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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임원에서 AI전도사로… ‘아이디어 닥터’의 변신

입력 2025-07-24 08:00수정 2025-07-24 08:32

이장우 박사, 최근 시니어 산업 관심갖고 또 ‘열공’… “노화 즐기는 태도 필요”

▲'아이디어 닥터' 이장우 박사(이준호 기자)
▲'아이디어 닥터' 이장우 박사(이준호 기자)

인터뷰를 위해 이장우(69) 박사를 만난 곳은 압구정동의 한 스타벅스였다. 커피값을 누가 낼지를 두고 잠깐의 실랑이가 오갔지만, 그는 익숙하게 휴대폰을 꺼내 스타벅스 앱의 사이렌오더(온라인 주문)로 상황을 정리했다. “강의가 많아 늘 서두르다 보니 주문조차 빨리 나오는 방법을 찾아두었습니다. 메뉴마다 걸리는 시간을 파악한 거죠(웃음).” 곧 일흔을 앞둔 그였지만, 세상을 향한 그의 눈빛과 호기심은 청년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이 박사는 한국 3M에서 영업사원으로 시작해 미국 본사의 최초 한국인 매니저로 발탁되었고, 이메이션코리아의 최고경영자를 역임했다. 이후 그는 회사 울타리를 떠나 ‘아이디어 닥터’라는 개인 브랜드로 활동했다. 마케팅 컨설턴트이자 인기 강연가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그의 손을 거친 기업은 50곳을 넘는다. 최근에는 한국마케팅협회 부회장과 한국인공지능포럼 회장을 맡으며 활동의 폭을 더 넓히고 있다.

우연히 시작하게 된 AI 강연

최근 그는 ‘인공지능(AI) 전도사’로서 눈에 띄는 활약을 하고 있다. 사실 그가 처음 인공지능과 인연을 맺은 것은 우연에 가까웠다. “2018년 중국에서 4차 산업혁명 관련 강연자로 초청받았는데, 현장에 가니 인공지능 전문가로 소개돼 있었어요. 당혹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이 일주일간 급하게 벼락치기를 하고 무대에 섰죠. 다행히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기회라고 생각해서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이 우연한 사건은 그를 ‘인공지능 전도사’의 길로 이끈 운명 같은 계기가 되었다.

이 박사는 특히 기업에서 인공지능을 도입할 때 기술 중심의 접근을 문제로 지적했다. "인공지능은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인공지능과 사람들이 어떻게 소통하고 상호작용하는지가 더 중요해요." 그는 인공지능을 기업 문화의 일부로 만들기 위해 경영진부터 직접 체험하고 익숙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조직 내에서 인공지능 활용을 안내할 수 있는 사람을 양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 길들이기'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인공지능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길들여지고 발전하는 존재입니다. 사람과 지속적인 소통과 학습을 통해 창의성을 더욱 높일 수 있죠. 이렇게 인공지능을 익숙하게 만들면 직원들도 자연스럽게 업무의 동반자이자 창의적 파트너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특히 그는 시니어 세대와 인공지능의 만남에 주목하고 있다. “시니어에게 인공지능은 단순히 편리함을 주는 기술이 아니라, 그들의 기억과 경험을 자극해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존재입니다. 어렵게 공부하려고 하지 말고, 자연스럽고 편안한 대화를 통해 친해지면 됩니다.” 그는 일상적인 날씨나 뉴스, 가족 이야기처럼 쉬운 질문부터 시작해 보라고 권했다. “인공지능은 성실하고 참을성 있는 친구 같아요. 반복되는 질문에도 지치지 않고 늘 따뜻하게 답을 줍니다. 이 점이 시니어들에게 큰 안정감을 주죠.” 그는 특히 챗GPT와 같은 대화형 인공지능이 시니어들에게 매우 효과적인 소통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디어 닥터' 이장우 박사(이준호 기자)
▲'아이디어 닥터' 이장우 박사(이준호 기자)

우리사회 시니어 전환 맞이할 것

그가 최근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시니어 산업’, 그리고 ‘시니어 마케팅’이다. 이제 그 자신도 시니어라 불릴 나이가 되었다. 마케팅 전문가로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대한민국을 바라보며, 이 시장에 더욱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이장우 박사는 최근 사회의 큰 변화 중 하나로 ‘시니어 중심 사회’를 꼽았다. 그는 "그동안 시니어는 주로 부양받거나 돌봄의 대상으로 인식됐지만, 이제는 문화와 소비의 중심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며 이러한 현상을 ‘시니어 전환(Senior Shift)’이라 명명했다. "시니어 전환은 단지 나이 든 사람이 많아지는 현상을 뜻하는 게 아닙니다.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구조가 전면적으로 바뀌는 중요한 흐름이죠."

