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잔소리는 입에 쓰다. 좋은 약은 입에 쓰듯이 잘 듣고 그대로 하면 좋을 것 같은데 그게 안 된다.
20년 전 아내의 잔소리에 진절머리를 냈었다. 아내 잔소리가 100% 맞는 것은 아니고 필자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으니 그렇게 한 것이다. 그런데 아내는 상처 난 데를 쑤시듯이 또 잔소리로 파고들었다. 맞는 얘기인데 오히려 반발이 생기기도 했다.
장애인에게 댄스를 가르치는데 선수 출신 코치가 와서 동작에 대해 잔소리를 했다. 같은 코치인데 밤낮 댄스만 하는 선수니까 필자보다 잘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틀리는 얘기는 아닌데 필자도 아주 틀리는 것도 아니었다. 별 중요한 것도 아니니 그 보다 중요한 것에 중점을 둬야 할 터였다. 명색이 필자도 코치인데 학생 앞에서 잔소리를 해 대니 학생도 코치인 필자를 무시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당구를 치는데 고수가 와서 필자의 잘못된 습관을 지적했다. 기초부터 잘 못 배웠다는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필자 정도의 나이라면 20대에 친구들끼리 당구장에 몰려가서 독학 수준으로 당구를 배운 사람들이다. 40년 동안 굳어진 습관을 이제 와서 기초부터 다시 배우라고 해봐야 소용없는 짓이다. 같이 한 게임 쳤는데 고수라는 사람이 더 못 쳤다.
동생에게 서류 부탁할 일이 있어 서류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닌데도 귀찮아하며 투덜댔다. 꼭 해야 하는 일이냐며 잔소리를 해 댔다. 설득 끝에 꼭 필요 한 일이니 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결국 못하겠다며 나자빠졌다.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니 5분 만에 일이 끝났다.
잔소리는 필자를 위해서 하는 말이다. 그러나 누가 하든 잔소리는 듣기 싫다. 잘 아는 사람이 아니면 잔소리는 큰 실례이다. 그러니 충분히 이해할 것이라고 여길 수 있는 잘 아는 사람이나 후배에게나 하는 짓이다.
시니어들이 잔소리를 싫어하는 이유는 잔소리 들을 나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름대로 고집도 있다. 100% 흡족하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안 되면 이대로도 좋으니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더 발전해 봐야 앞으로 얼마나 더 살겠다고 욕심을 부리느냐는 심리도 있다.
잔소리를 싫어하는 심리학은 듣기 싫게 필요 이상으로 참견하거나 꾸중 조로 쓸데없이 자질구레한 말을 늘어놓기 때문이다. 잔소리를 해도 숙이고 들어가는 사람도 물론 있다. 그러나 나이 들면 일반적으로 잔소리를 싫어한다. 오죽하면 ‘두말하면 잔소리’라고 이미 말했는데 더 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강조할까. ‘늘그막에 느는 건 잔소리다’라는 것도 시니어들이 조심할 일이다. 늙으면 자기의 인생 경험이나 기준에 비추어 남들이 하는 일을 늘 못마땅하게 여기면서 잔소리를 많이 하게 된다. ‘늙을수록 느는 건 잔소리뿐이다’ 늙어 갈수록 ‘양기가 입으로 올라간다’는 말은 남의 일이나 행동에 대한 타박이 많아져 잔소리가 심해짐을 이르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