추에 살짝 데쳐 무친 고들빼기가 밥상에 올라왔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밥맛이 좋다. 저녁을 먹고 이웃집에 선물할 고들빼기 두 박스를 얻어 차에 싣고 돌아왔다. 농산물 선물이 돈으로 따지면 1~2만원에 불과하지만 서로 부담이 없어서 좋다.

    

몸이 참 피곤하다. 아침에 일어나니 온몸이 다 아프다. 여기저기가 쑤시고 걸음 걷는 것이 어기적거린다. 삭신이 다 아픈 것 이 이삼일은 걸려야 완전히 몸이 회복할 것 같다. 이런 일은 농촌에서는 일상사다. 매일을 이렇게 힘들게 농사짓는 농촌사람들이 있어서 우리는 먹을거리를 얻는다. 단 하루지만 바쁜 농촌 일손 돕기를 했다고 생각하니 몸은 피곤해도 마음은 뿌듯하다. 하지만 귀농해서 이런 일을 계속할 수 있을는지 걱정이 태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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