그가 말하는 시니어 중심 사회는 ‘시니어가 지위를 유지하고 권력을 독점하는 사회’는 아니다. 오히려 이런 변화를 경계했다. “고령자들은 조직에서 권위를 내려놓고 촉탁 등 다른 방법으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세대가 수평적으로 융합하는 것이 고령화 사회에서 부작용을 줄이는 현명한 태도가 아닐까 합니다.”

이어 그는 노화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기존의 시각에서 벗어나 ‘노화를 즐기자('Carpe Senectam)’는 철학을 제안했다. 그는 "노화는 피해야 할 병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맞이하는 삶의 과정입니다. 우리는 노화를 통해 더욱 깊은 성숙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시니어 산업의 미래를 이야기하면서, "시니어 산업은 이제 더 이상 단순한 돌봄이나 요양의 영역이 아닙니다. 소비, 여가, 교육, 인간관계, 문화 등 삶의 전 영역을 포괄하는 새로운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과 유럽 사례를 들어 "활동적 시니어를 위한 건강 관리, 여행, 디지털 교육, 금융상품, 반려동물 관련 산업이 이미 큰 폭으로 성장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기업들에게 시니어를 소비의 주요 주체로서 이해하고, "사용자 환경과 사용자 경험 디자인, 콘텐츠와 소통 전략을 서둘러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니어는 단지 나이 든 소비자가 아니라 가치에 기반한 소비자입니다. 시니어가 원하는 건 공감과 존중, 그리고 의미 있는 삶입니다. 그들의 언어와 시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아이디어 닥터' 이장우 박사(이준호 기자)
▲'아이디어 닥터' 이장우 박사(이준호 기자)

현명한 ‘퇴사자’의 생존법

긴 회사 생활을 마치고 프리랜서로 전환할 당시 그 역시 극도의 불안과 정체성 혼란을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직함과 소속감이 사라진 순간, 깊은 혼란이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그는 독서와 글쓰기, 다양한 분야에 대한 끊임없는 공부와 강연을 통해 그 위기를 극복했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시니어들이 퇴직 이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자기 정체성 회복과 재설계’를 강조했다. 그는 "회사를 떠나면 직함과 조직이라는 외부 정체성이 사라집니다. 이때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그는 ‘명함’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실제로 이 박사는 본인의 활동내역이 자세히 담겨있는 4페이지짜리 명함을 가지고 다닌다.

그는 시니어들에게 "퇴직 후 나의 정체성과 브랜드를 다시 정의하고, 글쓰기, 강연, 취미 활동 등을 통해 나만의 브랜드 이야기를 만들어야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퍼스널 브랜딩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지속적인 배움과 의미 있는 사람들과의 연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프리랜서로 살아가려면 반드시 자기 자신만의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는 ‘아이디어 닥터’라는 브랜드를 구축해 지속적으로 활동 영역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프리랜서 삶의 핵심은 작은 습관을 만들고 지속적으로 세상과 연결되어 있는 것입니다."

인터뷰 말미에 묻고 싶은 질문이 생겼다. 기업가에서 마케터로, 강연자로, AI전문가로, 시니어 산업의 일원으로 계속 변신해 나갈 수 있었던 에너지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늘 다양한 분야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배움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늘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을 좋아합니다. 커피, 초콜릿, 디자인, 향수 등 다양한 분야를 탐색하며 호기심을 채우고 있어요. 나이에 상관없이 배우는 즐거움은 삶을 생생하게 만들어줍니다. 배움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가장 강력한 힘입니다"라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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